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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끝까지판다②] 에버랜드 방문한 국토부 공무원…"공시지가 폭등 대비" 통보

<앵커>

저희는 지난 이틀 동안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의 주요 길목에서 요동쳤던 용인 에버랜드 땅값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시기에 부풀려진 땅값은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결정적 이유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이처럼 땅값이 특정 시점에 땅 주인인 삼성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움직였던 배경이 뭔지 오늘(21일)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시청자분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먼저 나라가 정하는 땅 값, 즉 공시지가를 어떻게 매기는지부터 설명드리겠습니다. 국토부가 매년 발표하는 공시지가는 전국에 필지가 너무 많기 때문에 기준을 몇 군데 정해놓고 나머지는 옆 땅에 따라서 매기게 됩니다.

이 일을 국토부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한국감정원이란 곳에서 대신 하는데, 각 지역마다 감정평가사가 배정됩니다. 때문에 감정평가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2015년 에버랜드 땅값을 정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 일어납니다. 국토부의 담당 공무원들이 에버랜드를 직접 방문해 표준지 공시지가를 올릴 거라는 계획을 미리 통보했다는 겁니다.

이병희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4년 11월, 국토교통부 부동산평가과 사무관 A씨가 용인시 포곡읍에 있는 에버랜드 사무실을 방문했습니다.

사무관 A씨는 다른 국토부 직원과 감정평가사 2명을 대동해 제일모직 총무팀 직원을 만났습니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이 자리에서 '내년에 제일모직 표준지를 여러 개로 나누면서 공시지가를 높일 테니 그에 맞춰 대비하라'는 말을 제일모직 측에 전달했다고 이 자리 동석자가 전했습니다.

표준지 공시지가 발표는 매년 2월, 한창 표준지를 선정하고 평가하는 시점인 전년 11월에 특히, 표준지가 최종 확정되기도 전에 국토부 담당 직원이 표준지의 증가와 가격 상승에 대해 미리 방향을 잡아 통보한 겁니다.

국토부는 당시 담당 직원이 에버랜드를 방문한 것은 사실이라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방문이 아니라 표준지 선정의 적정성을 위한 공식 업무였고 제일모직뿐 아니라 전국 12곳을 다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방문이 이례적인 게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국토부 담당자는 "전국 표준지가 50만 필지나 되는데 담당 공무원 2명이 어떻게 현장을 방문하겠느냐"며 "이상한 것이고 특이한 케이스"라고 말했습니다.

이 이례적인 일의 배경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국토부 담당 과장이었던 박 모 씨를 수소문해 찾아갔습니다.

재직 당시 뇌물 수천만 원을 받아 수감됐다가 지난해 가석방된 박 씨는 끝내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당시 국토부 담당 과장 가족 : (박00 과장님 계신가요?) 통화해봤는데 본인이 별로 만날 생각이 없으신것 같은데요. 퇴직했는데 왜 찾아왔는지 모르겠다고.]

서승환 당시 국토부 장관에게 물었지만 모르는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서승환/전 국토부 장관 : (장관님의 최종 결재가 나야 기준지가 7개로 세분화 되는 건데…) 그 내용은 전혀 기억이 없고 전혀 몰라요 그건.]

공정한 지가 산정을 위해 독립성이 필수적인 토지 감정평가 업무 과정에 국토부 공무원이 미리 왜 개입했는지 국토부 내부의 조사가 필요합니다.

(영상편집 : 조무환,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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