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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북한과 테이블에 누가 앉나?…평창 온 앨리슨 후커는 상수(常數)

손석민 기자 hermes@sbs.co.kr

작성 2018.03.07 15:18 수정 2018.03.07 15: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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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밖의 남북 대화 결과를 받아 든 트럼프 대통령이 잠에서 깨자마자 트위터를 가동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시간 6일 아침, 청와대의 발표 내용을 속보로 전한 블룸버그 기사를 재전송하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트윗했습니다. 뭔가 성에 차지 않았는지 40분 뒤에는 다시 트윗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에 있어 가능성 있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주석(註釋)을 달았습니다. "수년 만에 처음으로 진지한 노력이 모든 관련 당사자들에 의해 펼쳐지고 있다. 헛된 희망일지도 모르지만 미국은 어느 방향이 됐든 열심히 갈 준비가 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공식 행사로 잡혀 있던 스웨덴 총리와의 정상회담 전후로는 한층 긍정적인 메시지를 쏟아냈습니다. 진지한(serious), 진정성 있는(sincere), 훌륭한(terrific)같은 형용사들을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게 선사했습니다. 현재 진행형인 남북 대화를 놓고 "남북한과 전 세계를 위해 위대한 일이 될 것"이라는 찬사도 했습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기자들이 김정은과 만날지를 묻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답했습니다. '지구상 최악의 독재정권, 꼬마 로켓맨, 병든 강아지' 등등 말폭탄을 쏟아내던 지난해와는 상전벽해(桑田碧海)입니다.

이런 급변화가 있다고 해서 미북 대화의 성사를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대화의 큰 걸림돌은 사라졌다는 게 미국 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에 미국이 강조해온 비핵화 대화 의지를 비쳤고, 이를 전해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별다른 조건을 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미북 대화의 시작은 어떨지, 시기는 언제일지, 테이블에 앉을 미국 대표는 누구일지를 예측해보는 것도 크게 빠른 일은 아닐 것입니다.

미북 대화의 시작은 먼저 이번 주말로 예상되는 한국 특사단의 미국 방문을 주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전해달라는 추가 메시지가 무엇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지만, 향후 대화와 관련해선 우리 정부 인사와 만날 미국 측 인사가 누구인지를 봐야 합니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이 자리에 나올 미국 측 인사가 앞으로 미북 대화를 설계하고, 또 직접 대화 현장에 앉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미 국무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한 힌트를 던졌습니다. 나워트 대변인은 대북 특사단과 만날 미국 측 인사 면면에 대해 "백악관 측이 한국 측 방문 인사들에 상응하도록 명단을 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은퇴로 북한과 대화에 나설 인사가 없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국무부에는 수잔 손턴 동아태 차관보와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이끄는 많은 전문가들이 있다. 마크 램버트 한국 과장도 북한 전문가 중에 한 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말인즉슨 백악관이 향후 북한과의 대화에 큰 틀을 짤 것이며, 국무부에선 손턴 차관보, 내퍼 대사대리, 램버트 과장이 선수로 나설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 앨리슨 후커 한반도 보좌관(좌), 미국 마크 램버트 한국 과장(우)백악관에서 주목할 인물은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함께 앨리슨 후커 한반도 보좌관입니다. 후커 보좌관은 지난 평창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 대표단에 모두 발탁되며 눈길을 모았습니다. 북핵 6자회담을 비롯해 수십 년 동안 북한 문제를 다뤄온 미국 내 손꼽히는 북한 전문가이며, 폐막식에 북측 대표단장으로 방남한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인연도 있습니다. (▶ [월드리포트] 펜스 실점 만회하러 간 이방카 대표단 "김영철과 접촉 없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북한과 대화 테이블이 차려질 경우, 후커 보좌관이 상수(常數)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후커 보좌관의 역할은 4월 말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북한의 진의(眞意)를 파악하는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 한국 특사단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해 받은 미국이 이를 공식적인 예비 대화로 이어가기 위해선 북측과 직접 접촉해 정지 작업을 하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북한을 잘 아는 실무자(과장급)가 나서야 하는데 적임자가 NSC에선 후커 보좌관, 국무부에선 램버트 과장이 될 거란 관측입니다.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는 NSC와 대화론을 이끄는 국무부가 한 팀을 이루는 모양새도 고려될 법 합니다.

미국과 북한이 사전 접촉과 탐색적 예비 대화의 단계를 무탈하게 넘어간다면 본격적인 협상 국면으로 돌입하게 될 겁니다. 지난 1993~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를 돌이켜보면 미국에선 갈루치 대사가, 북한에선 강석주 부부장이 수석대표로 협상장을 지휘했습니다. 그 전례를 따르면 중량감 있는 대사급 인사에, 무엇보다 미국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믿고 맡길 만한 인물이어야 할 겁니다. 우선 떠오르는 사람이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와 전직 유엔주재 미국대사인 존 볼튼입니다. 둘 다 대북 강경파이자 원칙론자로 분류되며 각각 국무장관과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으로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과의 대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입니다. 지난해 12월 "조건 없이 만나서 날씨 이야기라도 할 수 있다"는 말로 유명한 그는, 그 동안 "렉스, 힘 빼지 말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아냥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견제에도 굳건히 자기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취임하는 날부터 이어진 경질설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틸러슨이 굴욕을 딛고 대화 국면에서 힘을 발휘할 거라는 전망이 솔솔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틸러슨이 전세기를 타고 평양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