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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주제에 감히 돈가스를 먹어?"…씁쓸한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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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으러 갔다가 기분을 X쳤다"
"굳이 그렇게 좋은 집에서 먹어야 할 일이냐"
돈가스를 먹는 기초생활수급 아동을 본 
한 어른의 말.

“저 비싼 돈가스를 나눠 먹어야지,
각자 하나씩 먹네?”
 고작 분식점 돈가스인데,
그 어른의 말은 매서웠습니다.

이 일화는 작가 표범 씨가 
몇 년 전 사회복지사로부터 들은 얘기입니다.
“가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 
SNS에 글을 남겼죠”

- 표범 /작가

“설마 그런 어른이 있을까 싶었는데,
얼마 뒤 제가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 표범 /작가
그는 집안 환경이 어려웠던
여중생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쳤습니다.

꾸미는 걸 좋아했던 학생에게
그는 생일 선물로 틴트를 선물했습니다.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오히려 민망하더라고요.
단돈 3800원짜리였는데…”

- 표범 / 작가


며칠 뒤 학생에게 들은 얘기로
그는 또 한 번 할 말을 잃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애들 앞에서 
‘틴트 살 돈은 있나보다?’라고 하셨어요”
“…”

그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벌써 5년이나 지났지만 씁쓸하게 웃던 
그 10대 학생의 모습이 잊히지 않아요.”

- 표범 / 작가
이런 일을 비단 그만 겪었을까요?
“사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형편이 어렵지만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미술을 가르치거든요. 
그런데...”

- 미술학원 원장 B 씨

“일부 학부모들이 짜증을 내요.
어차피 돈이 없어서 
미술을 못 할 게 뻔한데 
  
주제도 모르고 욕심내서 
자기 애 수업 시간을 빼앗는다면서요.”

- 미술학원 원장 B씨
“가난한 사람이라고 욕구가 없겠어요?
그런데 ‘그들이’ 생존 외에 
무언가를 바라기라도 하면 
우리 사회는 과욕인 양 비난하죠.”

- 김남희 변호사 / 참여연대 사회복지팀장

“이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다는 건
가난한 사람들은 ‘불쌍하고 부족하며 
얌전하게 보여야 한다’는
사회의 편견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 표범 / 작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스스로 눈치를 보는 게 가장 안타까워요. 
‘이런 걸 입어도 될까?’ ‘먹어도 될까?’ 
남들이 어떻게 볼지를 고민하는 거죠”

- 표범 / 작가

그는 묻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겐 
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행복만 허락되는가?


“가난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무심코 한 말들이
누군가 행복을 누릴 권리를 
위축시키고 있는지도 몰라요”

- 표범 / 작가

 우리나라 헌법은 행복을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규정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삶의 의미를 찾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은 이래야 해’란 시각은 
기본권인 행복 추구권을 
침해할 수 있습니다.
 
 행복을 향한 욕구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 김남희 변호사 / 참여연대 사회복지팀장
 여러분은
혹시 타인의 ‘행복 상한선’을
함부로 설정하고 있진 않나요?

가난한 사랑의 노래
신경림
…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기초생활 수급 아동이 분식집에서 돈가스를 시켜먹는 장면을 보고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있습니다. 또,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미술을 가르치면 “어차피 돈도 없는 애가 주제도 모르고 배워 무엇하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가난한 이들이 생존 외에 무언가를 바라기라도 하면 우리 사회는 과욕인 양 비난하는 겁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로 보장돼 있는데, 이런 인식들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혹시 여러분을 행복의 상한선을 재단하고 있지는 않나요?

글·구성 박경흠 / 그래픽 김태화 / 기획 채희선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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