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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선배한테 갑질 당했어요"…대학 군기 문화 이대로 괜찮나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8.03.08 18: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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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선배한테 갑질 당했어요"…대학 군기 문화 이대로 괜찮나
3월이면 대학가는 활기가 넘칩니다. 특히 기나긴 수험생활을 끝낸 새내기들은 기대와 설렘을 안고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죠. 하지만, 대학 입학 시즌마다 불거지는 문제들도 있습니다. 바로 신입생들에 대한 선배들의 음주 강요, 가혹 행위 등인데요, 최근에도 과도한 군기 잡기를 폭로하는 글이 SNS에 올라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군기해마다 캠퍼스에서 되풀이되는 '새내기 군기 잡기', 오늘 리포트+에서는 대학 군기 문화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 "소파는 선배님 자리"…수년간 동아리에서 반복된 '군기 잡기'

지난 6일,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충격적인 글이 올라왔습니다. 자신을 17학번이라고 밝힌 재학생은 홍익대학교 응원단에서 있었던 가혹 행위를 폭로했습니다. 글 작성자는 자신이 응원단에서 수습 단원을 했다며 당시 응원단에 만연했던 군기 문화를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첫 번째 폭로 이후 "자신도 같은 일을 겪었다"며 비슷한 글들이 추가로 올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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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 규칙//폭로 글들에 따르면 해당 응원단은 기수에 따라 서열이 결정됐습니다. 서열이 가장 낮은 1학년 수습 단원은 선배들의 모든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토로했습니다. 수습 단원들은 선배들의 이름과 기수, 맡은 역할 등을 외우고 시험까지 봐야 했습니다. 60점을 넘지 못하면 재시험을 쳐야 했는데 선배들은 이를 '친해지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선배들의 '군기 잡기'는 응원 훈련 과정에서도 계속됐습니다.
무릎수습 단원들은 영하 18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에 야외에서 얼차려를 받고 폭언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무릎에 멍이 들기도 했는데 수습 단원들은 보호대도 착용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대학을 졸업한 뒤 3, 40대가 된 선배들도 이런 행위를 '전통'이라며 당연시했다는 겁니다. 또 작성자는 술자리에서 수습 단원들이 쓰레기, 동전, 가래침 등이 들어간 폭탄주를 강요받았지만 선배들은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군대에서도 이렇게는 안 한다'…논란에도 계속되는 선배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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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반응
충격과 공포...이게 대학에서 벌어지는 일이란 말입니까?
군대에서도 이렇게는 안 합니다
이 폭로 글은 일파만파 퍼졌고 누리꾼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응원단 측은 어제(7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며 "정리가 완료되는 대로 입장문을 올리겠다"고 밝혔습니다.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역시 "해당 소식을 접한 후 학생처를 비롯한 동아리 임원들과 사건에 대한 후속 절차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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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 총학생회 입장문>
○○○에서 발생한 문제는 '위계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권력'의 문제이며, 이가 동원된 '폭력'과 '가혹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또한 ○○○에서 문제가 제기된 내용은 학생 사회 내에서 '구습' 혹은 '악습'으로 인식하는 것들입니다. 폭력과 가혹 행위는 친목, 전통, 질서 등의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출처: 홍익대학교 총학생회 공식 SNS //
대학 내 군기 문화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실제로 한 구인·구직 포털 사이트가 지난 2월 19일부터 3월 5일까지 전국 대학생 1,028명을 대상으로 '대학 군기 문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선배의 갑질을 경험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절반 이상인 57.6%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79.6%는 대학 군기 문화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사라져야 마땅하다"고 응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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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갑질' 당한 적 있다
인사 강요, 음주 강요, 복장 제한 강요, 메신저 제재 등 통계 //■ 음주 강요로 사망까지..."학생들 군기 문화 나쁘다는 것 인지해야"

특히 캠퍼스에서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합니다. 지난해 2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참가한 수도권의 모 대학 신입생의 손가락 3개가 절단됐습니다. 당시 사고를 당한 학생은 만취 상태로 엘리베이터 기계실에 들어갔다가 끔찍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16년 3월에는 대전의 한 대학교 신입생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숨진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습니다.

새 학기마다 음주로 사망한 대학생은 최근 10년간 23명에 달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은 지난 2월부터 대학 내 음주 강요나 가혹 행위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선배의 갑질 횡포로 규정하고, 오는 31일까지 '신학기 선후배 간 폭행 강요 집중 신고기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군기 문화가 불합리하거나 나쁘다고 인식하지 않는 게 큰 문제"라며 학교 차원에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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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위에서 시키면 어떤 부당한 일이라도 질문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고 복종한다', 그런 문화가 일부 대학 사회에 남아있는 거 같고요. 대학 안에서도 인권센터 등이 제도화될 필요가 있고, 학생들이 사회인으로 성장해서도 잘못된 문화를 겪지 않으려면 일반 교과목에서도 이런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