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에서 한잔하니 기분 업"…음주 산행 꼴불견 된 이유는?
우리나라의 등산문화는 술에 관대한 편입니다. 등산로 입구에서부터 술과 안주를 파는 가게도 많고, 산 중턱에서 아이스박스를 들고 다니며 술을 파는 상인들도 있습니다. 산 정상에 오르면 마신다고 해서 이른바 '정상주'라고 이름 붙인 술을 마신 뒤 하산하는 등산객도 많습니다. 한 국립공원에서 매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산행 중에 막걸리 한잔, 소주 한잔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주말에는 매출이 더 오른다"고 설명했습니다.
'음주산행'은 술을 좋아하는 등산객에게는 즐거운 일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럿이 술을 마시며 시끄럽게 떠들거나 술 냄새를 풍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술에 취해 시비를 거는 일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술을 마신 뒤 등산로 바로 옆에서 소변을 봐 다른 등산객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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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산행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술 마시고 하는 등산은 산악사고의 대표적인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지난 6년 동안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음주 안전사고는 64건에 달합니다. 술에 취한 채로 산에서 내려가다 골절상을 입거나, 지나친 음주로 탈진과 경련을 일으킨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망사고도 10건이나 됩니다.
술을 마신 채로 산에 오르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술은 소뇌의 운동기능과 평형감각, 신체의 반사신경을 둔화시킵니다. 등산 중에 술을 마시면 비틀거리는 증세가 심해지고 발을 잘못 디디는 등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리면 탈수 현상 때문에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져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음주 산행은 실족이나 낙상 사고 이외에도 저체온증을 유발할 수 있고 혈압을 높여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음주 산행을 단속할 근거가 없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앞으로는 국립공원과 도립공원, 군립공원 등을 포함한 자연공원 내 탐방로와 정상 근처는 물론 잠을 잘 수 있는 대피소에서도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술을 마시다 적발되면 처음에는 5만 원, 두 번째부터는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취재: 강청완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