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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진보 언론' 국장 500일 만에 석방…"조폭 술탄제 종말 온다"

"터키에 마피아 술탄 체제가 끝나는 날에야 기뻐할 수 있다." 터키의 진보 성향 일간지 줌후리예트의 무라트 사분주 편집국장은 9일 밤(현지시간) 이스탄불에서 석방된 후 가족과 동료들 앞에서 언론인으로서 싸움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스탄불 법원은 이날 사분주 국장과 탐사보도 전문기자 아흐메트 시으크를 석방하라고 결정했다.

이날은 사분주 국장이 투옥된 지 495일째 되는 날이다. 시으크 기자는 434일간 갇혀 있었다.

지금까지 구속된 줌후리예트 경영진과 직원 17명 가운데 이날까지 16명이 풀려났다.

이들은 불구속 상태로 계속 재판을 받는다.

법원은 줌후리예트 최고경영자(CEO) 아큰 아탈라이의 석방 요구는 기각했다.

이들은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추종 세력과,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에 협력한 혐의를 받는다.

귈렌은 터키정부가 2016년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한 인사다.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이들은 길게는 징역 43년형에 이르는 중형에 처할 수 있다.

줌후리예트는 당국의 혐의가 터무니없으며 사법 절차가 언론 박해에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의 공소 내용과 상반되게 이 신문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귈렌과 정치적으로 결별하기 전부터 귈렌에 가장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의개발당'(AKP)에 날선 비판을 가하며 각을 세운 줌후리예트는 정권의 '눈엣가시' 같은 언론으로 통했다.

2013년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터키 국가정보청(MIT)이 시리아 무장조직에 무기를 몰래 공급하고 있다는 의혹이 줌후리예트 지면을 통해 폭로된 후 터키정부는 기자회견과 자료 제공에서 이 신문을 완전히 배제했다.

줌후리예트와 언론자유수호단체는 사법 당국이 귈렌 또는 쿠르드 분리주의조직과 줌후리예트의 연계성을 찾지 못하자 신문이 기사로 '테러조직'을 지원했다는 식으로 무리하게 혐의를 씌우고 사법 절차의 시간을 끌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분주 국장과 아탈라이 CEO 등 줌후리예트 임직원은 투옥된 지 길게는 496일이 지났지만 1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다.

석방 직후 사분주 국장은 동료와 가족, 취재진 앞에서 "나는 여러분이 (기쁨보다는) 좌절감을 느끼기를 바란다"면서 "좌절감은 우리를 꼿꼿이 서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기쁜 날이 아니다"면서,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에르도안 정부를 겨냥해 "이 마피아 술탄 체제가 종말을 맞을 날이 온다고 여러분에게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사분주 국장은 "언론인으로서 우리 사명은 늘 하던대로 두려움 없이 우리의 일을 하는 것"이라고 동료들을 독려했다.

국제앰네스티 유럽국장인 가우리 반 굴리크는 국장은 터키를 "세계 최대의 언론인 감옥"이라 부르면서, "이들은 한참 전에 석방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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