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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불청객 미세먼지, 절반은 집에서 마신다

[취재파일] 불청객 미세먼지, 절반은 집에서 마신다
지난겨울 날씨를 한마디로 정리하라면 '한파'와 '미세먼지'다.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쳤고 한파가 누그러질 때면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찾아왔다. 극심한 미세먼지로 지난겨울 수도권에서는 12월 30일과 1월 15일, 17일, 18일 등 네 차례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특히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책이 중단되기는 했지만 지난 1월 15일과 17일, 18일 등 사흘 동안은 서울에서 출퇴근 시간에 버스와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공짜로 운행됐다.

봄이 되면서 지난겨울 같은 기록적인 미세먼지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불청객 미세먼지는 여전히 푸른 하늘을 가리고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어디에서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마시고 있을까?

하루하루 또 매시간 발표되는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도 중요하지만 특히 중요한 것은 실제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미세먼지가 얼마나 많은가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집이나 사무실, 버스, 지하철, 식당 등에 우리가 얼마나 오래 머물고 또 그곳에서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를 마시느냐 하는 것이다. 실제로 특정 공간에 머무는 시간과 그곳의 미세먼지 농도를 제대로 알아야 실생활에서 미세먼지를 얼마나 마시고 있는지 알 수 있고 또 거기에 대비도 할 수 있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이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어느 공간에서 어느 정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Hwang and Lee, 2018).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효과 미미
연구팀은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 2,358명을 일상생활 패턴이 비슷한 9개 그룹으로 나눠 이들이 하루 종일 이동하고 머무는 곳의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미세먼지에 노출되는지 산출했다. 연구는 2013년 여름철과 겨울철 두 계절에 걸쳐 수행됐다. 9개 그룹은 우선 직업을 갖지 않은 주부 2개 그룹,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사무실 근로자 1개 그룹, 학생 1개 그룹,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지만 실내가 아니라 실외 일이 많은 근로자, 또 하루 종일 실외에서 일하는 근로자 등 4개 그룹, 마지막으로 야간에 일이 많은 근로자 1개 그룹 등 모두 9개 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생활 패턴에 따라 그룹을 나눈 만큼 각 그룹별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 집에 머무는 시간, 걷거나 교통수단을 이동하는 시간 등이 모두 다르다. 예를 들어 전업 주부의 경우 집에 머무는 시간이 하루 중 19시간으로 가장 길었고 야근이 많은 근로자의 경우 집에 머무는 시간이 하루 9.7시간으로 가장 짧았다. 생활 패턴이 다른 만큼 그룹별로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정도도 크게 달랐다. 평균적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주부가 미세먼지에 적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고 공사장처럼 주로 실외에서 일을 하는 그룹의 경우는 가정주부보다 3배 정도 미세먼지를 더 많이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공간 가운데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은 겨울철이나 여름철 모두 식당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기간 평균 식당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여름철에는 142.6㎍/㎥, 겨울철은 127.5㎍/㎥로 나타났다. 실험 대상의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여름철에는 37.8㎍/㎥, 겨울철에는 48.5㎍/㎥ 정도의 미세먼지에 노출됐던 것과 비교하면 식당의 미세먼지 농도는 평균보다 3~4배나 높은 것이다. 식당이 외부에서 들어오는 미세먼지와 요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가득 차 있다는 뜻이다.

여름철에는 식당에 이어 도로, 지하철, 학교 순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났고 사설학원이나 사무실, 경로당 등은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겨울철에는 식당에 이어 도로와 사무실, 버스, 지하철 등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타났고 경로당과 집, 슈퍼마켓은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히 겨울철에는 실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실외 농도보다 오히려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환기가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미세먼지와 실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더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지난해 극심한 미세먼지 모두 중국발
그렇다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어디에서 미세먼지에 가장 많이 노출될까?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정도는 특정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와 함께 그 특정 지역에 머무는 시간에 비례한다. 농도가 높은 지역에서 오래 머물수록 노출이 많고 농도가 낮은 지역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상대적으로 미세먼지를 적게 마신다.

조사결과 서울 시민은 여름철의 경우 하루 평균 14.02시간 동안 집에 머물렀고 이어 사무실에는 3.22시간, 걷거나 버스, 지하철 등을 타고 이동하는 데는 1.97시간, 학교에는 0.97시간, 슈퍼마켓에는 0.55시간, 식당에는 0.47시간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장소에 머무는 시간은 겨울철의 경우도 여름철과 비슷했다. 학생의 경우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회사원은 사무실, 식당을 운영하는 사람은 식당에 머무는 시간이 길겠지만 조사결과는 서울에 사는 다양한 생활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특정 장소에 머무는 시간을 전체적으로 평균해 산출한 결과다.

각각의 시설에 머무는 시간과 각각의 시설에 머무는 동안의 미세먼지 농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울 시민이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정도를 산출한 결과 여름철의 경우 노출되는 미세먼지의 절반인 50%가 집에서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도보나 버스, 지하철 등 이동 중에 노출되는 경우가 12.4%, 사무실 8.2%, 식당 8.1%, 학교 6.8%, 가게에서 노출되는 양도 3.7%나 됐다. 겨울철의 경우도 노출되는 미세먼지의 43%가 집에서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버스나 지하철 등 이동 중에 노출되는 경우가 16.9%, 사무실 13.3%, 학교 7.9%, 식당에서 노출되는 양도 전체의 5.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미세먼지 주의보
위 결과로 볼 때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여름철과 겨울철 모두 집안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루에 마시는 미세먼지의 40~50% 정도를 집에서 마시기 때문이다. 이어 시민들이 출퇴근이나 이동할 때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의 공기 질, 그리고 학교와 사무실의 미세먼지 관리가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식당이다. 시민들이 식당에 머무는 시간은 하루 평균 30분 정도에 불과하지만 식당에서 마시는 미세먼지가 전체의 6~8%나 차지하기 때문이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가 탈 때 나오는 미세먼지까지 함께 마시는 것처럼 식당에서 요리할 때 발생하는 고농도 미세먼지까지 그대로 마시는 것이 문제다. 머지않은 장래에 식당에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요리할 때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때가 올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미 환경 선진국에서는 식당에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필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반도 전체의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 같은 거시적인 노력과 함께 실생활에서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가정과 버스나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 사무실, 식당 같은 이른바 미세 환경(micro environment)에서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을 줄이려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이 논문은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하루 중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집안 실내 공기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논문은 말하고 있다.

<참고문헌>

* Yunhyung Hwang, Kiyoung Lee, Contribution of microenvironments to personal exposures to PM10 and PM2.5 in summer and winter. Atmospheric Environment 175 (2018) 192-198, https://doi.org/10.1016/j.atmosenv.2017.1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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