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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에버랜드 땅값⑤] 쏟아진 '장밋빛 보고서'…삼성 합병 여론 조성?

<기자>

반면에 삼성물산 지분은 이 부회장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제일모직 중심의 합병을 선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부회장의 이해관계에 맞아떨어지는 일들이 계속 벌어집니다.

이 소식은 이어지는 리포트들을 보신 뒤에 다시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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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상장을 한 달여 앞둔 2014년 11월. 한 증권사가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제일모직이 보유한 "용인 에버랜드 땅 229만 평 부동산 가치를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으로 토지 용도가 변경된다면 최대 3조 2천억 원의 가치가 있다며 구체적 숫자까지 추정합니다.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는 용도변경 허가라는 불가능한 전망을 바탕으로 최대한 높게 추정했던 거라고 말합니다.

[유안타 증권 애널리스트 A씨 : 만약에 (용도)전환을 하면 어떤 뭐가 나올 수 있을지를 한 번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기를 했던 것이고요. 이게 실질적으로 그 정도 부동산 가치가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죠. 에버랜드 헐어버릴 게 아니잖아요?]

이후 대부분 증권사가 2014년 12월 제일모직 상장 전후, 또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전까지, 용도 변경이 되면 에버랜드 땅 가치가 3~4조는 된다는 장밋빛 보고서를 쏟아냅니다.

제일모직이 주가를 띄우고 합병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데 도움 되는 내용입니다. 에버랜드 주변 이미 개발된 땅의 표준지 공시지가를 활용해 추산한 보고서도 제일모직 상장 즈음에 나왔습니다.

[홍순탁 회계사/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 : 최소한 인정할 수 있는 금액이 공시지가죠. 그래서 공시지가가 올라와 있으면 토지 가격 이만큼 인정해 달라고 주장을 펴는데 아주 유리합니다.]

이 증권사들은 대부분 제일모직 최대주주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비율에 찬성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반대한 곳은 한 곳에 불과했습니다. 반대 보고서를 작성한 김철범 씨는 다른 증권사들의 행태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김철범/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금융기관들에게는 삼성그룹이 최대 고객입니다. 삼성 의견에 따라줘야 되는 상황에서, 에버랜드 자산 가치를 부풀려야겠습니까? 줄여야겠습니까? 어떤 방식으로든 찾아내야지만 가까스로 그 가치를 맞출까 말까인데]

제일모직의 부동산 가치를 장부가 9천 1백억 원 그대로 계산한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삼성그룹 장충기 사장이 한화그룹 사장을 통해 사퇴를 압박했고, 그룹 임원이 직접 사퇴를 거론했습니다.

[주진형/전 한화증권 사장 (2016년 12월 16일, 국정농단 청문회) : 김연배 부회장께서 직접 그날 아침에 전화를 하시더니 급하게 오셔 가지고 두 번째 보고서 나간 것 때문에 구조본에서 굉장히 기분이 격앙돼 있다. 이렇게 되면 주 사장 물러나야 될 거다.]

에버랜드 땅 가치를 부풀린 증권사들의 장밋빛 보고서, 그 뒤에는 제일모직 주가 부양과 합병 찬성 여론을 노린 삼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김종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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