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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2018 성매매 리포트 ④ 한국의 존(John)은 누구? 면죄부 된 존스쿨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작성 2018.04.02 13:57 수정 2018.04.02 15: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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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마부작침] 2018 성매매 리포트 ④ 한국의 존(John)은 누구? 면죄부 된 존스쿨
한국 존스쿨#1 실내, 보호관찰소, 낮- 20XX년 3월
 
존스쿨 교육장에서 성범죄자들이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화면 가득히 날아가는 솔개.

"40년 세월에 솔개의 부리는 굽었고 발톱은 닳았다.
남은 40년을 살기 위해 솔개는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
솔개는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이 미래를 어떻게 좌우할까"
 
성구매자 중 초범만 기소유예 조건으로 갈 수 있다는 이른바 '존스쿨'에서 수업 시작 전, 시청하는 영상물이다. 처벌 대신 교육으로 재범을 막겠다는 존스쿨, 과연 효과가 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공개된 적 없던 존스쿨 교육 자료를 단독 입수해 존스쿨의 실효성과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봤다.

● 성매매에 관대한 검찰?…성매매 10건 중 2건만 기소

경찰이 성매매를 적발한다고 무조건 재판까지 가는 건 아니다. 검찰에 송치되면 검사가 기소여부를 판단한다. 절도, 사기, 횡령 등 여느 범죄와 마찬가지 절차다. 다만, 성매매 사건에서 유독 기소율은 낮고 기소유예율은 높다.

성매매처벌법 위반 피의자에는 알선업자, 성판매자도 포함돼 있지만, 대다수는 성구매자로 남성이다. 경찰은 "여태껏 성구매자로 적발된 여성은 본 적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성구매자들은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거의 대부분 검찰로 송치되는데, 검찰에서 다시 법원으로 넘어가는 수는 크게 준다. 기소율이 낮은 것이다.

지난 2006년 전체 범죄 기소율은 49.4%다. 검찰이 사건 100건 중 49건은 재판에 회부했다는 뜻이다. 같은 해 성매매 사건은 어떨까. 2006년 성매매 사건의 기소율은 19.1%로, 전체 평균보다 한참 아래였다. 성매매 사건의 기소율은 계속 20%안팎을 유지하다 2014년 40%까지 올라갔지만, 지난 2016년 26.9%로 다시 낮아졌다. 같은 해 전체 범죄 기소율은 38.8%였다. 개별사건과 비교해보면, 상해 사건 기소율은 45.5%, 강도는 67.5%, 음주운전은 94.6%에 달한다.

성매매 사건 기소율이 이렇게 낮은 것은 검찰의 처벌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할 수 있는데, 검찰은 성매매 사건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업소에서 결제 내역이 나와도, 피의자가 부인하면 성판매자가 해당 남성과의 관계를 인정해야 되는데, 성판매 여성의 특정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는 은밀히 이뤄지므로 입증이 까다로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매매 사건의 낮은 기소율의 원천적인 요인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기소유예다.

● '죄는 인정되지만…처벌은 안 한다'…현행범 체포에도 기소유예

기소유예는 '죄를 인정하면서, 공소 제기를 하지 않는 것'으로 불기소 처분의 한 종류다. 때문에 범죄경력조회 즉 '전과'에 남지 않고, 취업 등 사회생활에 불이익은 없다. 말 그대로 검사가 선처를 베푼 건데, 성매매 사건에서 이런 '선처'가 유독 눈에 띈다. 바꿔 말해 성매매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돼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마부작침> 분석 결과, 지난 2006년 성매매 사건의 기소유예율은 67.8%에 달했다. 같은 해 전체 사건의 기소유예율(13.0%)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수치다. 성매매 기소유예율은 2009년 70%를 넘었고, 한 때 40%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2016년 51.3%로 상승했다. 성매매 사건의 절반 이상이 검찰의 선처로 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채 처벌을 피했다는 뜻이다. 같은 해 전체 범죄의 기소유예율은 18.0%, 폭행 8.2%, 강도 5.2%, 상해 29.3%였다.

