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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해서 미안하다?…앞으로도 이어갈 '싸움'

엄마, 아빠 
#미투 해서
미안해
2011년 어느 날
중학교 3학년인 저에게 

강제로 입을 맞춘 사람은 
학교 선생님이었어요.
진로 상담을 해주던 선생님은 
저를 승용차와 자취방으로 부르기 시작했어요.
 
제게 학교는 울타리가 아니라 
지옥이었어요.
선생님의 끔찍한 행동은
1년이나 계속됐지만 
저는 아무에게도 도움을 구하지 못했어요.
다른 선생님들이
저를 ‘나쁜 아이’로 볼까 봐,
친구들 사이에서 소문이 날까 봐 두려웠어요.
단짝 친구에게 
털어놓은 적도 있어요.
친구는 덜덜 떨며 고백하는 저를 차갑게 쳐다보며 "더럽다"고 했어요.
그때 저는 무너졌어요. ‘사람들이 나한테만 
손가락질하겠구나.’ 

‘전학을 가도 
벗어날 수 없겠구나.’
죽는 날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왜 이제야 말하냐고요?
그가 여전히 선생님이라서요. 누군가 16살의 나처럼
외롭게 울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
유행을 따라 하듯 
쉽게 말하는 게 아녜요. 
비밀을 꺼내면서 부모님께 얼마나 죄송했는지 몰라요.
제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숨기고 살아온 걸 
부모님이 알게 되면 얼마나 아파하실까. 
'엄마, 아빠. 너무 미안해...'
어떤 사람들은 
활짝 웃고 있는 제 사진을 보고
“어떻게 피해자가 웃고 있냐”고 해요.
저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성폭력 피해자이지만 그렇다고 방구석에 처박혀 울고만 있을 수는 없어요.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고 
이루고 싶은 꿈도 있어요.

제가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공론화했다고
제 생활 전부를 포기하지는 않을 거예요.
저는 앞으로도 싸움을 
이어갈 거예요. 

평소처럼 밝은 제 모습을 
잃지 않을 테니 응원해 주세요. 

<이 기사는 2011년 서울 한 여중에서 교사에게 당한 성폭력을 폭로한
 이모 씨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1인칭 카드 뉴스입니다.><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N" id="i201162536"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80320/201162536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20대 여성 이 모 씨가 7년 전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씨는 사람들이 피해자인 자신을 탓할까 두려워 7년 동안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이 씨는 가해 교사가 아직도 교단에 남아 있어 7년 만에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고 말합니다.

이 씨는 '미투' 고백으로 충격받을 부모님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남겼습니다. 자신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숨기고 살아온 걸 부모님이 알게 되면 얼마나 아파하실지 두려웠다는 겁니다.

이 씨는 성폭력 피해자라고 방구석에 처박혀 울고만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이 씨는 밝은 모습을 잃지 않으면서 이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글·구성 박수정/ 그래픽 김태화/ 기획 채희선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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