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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 "삼성 광고 끊긴다고요?"…취재진이 말하는 '우리가 삼성을 쫓는 이유' (더저널리스트)

※ SBS 뉴스가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시리즈로 시청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순서는 에버랜드의 수상한 땅값과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을 탐사보도하고 있는 SBS '끝까지 판다' 취재팀의 이병희 기자입니다. <편집자 주>

■ '삼성 에버랜드의 수상한 땅값' 최초 보도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요?

시점은 설 전이였어요. 제보자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본인이 "용인 지역에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를 했습니다. 근데 "에버랜드 땅값과 관련해서 조금 이상한 게 있는 것 같고 자기가 일부 토지 정보하고 가격 정보를 갖고 있는데 관심이 있느냐"라고 했어요. 처음에 모든 정보를 주지는 않았고 가격이 조금 이상한 것 같다는 정보만 있었고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들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냐면 사실은 용인에 있는 에버랜드 땅은 단순한 놀이동산이 아니고 우리나라 재벌 기업의 굉장히 중요한 땅인데 지난 오랜 시간 동안 기자 생활을 하면서 '왜 땅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을 안해봤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용인을 찾아가서 그 사람을 만났고 자료를 받았어요.

자료를 받고 나서 봤는데 일부 자료를 검색해보면 '조금 이상하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 있는 것 같다'는 건 알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국토교통부가 공시하는 공시지가라는 건 상당히 안정적인 가격이거든요. 왜냐하면 공시지가는 세금을 매길 때 또 부담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게 너무 오르락내리락 들쭉날쭉하면 안되는 가격이거든요. 공시지가라는 건 매년 1~2% 안정적으로 오르는 약간 쭉 우상향 곡선을 가격이 맞아요. 그리고 제보한 분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공시가격이 되게 '폭등하는 가격이 보인다' 그리고 '폭락하는 부분도 있다'라는 이야기를 해서 '아 그 부분은 좀 이상하겠다'라고 해서 만났습니다.

그 분이 준 가격 자료는 2017년 자료예요. 근데 2017년 자료에 가격 하나만 있는 걸 가지고 변동 폭을 볼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고민 끝에 2010년부터 2017년 자료를 일단 모아보자고 했습니다. 이건 국토교통부에 공시지가 사이트를 가면 주소를 입력해서 매해마다 공시지가가 얼마나 변하는지 이런 자료가 있어요. 그래서 그 자료를 힘들지만 찾아서 넣어보자고 해서 그 작업이 또 시작됐어요. 그 작업에는 일선 기자뿐만 아니라 우리 수습기자들도 도와주고 품앗이를 하는 식으로 해서 다 그걸 찾아서 하나하나 다 입력을 한 거죠. 어쨌든 우리가 이렇게 가격 정보를 입력한 자료를 보니 상당히 이례적으로 튀거나 이런 부분은 맞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면 조금 더 취재를 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SBS 8뉴스에서 3일 동안 리포트 20개를 쏟아냈습니다. 이번 탐사보도 내용 간략하게 정리해주시죠.

2015년에 제일모직, 제일모직은 에버랜드의 사명이 바뀐 회사인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 굉장히 큰 대주주가 되는 발판이 되는 계기죠. 그 때는 뭐냐면 이재용 부회장이 있는 회사의 가치는 가장 높아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야 더 많은 삼성 물산의 지분을 가져오고 그래야 더 많은 삼성전자의 지분을 높일 수 있는 방책이었기 때문에 그때는 구 에버랜드 그러니까 제일모직의 가치는 무조건 커져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에버랜드는 사실상 부동산 즉 땅이거든요. 하필 그때 에버랜드 땅값의 공시지가가 폭등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그 시점이 대단히 이상하다' '가격도 이례적이지만 그 시점도 굉장히 이상하고 결정적인 시점에 땅값의 큰 폭락 폭등이 일어났다' 이렇게 보고 취재를 들어가게 된 겁니다.

■ 국민연금 이야기도 부탁합니다. 국민 세금을 운영하는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어떤 역할을 한 겁니까?

그때가 2015년 7월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대주주이자 또 제일모직의 주주이기도 했어요. 당시 중요했던 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을 할 때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사실은 같은 주식을 한 주 대 한 주를 교환하는 게 아니었거든요. 제일모직 주식을 1주 얻으려면 삼성물산 주주들이 자기 3주를 줘야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면 주주 입장에서는 삼성물산 주주들을 설득을 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었죠. 그런데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대주주였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을 해야 이재용 부회장이 바라는 합병 비율이 결국 통과될 수 있는 상황이었던 거죠.

국민연금의 주인은 사실 국민이잖아요? 국민연금이 자기의 주주인 삼성 물산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내가 저쪽에서 1개를 받는데 3개를 줘야 되는 거래라면 저쪽 회사가 사실은 이만큼 더 큰 가치가 있다는 걸 설명을 해야 되는 거예요. 그래야지 찬성을 던질 수 있는 거예요. 그래서 국민연금이 제일모직의 부동산 가치를 평가해야 되는데 세계적인 의결권 기관인 ISS가 1천4백억 원 정도로 평가한 에버랜드 땅의 부동산 가치를 3조2천억 원 어치입니다. 거의 20배가 넘게 크게 부풀린 거죠.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의 에버랜드 땅 가치는 저렇게 큰 거야'라고 보고서에 쓰고 결국 이걸 가지고 주주를 설득하면서 합병을 대한 찬성을 결국 해서 원하는 방식의 합병 비율로 합병이 됩니다.

