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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교 2학년 때 개그맨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단독] "고교 2학년 때 개그맨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고영욱 사건 때 저도 나서고 싶었는데"

지상파 방송국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공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던 개그맨 이 모 씨에 대해 A 씨가 자신의 피해를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 SBS funE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A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이 씨가 '밥을 먹자'고 했고, '연예인이라서 밖에서 먹을 수 없으니 집으로 오라'고 해서 갔다가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사건은 2005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던 유학생이었던 A 씨는 방학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이곳에서 모 개그맨의 지인으로 이 씨를 만났다. 만남 당시 여성 지인들은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었고, A 씨는 그중 가장 어린 고교 2학년, 18세였다. 이 씨는 24살이었다.

한국 연예계를 잘 몰랐던 A 씨는 이씨가 개그맨이란 사실은 알았지만, 유명한 사람인지는 알지 못했다. 이 씨는 '언제 밥 한번 먹자'고 연락처를 주고받았고, 사건은 이 씨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벌어졌다.

"등촌동에 있는 오피스텔이었어요. 방 하나에 부엌이 있는 원룸이었어요. 긴 형태의 집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처음에는 옷을 접어달라고 하기에 조용히 접고 있었는데, '이리로 와봐. 같이 TV 보자'고 했고, 그런 일이 벌어졌어요."

A 씨에 따르면 강제로 입맞춤을 한 이 씨는 A 씨에게 "너 외국에 살다 왔으니까 이런 (성)경험 많지?"라고 물으며 성관계를 시도했다. A 씨는 이 씨가 자신이 고등학생이라는 사실을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당시 A 씨는 왜소한 체격에 앳된 외모를 가졌고, 미니홈피 일촌을 맺었기 때문에 자신이 학생 신분이라는 걸 잘 알 수밖에 없었다는 것. A 씨가 '성 경험이 없다'며 성관계를 거부했지만 이 씨는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A 씨는 "당시 입었던 속옷 색깔이며, 내가 첫 경험이라는 걸 알고 난 뒤의 천연덕스럽게 했던 그의 행동들이 다 기억이 난다."면서 "그가 피가 묻은 제 옷을 세탁하면서 화장실에 가서 씻으라고 했고, 처음 일어난 상황에 놀라서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했다."고 고백했다. 

이후 이 씨는 당시 '한밤의 TV연예'가 시작하자 조금 더 TV를 본 후 "이제 스케줄을 가야 한다."며 "자신의 짙은 색상 SUV 차량에 태워 오피스텔에서 가까운 역에 내려줬다. 내가 내릴 때 그가 볼을 내밀며 '뽀뽀해달라'고 하던 얼굴이 또렷이 기억이 난다."고 털어놨다.

이후 A 씨는 성인인 언니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사후피임약을 처방받았다. 그리고는 가슴 속에 이 사건을 묻었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 전반으로 #미투 운동이 퍼지는 걸 보고 A 씨도 용기를 내 이 씨와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게 됐다고 말했다.

A 씨는 당시 신고를 하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 "부모님에게는 차마 얘기할 수 없었다. 신고를 하면 부모님이 나를 보고 너무 힘들어할 것 같았다. 산부인과에 동행해준 단 한 명의 친구를 제외하고 이 사건에 대해 알리지 못했다. 상처가 옅어지겠지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하는 건 그가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저를 비롯해 혹시 있을지 모를 미성년 피해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하는 거예요. 그는 여름방학에 그 일을 겪고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다가, 그해 겨울방학 즈음에 싸이월드 쪽지로 '잘 지내?'라고 연락을 했어요. 자신의 잘못을 전혀 모르고 있는 거겠죠. 저는 첫 경험을 그렇게 잃고 힘들고 아픈 시간을 보냈어요. 이제라도 그가 자신이 한 행동이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알기를 바라요." 

이에 대해서 A 씨가 지목한 이 씨와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통해 입장을 들었다.

이 씨는 12년 전 일에 대해서 잘 기억하지 못하다가 A 씨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듣고 기억을 해냈다. 그러면서 그는 "A 씨가 미성년자인지 몰랐으며, 호감이 있었기 때문에 관계를 가졌을 뿐이다. 당시에 성폭행이라는 생각을 했다면 내가 왜 다시 연락을 했겠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도 이 씨는 "그날 일을 그분이 그렇게 기억하는지 몰랐다."이라면서 "기회가 있다면 A 씨에게 직접 대화를 나눠 얘기를 하고 싶다. 할 수 있다면 오해도 풀고 싶다. 최근 터져 나오는 기사들을 보며 #미투운동에 지지하는 입장이었는데 내가 그 대상자로 지목됐다는 점에 매우 놀랐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A 씨는 12년 전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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