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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국 차별? 日 총리의 꽃무늬의자 사례를 전수 조사해보니…

지난 12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을 다녀온 서훈 국정원장을 면담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한반도 대화 국면 속에서 일본의 입장이 점차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북한의 미소 외교에 속지 마라"고 말해왔는데요. 서 원장과의 면담 자리에선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 지원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대신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함께 논의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런 큰 뉴스와 함께 현장 기자들의 눈길을 잡은 것은 바로 두 사람의 소파 의자였습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논란이 된 꽃무늬 의자가 다시 등장한 겁니다.
서훈 국정원장과 아베 총리가 같은 꽃무늬 의자에 앉아있다.
사진 가장 오른쪽 고노 다로 외무장관의 의자는 확실히 낮아 보입니다. 지난해 5월 문희상 특사, 12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강경화 외교장관이 앉았던 의자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선 '아베 총리가 더 높은 의자에 앉아 한국 인사들을 낮춰 본다'는 이른바 의전 논란이 빚어졌습니다.
지난해 5월 문희상 특사 접견
지난해 12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접견
지난해 12월 강경화 외교장관 접견
서훈 원장에게도 꽃무늬 의자를 내놓은 아베 총리. 서 원장을 특별 대우한 것일까요? 그것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급으로? 심지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보다 더 높여준 건가요? (아래 사진 참고)
올 2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접견
지난해 3월 렉스 틸러슨 당시 미국 국무장관 접견
그래서 총리관저 홈페이지에서 최근 2년간 아베 총리의 접견 회담 일정을 모두 찾아봤습니다. (접견과 비슷한 일본용어는 表敬입니다.)

조사결과 아베 총리가 꽃무늬 의자를 처음 사용한 시기는 지난해 4월부터였습니다. 총리관저 조달시스템을 통해 구입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전까지는 위 틸러슨 장관 때처럼 다른 의자를 썼습니다. 아예 낮은 의자를 사용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결국 "예전엔 이랬는데..."라고 말할 때 지난해 4월 이전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그 때는 꽃무늬 의자 자체를 쓰지 않았으니까요.
2015년 3월 당시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 접견
 
2015년 6월 윤병세 당시 외교장관 접견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꽃무늬 의자를 사용한 횟수는 모두 34번입니다. 이 가운데 상대방에게도 같은 꽃무늬 의자를 제공한 경우는 서훈 원장과 펜스 부통령, 그리고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맬컴 텀블 호주 총리, 쿠웨이트 국회의장까지 5번에 불과했습니다.(아래 사진 참고)
지난해 12월 유엔 사무총장 접견
올 1월 호주 총리 정상회담
그제 쿠웨이트 국회의장 접견
아베 총리는 주로 어떤 사람을 만날 때 꽃무늬 의자를 썼을까요? 34번을 모두 분석해봤습니다.
조사결과 크게 세 부류였습니다. 우선 외국의 외교국방 담당 장관급들입니다. 프랑스, 영국, 중국, 호주, 인도, 필리핀 등의 외교 국방장관들은 모두 일반 의자에 앉았습니다. 아베 총리는 꽃무늬 의자에 앉았습니다. 강경화 외교장관도 같은 사례인 셈입니다.
올 1월 프랑스 외교장관 접견
지난해 7월 영국 외교장관 접견
지난해 5월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접견
지난해 4월 호주 외교장관 국방장관 접견
지난해 6월 필리핀 외교장관 접견
지난해 9월 인도 국방장관 접견
다음으로는 국제기구 수장들을 만날 때였습니다. OECD, WTO, WFP, UNDP, 국제사법재판소 사람을 만날 때 꽃무늬 의자가 나왔습니다.
지난해 4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접견
지난해 5월 세계무역기구(WTO) 사무국장 접견
마지막 부류는 미군 최고위 사령관들입니다.
지난해 8월 미국 합참의장 접견
올 2월 미국 육군참모총장 접견
이밖에는 일본국제상 수상자 등 정확히 분류되지 않는 외국 인사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는 같은 일본인들과의 면담자리에선 한 번도 꽃무늬 의자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저도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의자의 꽃무늬가 뭔가 외국에 내세우는 일본적 디자인이지 않을까 합니다.
올 1월 미스 유니버스 대회 일본 대표 접견
총리의 접견 의자. 일정한 사용 기준은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게 꼭 의전 서열이나 수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외교의 시작이 의전'이라는 점에서 한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은 일본도 생각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우리도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별것도 아닌 의자에 집중하기보다 면담 회담의 내용과 성과에 좀 더 주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베 총리는 서훈 국정원장을 만난 뒤 북일 정상회담 구상에 들어갔습니다. 의자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이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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