"당신의 죄는 인정되지만, 처벌하진 않겠다"는 기소유예는 검찰 '기소편의주의'의 대표적 사례다. 검사의 자의적 형벌권 행사, 재량권 남용 여지가 있어 문제로 지적받기도 하지만,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도 사연이 있듯'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다. 즉, 적절한 기소유예는 정의구현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기소유예가 유독 성매매 사건에 집중된다는 점이고, '존스쿨'은 그 지렛대로 활용되는 측면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성매매 기소유예의 절대 다수는 존스쿨에서 교육을 받는 조건으로 처리되고, 이런 처분은 검사의 자의가 아닌 내부 기준에 근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존(John)' 10만 명 육박

존스쿨이 무엇이길래, 검찰은 존스쿨을 기소유예의 명분으로 삼을까. 존스쿨 제도는 1995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성구매를 하다 체포된 남성 대부분이 실명을 숨기고 자신의 이름을 '존(John)'이라고 말하면서 존스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에서도 존스쿨을 정식 명칭처럼 쓴다.

한국에서도 재범을 막기 위해선 처벌 보단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2005년 존스쿨 제도를 도입했다. 별도의 설치법 없이 대검찰청의 지침(성구매자 재범방지를 위한 교육 실시방안 및 성매매알선 등 처리지침)에 근거해 운영되고 있다. 존스쿨은 성구매자면 누구나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성인을 상대로 한 성구매자 중 초범만 교육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한국엔 존스쿨 (John School) 출신의 '존(John)'이 급격히 늘어났다. <마부작침>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1만 6,196명, 이듬해 3만 2,435명까지 늘어났고, 2017년엔 5,637명이 존스쿨을 다녀왔다. 이렇게 지난 10년간 누적된 '존'은 96,064명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존스쿨은 기본적으로 "성구매는 경미한 범죄"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물론 살인, 강도에서 기소유예가 드물듯 죄질에 따라 처분은 달라질 수 있고, 처벌만이 정의 구현의 전부는 아니다. 문제는 제한적으로, 예외적으로, 엄격하게 이뤄져야 할 기소유예가 기계적으로 남발되는 것이고, 또 다른 문제는 존스쿨의 실제 효과 여부다.

● 16시간짜리 존스쿨 교육…성매매 피하는 법 '술에 취한 척해라'

법무부는 '남성 중심의 왜곡된 성인식을 교정하고, 성매매의 범죄성과 반인권성을 인식시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반대의 견해도 상당하다. <마부작침>은 존스쿨 교육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법무부에서 만든 존스쿨 교육 자료를 입수해 확인했다.

이 자료의 정식 명칭은 '성구매자 교육(존스쿨) 전문 프로그램 매뉴얼'이다. 현재 존스쿨은 2012년 개발된 매뉴얼로 교육시키고 있다. 이전엔 하루 8시간 교육으로 끝났는데, 현재는 이틀에 걸쳐 '6개 모듈, 15개 세션'으로 구성된 16시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묘사한 '솔개의 선택' 동영상으로 시작되는 교육은 다양한 형태와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론 교육(모듈2)은 물론,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성구매자 남성끼리 토론(모듈3)도 하고 'OX 퀴즈'도 진행한다. 성매매 여성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시청각 자료(모듈4)도 이용한다.

성구매 상황이나 유혹에 처했을 때를 대비하는 교육(모듈5)도 준비돼 있다. 이 과정에서 대처방법도 소개되는데, 제시된 방법은 '1. 그 자리에서 도망간다(36계)', '2. 술에 취한 척 한다', '3. 회식 등 술자리를 피한다'이다.

● "교육 시간 부족, 방법 부실…존스쿨 발상 자체 실효성 의문"

이런 방식의 교육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마부작침>은 전문가들에게 매뉴얼을 보내 평가를 부탁했다.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았다. 채순옥 단국대 대학생활상담센터 교수는 "성구매 남성들이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 법률, 성매매 여성의 현황 교육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보단 성구매를 멈추기 위해 당사자들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교육 내용에 의문을 제기했다.

존스쿨 자체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도 있었다. 박찬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몇 시간 되지 않는 교육으로 성인 남성의 성의식을 변화시킨다는 발상 자체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현재 존스쿨에서 교육을 하는 전문가도 비슷한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이순심 성매매근절을위한 한소리회 대표 역시 "억울하고 분하다는 생각으로 존스쿨에 임하는 사람들이 많아 교육 효과는 크지 않다"며 "존스쿨 효과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 한국의 존은 누구? '30대 고학력 사무직 남성'

