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왜 이렇게 사는지…내 딸에겐 외국에서 살라고 말해"

[SBS 스페셜] '며느라기' 화목하고 불편한 가족 이야기

로맨스 드라마에서 결혼은 해피엔딩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실에선 신혼과 황혼 사이, 며느라期(기)가 있으니. ‘며느라기’란 갱년기, 사춘기처럼 며느리들이 시댁 식구들한테 예쁨 받거나 칭찬받고 싶어 하는 시기를 말한다. 보통 1~2년이면 끝나지만, 사람에 따라 10년 넘게 며느라기를 졸업하지 못하기도 한다. 신혼 초만 해도 딸 같은 며느리였던 아내가 이제는 '시'자만 봐도 고개를 돌리는 이유는 뭘까? 문제는 바로 가부장제다. 가부장제가 지속하는 한 고부 관계는 더 이상 사적인 문제가 아니다. 

신혼인 주인공 민사린이 언뜻 화목해 보이는 시월드에 입성해 점점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깨닫는 과정을 그리며 '2017 오늘의 우리만화'를 수상한 화제의 웹툰 며느라기. 특히 기혼여성들에게 큰 공감을 얻은 극사실주의 웹툰 며느라기를 보며 남편들은 묻는다. '우리 집은 안 그렇지?', '우리 엄만 저 정도는 아니지?, 차마 대답할 수 없던 아내들을 위해 'SBS 스페셜'이 화목하고 불편한 가족 이야기를 준비했다.

◇ 며느라기를 받아들이겠습니까?

결혼 1개월 차 진예라 씨(29세)는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지만, 시부모님께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고 싶다. 갓 며느라기에 입문한 새댁 예라 씨. 남편 박래형 씨(30세)의 시댁은 형제, 동서, 심지어 육촌 간에도 사이도 좋다. 이 화목함의 비결은 박가네 며느리들의 희생. 

막내며느리가 된 예라 씨도 박가네 며느리 모임에 참석해 명절 담당 분야를 배정받는다. 따뜻하고 화목한 시댁이지만 예라 씨는 시댁 행사에 참여할수록 며느리의 도리에 대해 의문이 든다. 남편들은 아내가 며느리로서 느끼는 고충을 진짜 모르는 건지 애써 외면하는 건지 답을 찾지 못한 채, 예라 씨는 결혼 후 첫 명절을 맞이하게 되는데…. 이렇게 명절이 기다려지지 않는 건 처음인 예라 씨는 ‘화목’하게 첫 명절을 보낼 수 있을까. 

"며느리란 희생? 희생이라 하면 이상할까요? 몰라요. 제가 희생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요."

◇ 남자들은 그래도 가만히 있는다

남편들은 때론 자기도 고부갈등의 피해자라며 하소연한다. 며느라기를 유지하는데 악인은 없다. 가부장제에 익숙해진 우리 스스로 며느라기를 대물림하고 있을 뿐이다. 결혼 12년 차인 이훈희 씨(41세)는 나름 좋은 남편이라 자부한다. 집에선 가정적인 훈희 씨지만 부모님 댁만 오면 달라지는데… 훈희 씨가 고백하는 그 이유는 뭘까? 

결혼 2주 차인 정하익 씨(36세)도 본인 부모님은 열린 분들이라고 자부하는 새신랑이다. 며느리인 강슬기 씨(35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다 같이 모인 식구들. 화기애애한 생일잔치를 뒤집어 보니 화기애'매'한 자리였다? 며느라기를 졸업하기 위해선 누가 먼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까? 며느라기는 오직 시어머니와 며느리, 두 사람의 문제일까?

"고부 문제에 남편과 시아버지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종종 까먹습니다. 왜 남편과 시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가? 그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를 자기가 잘 몰라요." - 여성학자 권김현영

◇ 천천히 가족이 되는 법

가부장적인 시부모에게 당차게 맞대응하거나 시댁과 연을 끊는 것이 진정한 며느라기 졸업일까? 현실에서 사이다 며느리에게 남는 건 마음의 상처와 수상한 죄책감뿐이다.

이번 명절에도 '각자' 즐겁게 지내는 방법을 택한 결혼 2년 차 이서현 씨(31세)와 지영재 씨(33세) 부부. 명절이 되면 서현 씨는 친정에 가서 제사를 지내고 남편인 영재 씨는 고향에 내려가 제사를 지낸다.

특별한 이유 없이 명절에 오지 않는 서현 씨의 전화를 받은 시어머니의 반응은? 서현 씨는 며느라기를 거부하고 시댁과 천천히 가족이 되는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차라리 조금 불편하더라도 불편한 걸 이해해나가고 서로 다른 걸 조율해 나가면서 정말로 가까워지는 가족이 되고 싶어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결혼했지만, 며느리가 된 순간부터 희생을 강요하는 순간이 이어진다. 사랑이 넘치는 불평등한 우리 집. 우리 집은 정말 화목할까.

(SBS 뉴미디어부)    

▶ 남자는 거실, 여자는 부엌…며느리는 새로 들어온 '일꾼'
▶ 명절에 함께 앞치마 두른 남편…남자들이 책임감 가져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