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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발 초미세먼지, 직접적인 물증 찾았다

중국 춘절 폭죽에서 배출된 칼륨 추적해 초미세먼지가 중국발임을 입증

[취재파일] 중국발 초미세먼지, 직접적인 물증 찾았다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만 되면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의 하늘은 온통 뿌연 스모그로 뒤덮인다. 이른바 '춘절 스모그'다. 올 춘절에도 어김없이 스모그가 푸른 하늘을 완전히 가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춘절 하루 전인 지난 2월 15일 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최고 293㎍/㎥까지 올라갔다. 원인은 당연히 춘절 때만 되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터뜨리는 폭죽 때문이다.

베이징 당국이 춘절 기간 동안 도심에서는 폭죽 사용을 금지하고 주변 지역에서도 폭죽 사용 자제를 촉구했지만 올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 폭죽 제한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근교에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고 451㎍/㎥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2017년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25㎍/㎥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보다 18배나 높은 것이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이 10㎍/㎥인 것과 비교하면 오염 수준이 기준의 45배나 되는 것이다.

올 춘절 스모그는 다행스럽게도 바람이 한반도 지역으로 불지 않아 한반도로 넘어오지 않았다. 올 설 연휴 기간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농도는 연평균 수준인 '보통'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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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춘절 스모그가 매년 우리나라로 넘어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만큼 서풍이나 북서풍만 불어오면 춘절 스모그는 언제든지 한반도를 강타할 수 있다. 지난해(2017년) 춘절 스모그가 바로 그랬다. 당시 중국 환경보호부는 지난해 춘절 스모그로 전국 105개 도시에서 대기질 지수가 '심각한 오염'수준을 보였다고 밝혔다. 특히 폭죽을 가장 많이 터뜨리는 춘절 전날에는 62개 도시의 대기질 지수가 위험단계를 넘어섰다고 언론은 전했다.

문제는 지난해 설 연휴 기간인 1월 30일 한반도 초미세먼지도 급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30일 당일 서울의 초미세먼지 최고 농도는 69㎍/㎥, 백령도 52㎍/㎥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연평균(25㎍/㎥) 농도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이다. 중국의 춘절 스모그와 때맞춰 불어온 북서풍에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넘어온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해 1월 30일 급격하게 늘어난 초미세먼지가 중국발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바람이 중국 북부에서 불어 왔으니 바람에 실려 왔다고 주장할까? 아니면 인공위성 사진에 스모그가 중국에서 한반도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이니 인정하라고 요구할까? 아니면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초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오는 것으로 나오니 중국발이라고 주장할까? 하지만 이 같은 방법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증거이지 직접적인 물증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포집한 초미세먼지가 국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고 중국에서 넘어온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직접적이고 명확한 물증은 없을까? 중국이 학문적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사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 미세먼지
한국표준과학 정진상 박사 연구팀이 지난해 설 연휴 기간인 1월 30일 급격하게 늘어난 초미세먼지는 중국 춘절 기간에 발생한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넘어온 것임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연구팀은 초미세먼지에 들어 있는 칼륭(K+)과 레보글루코산(Levoglucosan) 등 두 가지 물질을 분석했다. 칼륨은 폭죽이 터질 때 다량 배출되는 대표적인 물질이고 레보글루코산은 칼륨이나 갈락토산, 마노산과 함께 목재나 농작물 같은 바이오매스가 연소할 때 배출되는 대표적인 물질이다. 미세먼지에 들어 있는 칼륨이나 레보글루코산을 분석하면 배출원이 무엇인지를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칼륨과 레보글루코산이 배출원마다 독특하게 배출되는 이른바 '지시물질(tracer)'인 것이다.

분석결과 지난해 설 연휴인 1월 30일 새벽부터 관측소가 있는 대전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 43.97㎍/㎥까지 급격하게 올라갔다. 특히 같은 시간 칼륨 농도가 2.02㎍/㎥까지 급격하게 치솟았다. 평상시보다 칼륨 농도가 7.5배나 높은 것이다. 하지만 레보글루코산 농도는 평상시와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지난해 1월 30일 국내에서는 폭죽놀이나 이렇다 할 바이오매소 연소가 없었던 만큼 급격하게 늘어난 칼륨은 국내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레보글루코산 농도는 변화가 없는 반면 유독 칼륨 농도만 크게 올라간 것은 한반도를 덮은 초미세먼지 배출원이 바이오매스 연소가 아니라 폭죽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지난해 1월 30일 한반도를 뒤덮은 초미세먼지는 중국발로, 폭죽 때문에 발생한 '춘절 스모그'의 영향이라는 뜻이다.
서울 하늘 가득한 미세먼지
연구팀은 특히 당시 바람 자료를 이용해 역방향 궤적(backward trajectory) 방법으로 국내에서 관측된 초미세먼지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산출했다. 산출결과 지난해 1월 30일 대전에서 관측된 초미세먼지는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부지역에서 날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초미세먼지가 날아온 궤적과 성분 가운데 유독 칼륨 농도만 급격하게 높아진 점으로 볼 때 지난해 1월 30일 국내에서 관측된 초미세먼지는 중국발이라는 것이다. 초미세먼지에 들어 있는 칼륨을 분석해 그 초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넘어 왔다는 것을 직접적이고도 명확하게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급증한 칼륨이 바로 초미세먼지가 중국발임을 입증하는 직접적인 물증인 것이다.

물론 하나의 사례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중국이 그동안의 입장을 바꿔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다고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해(2017) 설 연휴 기간은 매우 특이한 경우에 해당하고 올(2018) 설 연휴 기간처럼 춘절 스모그가 한반도로 넘어오지 않는 것이 보통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특히 다른 고농도 초미세먼지 사례는 증명된 것이 없고 초미세먼지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연구결과가 앞으로 동북아시아 미세먼지 저감과 관련해 중국과 협력하거나 설득을 할 때 매우 중요한 사례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같은 연구가 이번 한 차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많이 축적되어야 하는 이유다.

중국인들은 폭죽을 유난히 좋아한다. 폭죽이 악령을 쫓는다고 믿는다. 그러니 폭죽에 쓰는 돈은 아깝지 않고 그날만은 지독한 스모그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인들의 유별난 폭죽 사랑이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중국발임을 말없이 증명해 주고 있다.

<참고문헌>

* Jinsang Jung, Dahee Lee, Hyeonjin Jeong, Sangil Lee and SangHyub Oh, 2018 : Chemical characterization of the long-range transport of firework/firecracker emissions over the Korean Peninsula: A novel indicator of Asian continental outflows, Atmospheric Environment, Volume 178, 223-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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