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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KB 공채 '별도 관리 명단'에 그의 아들 이름은 왜 올랐을까

'채용비리' 연루 KB 사외이사 출신 K교수 인터뷰

[취재파일] KB 공채 '별도 관리 명단'에 그의 아들 이름은 왜 올랐을까
2014년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였던 서울 사립대 K교수는 최근 두 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그의 아들이 2015년 국민은행에 입사하는 과정에 특혜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의 아들은 서류 전형에서 840등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국민은행이 합격자 수를 30명 증원해 서류를 통과했고, 이후 최종 합격(최종 120명 선발)했다. 그의 아들은 '별도 관리된 명단'에 포함됐다고 금감원은 밝혔고,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금감원 발표에 '前 사외이사'로 기록된 K교수는 2014년 3월 KB 금융지주의 사외 이사에 선임됐다. 하지만 2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2015년 3월 퇴진했다. KB금융지주는 임영록 전 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극심한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내홍이 벌어졌고, 이후 금융당국이 이사들에게도 책임을 물어 퇴진을 사실상 종용한 데 따른 결과였다. 2014년 10월 윤종규 회장이 새 회장으로 선출된 후, 같은 해 연말 K교수 외에 다른 사외이사도 전원 사퇴의사를 표명했다.

K교수를 포함해 2014년 사외이사들은 윤종규 회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다. 바로 윤 회장을 회장으로 선출한 회장추천위원회 멤버들이 바로 2014년 사외이사들이었다. 당시 KB금융지주는 서울대 김영진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회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고, 2014년 10월22일 당시 김앤장 고문이던 윤 회장을 회장으로 선출했다.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과 경합을 벌였는데 1차에서 5(윤종규):4(하영구), 2차에서 6(윤종규):3(하영구)로 표가 갈리면서 윤 회장이 선출된 것이다. 회장 추천 위원회 9명 중 6명 이상 표를 얻어야 회장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였다.

당시 K교수가 윤 회장에게 찬성표를 던진 6명에 포함됐는지는 끝내 확인할 수 없었다. 김영진 당시 위원장은 오래전 일이어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고, 다른 교수들도 통화를 거절하거나, 이사회 비밀 유지 의무를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개별 이사의 투표 결과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당시 이사들은 거수로 투표하지 않았고 쪽지에 무기명으로 적어내는 방식을 택했다는 사실을 한 사외이사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KB국민은행
SBS는 금감원 조사 결과가 사실인지, 어떤 경위로 K교수가 별도 관리 명단에 들어간 것인지, 아들의 입사 과정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K교수에게 직접 확인했다. 23일 오전 찾아간 사립대 캠퍼스에서 수업에 들어가던 K교수와 우연히 만날 수 있었다.  

Q. 아들의 국민은행 채용에 문제가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A. 나는 그런 일이 있었는지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아들은 서울 사립대에서 전자공학으로 학부를 마치고, 석사 과정에서 재무를 공부했다. 대학원을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채용 공고가 떠서 스펙을 쌓을 겨를도 없이 응시해 서류에서 낮게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대신 이후 과정에서 점수를 잘 받아서 최종 120명에 들었던 게 아닌가 한다.

Q. 교수님 자제분은 별도 관리된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고 금감원이 밝혔다. 채용 과정에 은행에 연락하거나, 은행의 연락을 받은 적이 있나.
A. 전혀 없다. 이 사안 자체를 뉴스를 보고 알았다. 아들이 840등이었단 사실도 뉴스를 보고 알았고.

Q. 연락이 없었다면 어떻게 별도 명단에 관리될 수 있었을까
A. 알 수 없다. 아들은 국민은행에 다니고 있지만, 딸은 최근 다른 은행에 지원했다가 면접에서 떨어졌다. 그 은행에도 내가 리스크 관리 업무로 관여하고 있다. 딸이 "아빠, 검찰 조사 받을 때 꼭 내 얘기를 하라"고 하더라. 우리는 금수저 집안이 아니다.

Q. 2014년 윤종규 회장 선출 때 찬성표를 던진 것 아닌가?
A.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나?(인정하는 취지는 아니었음) 내가 어떻게 했을 것 같아요? 이사회에서 있었던 일은 밝힐 수 없게 돼 있다.

Q. 다시 묻겠다. 아들 채용 과정에 국민은행 윤종규 회장이든 다른 임원이든 누구와도 연락한 적 없는가?
A. 윤 회장과는 아웃바운드로 한 적(전화를 건 적)이 한 번도 없다.

Q. 그럼 받은 적은 있다는 얘기인가  
A. 사외이사 마친 뒤에 식사를 한 적은 있다. (그 과정에서 연락을 받았다는 취지)

K교수는 짧은 대화 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예상대로 부인 일색이었다. K교수 주장이 100% 사실이라면 (진위 여부는 검찰이 밝히겠지만) 공은 KB에게로 넘어간다. K교수의 아들이 지원했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별도 관리 명단에 K교수 아들을 포함한 것은 누구였는지, 누구의 지시가 있었고, 어느 선까지 보고가 됐는지 등은 KB금융지주만이 아는 사실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23일 주주총회에서 "채용비리 논란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인사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왔다. 지역별 우선 채용과 블라인드 면접 등을 선구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겸허하게 수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입장을 최대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K교수 자녀의 합격 경위, K교수와 직간접적인 연락과 청탁이 있었는지도 투명하게 소명할 대상에 포함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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