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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비닐 분리수거 안 돼요"…아파트마다 안내문, 갑자기 왜?

[리포트+] "비닐 분리수거 안 돼요"…아파트마다 안내문, 갑자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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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 분리수거 금지 안내문
최근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 등장한 안내문입니다. '4월 1일부터 비닐을 생활 쓰레기 봉투에 담아 배출하라'는 내용인데요. 지금까지 비닐을 분리수거 해왔던 주민들은 갑자기 바뀌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입니다.

일각에서는 비닐류를 생활 쓰레기로 배출하면 종량제 봉투 비용 부담이 늘고, 환경오염도 심해질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안내문이 일부 지역 아파트에만 게시되면서, 오는 1일부터 비닐류를 어떻게 버려야 할지에 대한 시민들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 '비닐류 분리배출 중요하다' 강조하더니…시민들 혼란스러운 이유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비닐 분리수거'를 검색하면 최근 올라온 질문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비닐 분리수거 거부에 맞서 싸워야 할 것 같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작성자는 "환경 오염을 이유로 비닐을 분리배출하라고 표시해 놓고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처리하라니, 어이가 없다"며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민들이 혼란을 호소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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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까지만 비닐 분리수거 된다는데 맞나요?
비닐 분리수거 중단한다는데요, 저희 아파트만 이런 건가요?
비닐만 모아서 열심히 분리배출했는데 이제 안 해도 되나요? //
이전까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등에서 비닐봉지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며 비닐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추진해왔고 시민들에게 분리배출을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서울시가 발간한 '재활용품 분리배출 길라잡이'에는 '비닐류도 소중한 재활용 자원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종량제 봉투에 넣지 말고 분리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여기에 비닐이나 스티로폼 등 비닐류 분리배출 기준도 지역마다 제각각이여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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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역 아파트, 분리배출 금지 안내 사항: 모든 비닐, 컵라면 용기, 색깔 있는 스티로폼 모두 분리배출 금지
B 지역 아파트, 분리배출 금지 안내 사항: 모든 비닐 분리배출 금지, 스티로폼은 깨끗한 것만 수거 //
■ 1인당 연간 420개 비닐 사용, 동물들 비닐 삼켜 목숨 잃기도...

자원순환사회연대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1년 동안 만들어지고 사용된 비닐봉지는 약 216억 장입니다. 국민 1인당 연간 420개의 비닐을 사용하고 있는 건데요. 이는 독일의 6배, 아일랜드의 20배, 핀란드의 100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배출량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비닐이 쓰레기로 남아 있는 시간이 긴 것도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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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오염의 주범 '비닐봉지' //
사용한 비닐이 사라지기까지는 최대 100년이 걸립니다. 게다가 버려진 비닐을 매립·소각하는 과정에서 환경호르몬이 배출되고 폐비닐로 인해 동물들도 고통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제주 김녕리에서는 비닐을 삼키는 바람에 목숨을 잃은 돌고래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 "비닐 돈 안 된다"는 수거 업체…손 놓고 있던 환경부, 뒤늦게 전수조사

서울과 수도권 등에서 비닐 분리배출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붙은 건 일부 재활용 수거 업체들이 비닐류 수거를 중단한다고 통보한 데 따른 것입니다. 업체들은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경영난이 갈수록 심해져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동안 업체들은 분리배출이 제대로 안 돼 오염된 비닐 등이 들어와도 자체적으로 재활용 불가 폐기물을 걸러내 왔습니다. 폐비닐들은 고형연료 등 재활용품을 만드는 공장으로 보내지거나 중국 등 해외로 수출됐습니다. 하지만, 고형연료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중국이 재활용품 수입 규제에 나섰고, 여기에 인건비는 상승하면서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게 됐다는 게 업체들의 주장입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비닐 수거 거부로 인한 대란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전에 정부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분리수거 업체가 대부분 아파트 주민자치기구와 계약을 맺고 있다며 사실상 손 놓고 있던 환경부는 뒤늦게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안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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