■ 취재진이 요즘 자주 듣는 말이 있죠. "SBS 오는 삼성 광고 다 떨어지겠다" 어떻게 생각하나요?

시청자들이 다 언론사는 광고로 먹고 사는 기업이라는 걸아시죠. 댓글을 보면 그런 댓글이 많아요. '이제 삼성 광고 다 떨어졌구나. 너 어떡할래?'라는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요. 맞아요. 뭐 광고의 영향이 있을 수 있겠죠. 저는 근데 광고 파트에 대한 업무는 이야기는 못 들어서 이 국면이 어떻게 돌아갈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애초에 시작할 때 어떤 특정 의도를 갖고 갔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 광고 관련해서는 어떻게 보면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제가 15년 이상 기자 생활을 할 때 저는 개인적으로는 '너 이거 광고 좀 따와라' '너 이거 나가면 광고 힘들 텐데'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씀을 드릴 수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는 행복하게 기자생활 했는데요. 글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삼성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봐야할 것 같고 저는 1류 기업이라면 그러면 안 된다고 봅니다.

■ "왜 지금 삼성이냐"는 질문도 많습니다. 삼성 경영권 승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왜 중요할까요?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하긴 했어요. 너무 크고 거창한 화두라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저희는 지금 보도하는 게 삼성 입장에서 보면 '왜 우리를 때리는 기사를 쓰느냐'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 더 중요한 건 삼성을 위해서 국가의 굉장히 비싼 시스템이 맞춰서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너 왜 삼성을 이렇게 비판해서 안 그래도 글로벌 기업으로 남아있는 삼성을 저렇게 끌어내리기를 하냐'는 비판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지적하는 내외 관계자들이 있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저희는 삼성 하나만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삼성을 위해서 잘못 움직이는 국가의 시스템, 토지 시스템, 국민연금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 자체가 더 문제라고 봤고요. 이런 부분이 사실 해소되는 게 저는 결국은 경제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봐요. 왜냐하면 지난 최순실 국정농단 국면에서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들도 좌절을 했는데 그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 경제에 미친 안 좋은 영향은 훨씬 더 크다고 보거든요. 만약에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아 이제 좀 움직이는 구나' '이제 우리도 할 말을 할 수 있고 잘못된 것들이 제대로 잡힐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어떤 일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경제 잠재 성장력은 올라갈 거라고 봐요. 그런 부분에서 저희가 지금 취재해 보도하는 게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 "지금껏 삼성을 제대로 비판한 언론은 없었다"는 말도 많습니다. 앞으로 변화가 있을까요?

이런 변화가 '어? SBS만 바뀌었다' 이런 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미 촛불을 기점으로 해서 '이제 정말 성역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떤 권위라고 하면 대놓고 복종하는 그런 게 있었죠. '아 저 권위는 당연히 인정해야지'라는 게 있었는데 이게 자연스럽게 없어진 것 같아요. '권위? 어떤 권위? 왜 권위인데?'라고 따져보는 시청자들이 분명히 생겼고요. 분명히 언론인들도 기자들도 PD들도 이제 '이게 누구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잘못됐으면 어디라도 취재하는 분위기는 점점 생길 것 같습니다. 그런 부분이 더 많아질 것 같아요. 우리가 보도하기 전에도 이런 움직임은 이미 일어나고 있었고 그 과정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저희가 뭐 특별하거나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합니다.

■ 다음 주부터 ‘끝까지 판다' 취재팀이 삼성 후속 보도를 추가로 내놓는다고 들었습니다.

보도가 나가고 나서 저희도 보도한 부분에 대해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담당 부처가 어떻게 생각할지 이 부분이 어떻게 돌아갈지 궁금했습니다. '이 부분을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거죠. 다행히 크게 2가지 결정이 나왔는데요. 국토교통부는 일단 '공시지가가 그렇게 급등락한 부분은 이상하다'라고 생각을 해서 감사에 착수를 했어요. 그리고 국민연금도 과도하게 했던 본인들의 결정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삼성물산의 이사진에 대한 선임을 반대했습니다. 삼성물산 이사진이 결국은 선임이 되긴 했어요. 다른 주주의 숫자가 많았기 때문에요. 어쨌든 저희가 보도한 이후에 정부가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되겠다는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에 일단 저희들은 다행이라고 보고 그 다음에 저희가 취재한 부분을 더 이어갈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거 관련해서 다음 주에 저희가 취재한 내용을 보도를 이어갈 텐데요. 사실은 지금 많이 성원을 해주고 있어서 힘이 나는데요. 일단 더 많이 응원해주시면 더 갈 수 있을 것 같고 그런 점에서 참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획 : 정윤식 / 구성 : 안준석, 장아람 / 촬영 : 이용한 / 편집 : 이홍명, 김보희, 한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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