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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방사청 前 고위직과 美 보잉…'고문 계약' 타당한가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3.09 08:33 수정 2018.03.09 14:2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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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방사청 前 고위직과 美 보잉…고문 계약 타당한가
예비역 공군 중장이자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 출신의 박 모씨가 미국의 세계적 방산업체 보잉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국방부 안팎에서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직자는 퇴임 후 일정 기간 직무와 관련된 업체에 취업할 수 없는데 무기 도입 사업을 총괄하는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 출신이 퇴임 1년 만에 보잉과 고문 계약을 맺은 일입니다.

박 씨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 절차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보잉은 “법적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기 사업 관리를 총괄하던, 얼마 전까지 직장 상사였던 이가 보잉에 있는데 방사청 직원들이 보잉을 무덤덤하게 바라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방사청 내부에서조차 “외국계 업체라고 해도 직전 업무와 밀접히 관련돼 있으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보잉은 단기적으로는 해군의 해상초계기, 중장기적으로는 공군의 조기경보기 등 각각 몇 조 단위의 굵직한 사업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보잉은 항공기 전문가인 전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을 품은 것과 한국에 대한 무기 판매 사업은 절대적으로 무관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럼 보잉은 무슨 목적으로 박 씨를 데려갔을까요?

● ‘오락가락’ 보잉 해명

박 씨는 공군과 합참의 핵심 직위를 거친 예비역 중장입니다. 2015년 말까지 1년간은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이었습니다. 사업관리본부는 해외 무기 도입 사업, 국산 무기 개발 사업을 모두 주관합니다. 사업관리본부장은 국군이 전력화하는 모든 무기를 책임지는, 방사청의 핵심 중 핵심 직위입니다.

박 씨는 사업관리본부장 직을 내려놓고 1년 쯤 뒤인 2016년 말 미국 보잉 본사와 고문(adviser), 용역 공급자(service provider)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3년 동안 퇴직 공직자의 업무 관련 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취업 승인을 받으면 됩니다. 하지만 박 씨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보잉은 이에 대해 “변호사들이 철저히 법리 검토를 한 결과 아무 문제가 없었다”라며 “박 씨의 보잉 고문 계약은 적법하다”고 밝혔습니다. 보잉이 강조하는 건 박 씨가 한국에 있는 보잉 코리아가 아니라 미국의 보잉 본사와 고문 계약을 맺은 점입니다. 국내 기업인 보잉 코리아와 계약했으면 100% 규정 위반이지만 미국 보잉과의 계약이라면 조금 애매해지기는 합니다. 그러나 방사청 관계자는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 잣대가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며 “외국 기업이건 한국 지사건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잉 본사건 보잉 코리아건 한국 활동의 목적은 한가지입니다.

법리 공방보다 석연치 않은 건 보잉의 말 바꾸기입니다. 보잉 관계자는 기자들의 질의에 처음에는 “박 씨는 보잉 직원이 아니라 고문이기 때문에 공직자 취업 규정과 상관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고문도 취업 심사 대상”이라는 기자들의 재질의에 보잉 관계자는 “고문이 아니라 용역 계약이니 괜찮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계약서 내용을 직접 확인한 뒤에는 다시 “고문으로 계약 됐다”며 돌고 돌아 원위치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거듭 “법리 검토를 충분히 했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보잉의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보잉이 박 씨를 선택한 이유는?

보잉은 현재 1조 9,400억원 규모의 해상초계기 사업을 노리고 있습니다. P-8A 포세이돈을 한국 해군에 팔겠다는 계획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조기경보기를 포함해 여러 사업들이 보잉 앞에 줄을 서고 있습니다. 포세이돈을 비롯한 보잉 항공기의 판매를 위한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 출신의 고문 영입 아니냐는 의혹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합니다.

보잉은 박 씨의 임무를 ‘(방위)산업 동향 파악’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잉 관계자는 “무기 판매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며 “박 씨는 포세이돈 영업을 위해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순수하게 산업 동향만 파악할 요량이었다면 왜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 출신을 고문으로 뽑았을까요?

최근 들어서는 방사청이 해상초계기 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잉과 똑같아져서 의혹을 더 키우고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KIDA가 경쟁 입찰 방식으로 해상초계기를 선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는데도 방사청은 노골적으로 ‘보잉 수의 계약’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보잉 역시 수의 계약을 선호합니다.

미국의 FMS(대외군사판매ㆍForeign Military Sales) 방식으로 포세이돈을 들이자는 건데 가격 경쟁 뿐 아니라 기술이전 같은 절충교역 기회도 포기하자는 뜻입니다. 보잉은 공군 주력 전투기 F-15 도입 사업에서도 보여줬듯이 유난히 기술이전에 인색합니다. 한국 최고의 국방 싱크탱크 KIDA가 이런 이유로 방사청에 경쟁 입찰을 제안했고 경쟁 기종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방사청의 보잉 ‘편애(偏愛)’와 전 방사청 사업관리본부장의 보잉 고문 계약이 자꾸 오버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