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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갑질' 이보다 더할 수 있을까

[취재파일] '갑질' 이보다 더할 수 있을까
"'갑질' 이보다 더할 수 있을까" 최근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대림산업 임직원들의 하청업체에 대한 갑질 행태를 보면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하청업체인 A사는 대림산업과 30년 넘게 거래해온 업체였습니다. 하남 미사 지구 택지조성 공사, 서남분뇨처리 현대화 공사, 상주-영천 간 민자 고속도로공사, 시화 상수도 공사 등 대림이 맡은 굵직한 건설사업들에 참가했는데, 이런 수주를 준다는 게 '갑질'의 조건이 됐습니다. A사 입장에선 사업 수주를 따내려면 대림산업의 심기를 감히 건드릴 수 없었던 거죠.

'갑질'의 주축은 대림산업의 현장소장들이었습니다. 현장소장이라 하면 건설사 부장급인데, 말 그대로 현장에서는 왕과 같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당 공사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하청업체들이 꼼짝 못 하는 구조입니다. 이들은 "하청업체 평가를 잘해서 다음 수주를 맡을 수 있게 해주겠다", "설계변경을 해서 공사비를 더 늘려 많이 받아갈 수 있게 해주겠다"는 등의 명목으로 A사로부터 돈을 뜯었습니다.

한 번에 2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수백만 원씩 갈취했습니다. 접대비도 다 떠넘겼습니다. 공사 발주처나 감독관을 접대하는 자리에 A사 대표나 임원을 불러 계산시켰습니다. 접대부가 나오는 유흥주점 계산을 주로 시켰는데, 자신들의 법인카드로는 걸린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하청업체 임원은 새벽에 자다가 연락받고 유흥주점에 불려 나가 대신 술값 계산하는 일이 수시로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한번은 현장소장이 당시 대림산업 토목사업본부장 김 모 씨의 아들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하청업체 측에 알렸습니다. 경조사가 있으니 인사하고 눈도장을 찍으라는 거였습니다. 갑질은 결국 토목사업본부장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청업체 측은 김 씨 집을 찾아가 김 씨의 부인에게 아들 결혼 축의금으로 2천만 원을 건넸습니다. 실제 결혼식 날에도 찾아가 축의금 100만 원을 더 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한 현장소장은 자기 딸이 이번에 대학에 입학하게 됐다며 등교하는 데 필요한 차를 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처음엔 현대차를 사달라고 하더니, 그 요구가 나중엔 BMW를 사달라는 거로 바뀌었습니다. 이를 거절하지 못하고 하청업체가 현장소장의 딸에게 사준 차는 BMW 320i, 4천 600만 원짜리였습니다.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갑질' 가해자들은 모두 11명이었습니다. 토목사업본부장이던 김 씨는 이후 대표이사로 승진해 최고위층부터 중간 간부까지 모두 갑질에 가담한 셈이 됐습니다. 이들이 4년 동안 뜯은 돈은 6억 1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이를 쉽사리 거절하거나 고발하지 못했습니다. 요구한 돈을 주지 않으면 현장소장이 즉각 공사를 중지시키고 공사 중간대금을 안 줘버리니 방법이 없었던 거죠.

그럼 하청업체 측은 어떻게 고발했을까요? 일단 첫 번째 이유는 갑질의 도가 점점 심해져 걷잡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하청업체 대표 말에 따르면 모 현장소장은 3억을 달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 더이상 수용하긴 어려웠겠죠. 게다가 이 하청업체는 대림산업으로부터 추가 공사비 100억 이상을 못 받았습니다. 계속된 갑질에 공사비 미지급으로 인한 손실까지 떠안으면서 결국 이 업체는 2015년부터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됐습니다. 더이상 잃을 게 없어지다 보니 용기를 내게 된 셈이죠.

대림산업은 국내 건설사 4위의 굴지의 대기업입니다. 이런 대기업에서 이런 부끄러운 갑질이 팽배했다는 게 잘 믿기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 연루된 11명은 결국 모두 기소의견으로 송치됐고, 이 중 현장소장 2명은 구속됐습니다. 5명은 퇴직 처리됐다고 전해졌습니다.

대림산업은 앞으로는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남은 임직원들도 철저히 조사해 사규에 맞는 징계를 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과연 대림산업이 국내 건설사 4위에 걸맞은 '클린'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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