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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전피의자심문이 무산된 진짜 이유

[취재파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전피의자심문이 무산된 진짜 이유
오늘 오전 10시 30분 예정이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전피의자심문 개최가 무산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검찰에는 오늘 예정이던 피의자심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고, 법원에는 출석하겠다는 엇갈리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 심문기일 개최 무산의 주된 이유로 보도됐습니다. 사실일까요?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지난 월요일(19일) 오후 5시 30분쯤이었습니다. 영장청구서를 접수한 서울중앙지법은 다음날인 화요일(20일) 오전 10시 50분쯤 심문기일을 목요일(22일) 오전 10시 30분에 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법원은 검찰에 이 전 대통령을 심문이 열릴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으로 강제로 데려올 수 있는 구인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그런데 화요일 오후 5시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심문기일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법원에 제출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습니다. 검찰은 구인영장을 집행해 심문기일이 예정된 목요일 10시 30분까지 이 전 대통령을 법원에 데려올 수 있었습니다. 법원도 일단 예정된 심문기일을 개최하고,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았다면 검찰에 구인장 집행을 명령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 사유서 제출이 심문기일 진행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론적인 이야기입니다.

● 20일 오후 5시…이 전 대통령 "구속전피의자 심문 불출석 할 것"

심문기일을 하루 앞둔 어제(21일) 법원은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22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된 심문 기일 개최에 변동 사항이 없냐는 취재진의 확인 요청에 영장판사를 비롯한 법원 관계자들은 숙고와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전 중 나온 법원의 공식 입장은 피의자와 변호인의 출석의사, 검찰의 구인영장 집행여부 등을 명확히 확인한 다음에 심문 절차 진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피의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이미 표시했기 때문에 문제는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이 출석을 할지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 의사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구인영장을 집행할지 여부였습니다. 무게는 검찰의 구인영장 집행여부에 더 쏠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21일) 오후 3시 20분쯤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22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심문기일에 출석하겠다는 의견서를 접수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심문기일이 개최될 경우' 변호인단은 출석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슷한 시간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측은 "변호인단은 기일이 열릴 경우 출석하겠다는 입장과 피의자 불출석시 기일 진행이 불가능하다면 변호인도 의견서를 제출하고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법원과 검찰에 제출했다"고 기자에 전해 왔습니다. 그러면서 피의자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변호인만 참석해 심사기일을 진행하는 데 검찰은 부정적인 입장이라는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4시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발부된 구인영장을 법원에 반납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강제로 구속전피의자심문에 데려오진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현한 것입니다. 그 결과 22일로 예정됐던 구속전피의자심문과 관련한 가능성은 2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예정된 심문기일에 변호인과 검사만 출석한 상황에서 진행을 할 것인지, 아니면 심문기일을 열지 않고 서류 심사만 통해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인지로 말이죠.

● 21일 오후 4시 50분…법원 "심문기일 개최 취소…변호인 의견 확인 필요"

그런데 어제 오후 4시 50분쯤 법원은 22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됐던 심문기일을 열지 않겠다고 공지했습니다. 향후 진행 방식에 대한 결정은 22일 중으로 결정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결정의 배경에는 변호인 측에 법원과 검찰에 제출한 의견이 다르다는데 있었습니다.

법원은 검찰이 '피의자와 변호인이 구속전피의자심문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며 구인영장을 반납했다고 밝혔습니다. 22일 예정된 심문에 변호인은 무조건 참석하지 않겠다고 이해될 수 있는 것으로, 법원에 낸 입장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법원은 변호인 측의 명확한 의사를 확인 이후에 심문 방식 및 심문 기일 개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변호인 측이 검찰과 법원에 낸 의견은 실제로 달랐을까? 재차 확인하는 취재진에게 이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양쪽에 낸 의견은 다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 쪽에 의견서를 낸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검찰이 구인장 반환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의자 즉,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진행이 불가능하면 서면심사를 해도 이의가 없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줬다는 겁니다.

즉, 변호인 측은 '이 전 대통령의 불출석시 심사 기일이 열리지 않으면'이라는 조건 하에 심사 기일에 불출석하겠다는 의견을 보냈는데, 검찰이 조건 절을 빼고 법원에 구인영장을 반납했다는 겁니다. 실제 검찰이 조건절을 빼고 법원에 구인영장을 반납했는지, 혹은 변호인단이 검찰에 낸 의견서가 오해의 소지가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변호인 측은 명확한 의사를 묻는 법원의 요청에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한 상태서 심문 기일이 열리면 변호인단은 출석하겠다. 하지만, 피의자 불출석 시 심문 기일이 개최가 불가능하면 변호인단은 출석하지 않고, 서면 심사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의가 없다"는, 어제 오후 3시쯤 제출한 의견서와 사실상 동일한 내용의 의견서를 어제 오후 6시쯤 추가로 제출했습니다.

법원은 오늘 오전 10시쯤 서면심사만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불출석 의사가 확고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박범석 영장전담부장판사가 검찰의 영장 청구 이후 계속 서류 검토는 해 왔던 만큼 심사 결과는 이르면 오늘 밤 늦게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외형상 오늘 심문기일이 무산된 것은 변호인이 검찰과 법원에 낸 의견서 취지가 엇갈리면서 빚어진 해프닝처럼 보입니다. 물론, 가장 큰 책임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위해 마련된 구속전피의자심문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린 이 전 대통령에게 있습니다. 특히, 구속전피의자심문 '포기'가 아닌 '불출석'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냈던 게 크게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면에는 검찰과 법원의 정치적 부담도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MB의 정치적 행위와 무산된 구속전피의자심문 개최

검찰은 피의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의사와 관계없이 구인장을 집행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 자택에서 이 전 대통령을 강제로 법원으로 데려오는 것에 부담을 느꼈던 듯합니다. 그러면서 변호사만 출석한 가운데 진행되는 심문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서면 심사만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가려달라고 했던 듯합니다.

법원도 오늘로 예정됐던 심문기일을 그대로 개최해도 됐습니다. 심문기일을 열어 검사만 출석했을 때, 검찰에 구인장을 집행해 피의자를 데려오라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사법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장호중 전 검사장에 대한 구속전피의자심문 때 법원은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이 전 대통령이 불출석 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혔던 만큼 서류심사만으로 영장 발부를 가리겠다고 결정했어도 됐습니다. 구속전' 피의자' 심문이지 구속전 '변호인' 심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법원도 전례가 별로 없는 상황, 그리고 피의자가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부담스러워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적으로는 서류 심사만으로 결정했어도 되지만, 피의자가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 그리고 변호인단은 출석 의사를 밝혔다는 이례적인 상황을 고민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검찰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며, 구속전피의자심문 출석을 거부한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가 오늘로 예정됐던 구속전피의자 심문 개최를 무산시키는 데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만약 영장이 발부돼 집행될 경우, 자택에서 강제로 나오는 모습을 통해 또 한번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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