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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로또 아닌 '포상금'…회사원 세 명에 900억 돈벼락

김범주 기자 news4u@sbs.co.kr

작성 2018.03.21 10:22 수정 2018.03.21 10:4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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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입니다. 미국의 일반 회사원 세 명이 돈벼락을 맞게 됐습니다. 무려 한 사람 앞에 평균 우리 돈으로 300억 원씩, 모두 900억 원 가까운 돈을 받게 됐습니다. 아침부터 300억 원 하니까 "어휴"란 말이 나오죠.

같이 로또를 샀냐, 그건 아니고요. 증권사가 불법을 저지른 걸 정부에 고발해서 미국 역사상 최대에 포상금을 받게 된 겁니다.

얘기는 이렇습니다. 메릴린치라는 유명한 증권회사가 있죠. 이 회사가 그러면 안 되는데 고객들이 맡긴 돈을 가지고 주식 투자 쪽에 써서 돈을 벌고 있다는 걸 정부에 고발을 한 겁니다. 정부가 그래서 이 메릴린치한테 벌금을 4천400억 원을 받아냈고 그중에 5분의 1 정도를 뚝 떼서 이 내부고발자들한테 준 겁니다.

그런데 돈도 돈이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내부 고발자들 신원을 철저하게 지켜줬다는 겁니다. 누군지 힌트가 될만한 정보들은 다 차단을 해서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돈을 받은 사람들은 지금도 일하던 회사에서 그대로 일을 하고 있는 걸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의를 지키고 300억 원씩 받은 다음에 계속 그냥 하던 일 한다.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죠.

미국이 내부고발자들을 이렇게 우대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경제활동은 자유롭게 하게 놔둡니다. 하기도 전에 규제 만들고 '감 놔라 배 놔라' 하면 김빠지니까요. 그랬다가 '뭔가 걸리면은 정말 끝장을 보겠다.' 이런 원칙인 거죠. 여기서 중요한 게 바로 내부고발자입니다.

정확하게 그리고 비교적 쉽게 잘못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 증권가에서는 만약에 잘못된 걸 고발해서 우리 돈으로 10억 원 이상 돈을 물게 만들었다면 최고 그 돈에 30%까지 신고한 사람에게 줍니다.

6년 전에 이 규정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52명이 우리 돈으로 2천800억 원을 받아갔습니다. 한 사람당 평균 50억 원이 넘고 이전에 최고 액수는 300억이었는데 이번에 900억 원짜리가 새로 나온 겁니다. 찜찜한 일 시키는 대로 하다가 공범이 되느니, 돈도 주고 신원도 지켜준다면 신고를 하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겠죠.

이쯤 보고 나니까 우리는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도 많이 좋아지고는 있습니다. 지금까지 회사들끼리 담합한 걸 신고해서 4억 8천만 원을 받아간 사람이 최고입니다.

그 이상 받아가는 사람도 곧 나올 수도 있는데, 포상금 상한액을 계속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일 많은 돈이 걸린 게 재벌 회장 일가가 회사를 이용해서 자기 돈벌이를 한 걸 신고하면 최고 20억 원입니다. 그리고 회사들 회계 조작이나 보험사기는 10억 원, 대리점에 본사가 갑질하는 것도 올해 7월부터는 5억 원까지 보상금을 줍니다.

그런데 돈 말고요. 아직 손볼 부분이 많습니다. 최고 얼마 이런 식으로 말고요. 미국식으로 '걸려서 벌금 받아내면 30%까지 준다' 이렇게 확실하게 보상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고요. 또 신고할 대상도 몇 가지만 딱 정하지 말고 "공공기관 같은데 불법은 다 고발하세요. 포상금 드립니다." 이러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채용 비리 이런 것도 이렇게까지 온 곳이 더럽게 진행되지 않았겠죠.

그리고 진짜 중요한 건 꼭 돈이 아닙니다. 지금 같은 경우는 자기 이름 적고 주민등록번호 적어야만 신고를 받습니다. 이래서야 신고하는 사람이 안심이 안 되죠. 외국은 변호사를 통해서 대리 신고가 가능하거든요. 처음에 보셨던 900억 원 건도 변호사가 얼굴을 드러내고 중간에서 일 처리를 해줘서 이 고발자들이 드러나지 않은 겁니다.

그래서 우리도 신원 잘 가려주고요. 돈도 확 늘려서 예를 들면 '내부고발자가 100억 원을 타갔다. 지금도 누군지 모르는데 잘 산다더라.' 이런 뉴스 전할 수 있었으면 사회가 더 깨끗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