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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춘분이라는데 눈이 펑펑"…계절과 다르게 느껴지는 '절기'의 비밀

[라이프] "춘분이라는데 눈이 펑펑"…계절과 다르게 느껴지는 '절기'의 비밀
오늘(21일)은 24절기의 네 번째인 춘분(春分)입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은 '꽃샘바람이 잠자는 나무를 흔들어 깨우는 날'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봄이 금방이라도 찾아와야 할 것 같은 절기지만, 오늘은 봄이 실종된 느낌입니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쌀쌀한 날씨에 강원과 충청 남부 지역에는 대설특보까지 내려지면서 많은 비와 눈이 내렸는데요. 낮에는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도 눈이 내렸습니다.

춘분인데도 이렇게 추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24절기가 계절의 변화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걸까요? 오늘 SBS '라이프'에서는 계절을 구분하는 기준인 절기와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 음력 아닌 양력 기준…24절기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설과 추석도 음력으로 따지는 우리나라에서 절기가 태양의 움직임인 양력(陽曆)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절기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사용하는데요. 계절의 변화를 담은 절기는 총 24개가 있습니다.

사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고 있지만, 지상에서 관측하는 우리에게는 태양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때 태양이 1년에 걸쳐 지나가는 길을 '황도(黃道)라고 부르는데요. 절기는 태양이 황도를 15도 움직일 때마다 한 번씩 돌아옵니다.
*그래픽
태양의 움직임에 따른 24절기 그래픽
황도 한 바퀴 360도 (나누기) 절기 개수(24개) = 15도
365일 (나누기) 절기 개수(24개) = 약 15.2일 //
만약 절기를 음력으로 따졌다면 해마다 춘분 날짜가 달라졌을 텐데요. 태양이 움직이는 15도가 약 15.2일이기 때문에 하루 이틀 차이는 있지만 춘분은 3월 20일 또는 21일, 입추(立秋)는 8월 7일 또는 8일로 고정된 이유도 양력을 기준으로 절기가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 계절 변화와 절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렇다면 오늘처럼 절기와 실제 계절에 차이가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실 이런 차이가 생긴 데는 한 가지 요소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닙니다.
(배너) 24절기의 기준은 중국 화북지방이다?
절기는 중국에서 유래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6세기경부터 24절기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도입한 절기의 기준은 중국 화북지방이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화북지방의 대표 도시인 북경이 북위 39.55도, 서울이 37.6도로 두 지역에 기후 차이가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절기가 중국의 특정 지역에 맞춰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계절 변화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배너) 절기는 농사에 적합한 날씨를 알려준다?
절기가 만들어진 목적이 지금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농경사회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은 씨를 뿌리고 작물을 수확하는 데 가장 좋은 날씨를 파악하는 데 절기를 활용했습니다. 절기가 양력으로 정해진 이유도 한 해 농사를 망치지 않으려면 날씨와 계절을 파악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4절기 중에는 봄 농사를 준비하는 '청명(淸明)',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는 소만(小滿) 등 농사와 연관된 날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산업이 발달했고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계절의 흐름 역시 농업 중심이 아닙니다. 과거에 비해 기후나 계절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데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최근 10년간 서울의 기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을에 접어든다는 입추는 대개 폭염 속에 맞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과거 우리 조상들은 햇빛을 충분히 받아 벼가 한창 무르익은 시기를 가을의 시작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배너) 한반도의 기후변화, 절기 차이 만들었다?
일각에서는 절기가 처음 도입된 뒤 시간이 많이 흘렀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24절기가 만들어진 지 1,600여 년 가까이 흐른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 산업화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폭우와 폭설, 폭염 등의 기상이변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아열대성 기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기후변화가 장기간 누적돼 절기와 맞지 않는 날씨와 계절을 만들어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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