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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軍이 위수령 검토?…왜 핵심 전제는 뺐을까

[취재파일] 軍이 위수령 검토?…왜 핵심 전제는 뺐을까
지난 20일, JTBC는 "군이 탄핵 촛불집회 때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탄핵 촛불집회 '위수령 검토' 사실로…국방부 문건 나와>, <'무기사용 범위'까지 검토…국방부, 문건 작성 배경 조사>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JTBC는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은 국방부의 위수령 검토 문건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문건에는 구체적인 위수령 발동 절차와 무기 사용 가능성도 언급됐습니다. 문건이 작성된 시점이 작년 2월이었다니 군이 '촛불 무력진압'을 검토했다는 명백한 증거로 해석할 만합니다.

하지만 기사에는 중요한 맥락이 빠졌습니다. 국방부가 위수령이라는 제도를 검토하기에 앞서 이철희 의원이 촛불집회 기간 두 차례나 국방부에 위수령의 제도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국방부는 이철희 의원의 요청에 따라 위수령이라는 제도를 들여다봤던 것입니다.

"촛불집회에 즈음해 이철희 의원의 검토 요청에 따라 국방부가 위수령이라는 제도를 검토했다" 와 "촛불집회 기간에 국방부가 스스로 위수령을 검토했다"의 의미는 천양지차입니다. 전자가 팩트인데도 JTBC는 '이철희 의원의 검토 요청'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 않고 마치 군이 자발적으로 촛불을 진압하기 위해 위수령을 검토한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이철희 의원 측은 "기자에게 전후 맥락을 다 설명했다"며 "기사가 그렇게 나간 것은 JTBC의 판단"이라고 밝혔습니다.

● 이철희 의원 요청으로 軍, 위수령 제도 검토

JTBC가 이철희 의원으로부터 받아 보도한 국방부 문건은 '위수령에 대한 이해'와 '군의 질서 유지를 위한 병력 출동 관련 문제 검토'입니다. "위수령에 의한 병력 출동은 광역단체장의 요청에 의해 시행되고, 군도 능동적으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위수령 근거가 없더라도 자위권 행사나 현행범 체포 등의 경우 비례의 원칙 및 최소 침해성에 입각한 소극적 무기 사용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제한적인 무기 사용도 가능하다고 적시됐습니다. 문건 내용만 놓고 보면 영락없이 '촛불 무력 진압' 검토입니다. 이철희 의원은 JTBC와의 인터뷰에서 "병력 동원에 대한 검토를 했다는 건 아무리 좋게 봐도 '저게 과연 선의였을까'라고 해석하기는 그렇다. '다른 맥락이 있지 않을까'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위수령 논란의 핵심인물, 이철희 의원과 한민구 전 국방장관
앞서 밝힌 대로 국방부가 이런 문건들을 생성한 배경에는 평소 위수령 폐지 소신을 가진 이철희 의원의 검토 요청이 있습니다. 재작년 11월과 작년 2월 이철희 의원실이 국방부에 위수령의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을 서면질의했고 이에 따라 국방부는 위수령이라는 제도를 검토했습니다. 즉, 자발적으로 촛불을 진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철희 의원이 요구하니 제도 자체를 들여다본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국방부 감사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이철희 의원실도 국방부에 검토를 요청한 사실을 인정합니다. 이철희 의원실 관계자는 "국방부가 제도를 원칙적으로 검토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볼 수도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 "핵심 전제 생략은 언론사의 판단일 뿐" 

팩트는 "촛불집회 때, 이철희 의원의 요구로 국방부가 위수령이라는 제도 자체를 검토했다"입니다. 하지만 JTBC는 "촛불집회 때, 국방부가 위수령을 검토했다"라고만 보도했습니다. '이철희 의원의 요구'라는 핵심 전제를 쏙 빼면 현상의 본질이 180도 뒤집혀 보입니다.

기사에는 국방부의 위수령 제도 검토가 이철희 의원의 요구에 따라 촉발됐다는 언급이 한 마디도 안 나왔습니다. 그러니 시청자들은 "군이 자발적으로 촛불집회 진압을 위해 위수령을 검토했구나"라고 이해했습니다.

이철희 의원이 먼저 요구해 검토가 이뤄졌다는 내용이 기사에 들어가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고 기사 가치는 거의 없어집니다. 이런 전제를 뺀 기사는 사실 왜곡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철희 의원실에 "핵심 전제를 뺐으니 기사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기사에 모든 내용을 담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언론사의 취사선택 문제이지 의원실에서 판단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JTBC는 위수령 보도에서 핵심적인 전제를 생략한 이유를 밝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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