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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성에게 가산 1점' 적극적 우대조치 확산, 성평등 문화의 디딤돌 될까?

[취재파일] '여성에게 가산 1점' 적극적 우대조치 확산, 성평등 문화의 디딤돌 될까?
● 여성 지원자들에게 가산점 '적극적 우대조치' 본격 도입

중소벤처기업부는 청년층의 벤처기업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 ‘청년창업사관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만 39세 이하 벤처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교육을 실시하고 연간 1억원(최대 2년간 2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올해도 서류심사와 심층면접, PT 면접을 통해 지원받을 예비 창업자들을 선발했습니다. 선발된 벤처기업 창업자들은 시제품 제작비용, 마케팅 비용, 사무공간과 해외 진출 등을 지원받게 됩니다.

그런데 지원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었습니다. 서류 심사에서 여성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대목입니다. 특허권 소지자와 창업경진대회 입상자, 여성, 장애인 등이 가산점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이 사업에 지원했다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한 한 20대 남성은 “벤처기업이라는 아이디어 경쟁에서 성별에 따른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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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사관학교 관계자는 “벤처기업 여성 창업 비율이 너무 낮다며 여성창업을 장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서류심사 통과자 315명 가운데 남성이 261명, 여성은 54명으로 절대적인 성비는 남성이 많았습니다.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33,360개의 벤처기업 가운데 여성이 대표인 기업은 2,923개로 전체의 8.8%에 불과했습니다.

강한 행정적 혜택으로 여성의 비율을 늘리겠다는 '적극적 우대조치'입니다. 여성의 비율이 적은 분야에서 이 적극적 우대조치가 공모전과 국가연구과제, 고용까지 확산되고 있습니다.

● 특허권 가산점 = 여성 가산점, 적정선은 어느 정도?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는 1961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 행정부의 ‘행정명령 10925(Executive Order 10925)’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인종과 종교, 국적, 장애를 이유로 고용상의 차별을 금지하겠다는 개념이자 정책입니다. 이후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고용비율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정착됐습니다.

하지만 인종과 성별을 이유로 가산점을 못 받는 대상도 생긴다는 점에서 역차별 논란이 이어진 것도 사실입니다. 어느 정도 비율이 차별을 극복한 것인지, 가산점은 어느 수준으로 부여해야 하는지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서울시가 설립한 ‘서울 창업허브’도 지난해인 2017년 11월 예비창업기업 육성프로그램에서 여성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했습니다. 창업과 관련된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 보유자 (0.5점), 정부 창업경진대회 입상자 (0.5점), 여성 (0.5점), 장애인 (0.5점) 등 가점 대상에게 모두 0.5점의 같은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프로그램의 한 지원자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이해되지만 특허권 소지자와 같은 가산점을 받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며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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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가산점 실효성 문제…보여주기식 제도 안 되려면

우리나라는 특히 고용과 노동 측면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심각합니다. 심지어 2015년에 국내 한 은행이 남성지원자들을 뽑기 위해 남성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암묵적으로 기업들이 남성과 여성의 성비를 미리 설정하고 고용하려는 행태가 여전합니다. 남성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1점이 존재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2017년 공공기관인 한국OO평가원은 모집공고에서 여성에게 가산점 1점을 부여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기관 내 여성비율이 적기 때문입니다. 공공기관 인턴 경험과 한국사 검정능력시험(2급 이상)에도 1점을 부과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주어지는 1점은 취업준비생들이 말하는 ‘스펙’의 관점에서 적지 않은 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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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이 인터넷상에 공개되자 성별이 가산점의 대상이 되면 안 된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간절한 입사 지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부당하다고 느낄 소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OO평가원은 2017년에 2명을 채용했고, 합격자는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여성 가산점 제도가 정말 여성의 고용창출을 늘릴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여성 고용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차별을 해소 하는데 큰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본인의 실력으로 합격한 사람들까지 ‘가산점 때문에 합격한 거 아니냐’는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습니다. 

성별에 따른 가산점은 상대 성별에겐 역차별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탈락한 지원자들에게는 심리적 박탈감을 줄 수 있습니다. 단점이 있는 만큼 확실한 효과를 발휘해 성평등 문화로 가는 디딤돌이 돼야 합니다. 단순히 제도만 도입하고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행정편의적인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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