존스쿨 효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선 우선 존스쿨의 교육 대상자 , 즉 '존'이 누군지에 대해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마부작침>은 취재 과정에서 관련 내용이 여성가족부가 발간한 비공개 자료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 보고서'에 포함된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입수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존스쿨 이수자의 48.2%는 30대였다. 40대가 24.6%, 20대 19.8%, 50대 6.0% 순이다. 존스쿨 이수자 10명 가운데 7명은 30~40대다. 대졸이 61.8%, 고졸은 27.3%, 대학원 이상이 6.5%였다. 월평균 소득은 '181만 원~240만 원 이하'가 37.3%으로 가장 많았는데, '301만 원~400만 원 이하'의 비율도 36.1%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401만 원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도 13.9%나 됐다. 직업은 사무직이 28.4%로 가장 많았고, 전문직도 12.0%로 나타났다. 미혼이 53%, 기혼도 38.6%로 분석됐다.


요약하면, 한국의 존들 대부분은 비교적 소득이 높은, 대졸 이상의 고학력 사무직 남성이다. 해외에선 '성구매 남성은 소득과 학력 수준이 낮고, 성중독 또는 약물중독의 특징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존스쿨 제도를 시행했는데, 이와는 차이가 크다. 이런 특성이 작용된 탓일까. 보고서에서는 존스쿨 제도를 평가하기 위해 검사, 보호관찰소 담당자, 존스쿨 강사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했다. 면접에서 이들은 앞서 전문가들과 비슷하게 존스쿨 교육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음주와 성구매, 스트레스와 성구매, 이런 것들이 강의내용에 들어간 것이 의아하다. 과연 스트레스, 술 때문에 이들이 성구매를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존스쿨 강사/2016 성매매 실태조사中)

"우리가 도둑질하면 안 된다는 거 다 알잖아요. 술 먹었다고 도둑질 안 하는 것처럼. 그러니까 성매매는 도덕적으로 나쁘다는 확신을 줘야한다." (검사/2016 성매매 실태조사中)

● "존스쿨엔 초범이 아닌 '존'들이 더 많다"…면죄부 된 존스쿨

존스쿨 교육 내용은 물론, 제도 자체에 대해 비판도 많지만, 존스쿨 교육 대상 즉 '존'이 잘못 선정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법무부와 검찰은 존스쿨의 취지와 목적을 위해 교육 대상을 '성구매 초범'으로 제한했지만, 실제로는 초범이 아닌 '존'들이 대다수라는 것이다. '2016년 성매매 실태보고서'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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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에 따르면, 존스쿨 이수자 중 성구매 횟수가 1회라고 답한 이들은 37.3%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2회 이상, 특히 10회 이상이라는 응답한 이들도 17.2%나 됐다. 검찰 관계자는 "초범은 처음 적발된 것을 뜻하는 것"이라며 "수사 당시엔 이들의 현재 범죄만 다룰 뿐, 과거에 얼마나 성구매를 했는지는 알기 어렵고, 알 수도 없다"고 말했다.

<2018 성매매 리포트①, , >편 기사에서 보도했듯 성매매는 한국 사회에서 '들킨 죄'가 됐고, 검찰 입장에서 과거 성구매 사실까지 입증하긴 어렵다. 하지만, 장시간에 걸쳐 습관적으로 성구매를 한 '존'들의 성(性) 의식과 관념을 16시간의 짧은 교육으로 변화시키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존스쿨을 이수한 '존'들 중에서 또 다시 존스쿨에 가는 경우도 확인됐다. 존스쿨 재수생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존스쿨 재이수자로 확인된 '존'은 28명, 2015년에도 10건에 이르고 매회 반복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가 공식적으로 "초범 대상 재범 방지 교육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 존스쿨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존스쿨 관리의 부실함은 또 있다. 존스쿨 이수자 중 재범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존스쿨을 통해 성구매가 중단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를 어떤 곳에서도 생산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존스쿨 도입 13년이 지났는데도, 효과를 점검할 구체적 자료조차 없다는 뜻이다.

존스쿨이 과연 한국 성매매 현실에 적합한 제도인지 섣불리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비현실적 교육, 부실한 관리로는 존스쿨의 목적이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이렇게 운영하면 성구매자들에게 면죄부만 주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 박찬걸 교수는 "16시간 교육으로 죄를 사해주는 기소유예는 국가 스스로 성매매 범죄의 가벌성이 경미하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실에서 일명 '재수 없게' 걸린 성구매자들에게 일종의 혜택을 제공하고, 상습적 성매매에겐 전형적인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분석가(hyeminan@sbs.co.kr)
디자인 : 장지혜
인턴 : 김인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