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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처럼 학대하고도 '세종대왕'"…피해자의 절규

<앵커>

이런 가운데 성폭력 문제로 오늘(28일)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연극계에서 꽤 유명한 배우이자 세종대 교수인 김태훈 씨입니다. 학교에서 워낙 힘이 세서 세종대왕으로까지 불렸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김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한 여성을 만났습니다. 먼저 피해 여성이 털어놓은 이야기부터 들어보시겠습니다.

[김태훈 세종대 교수 성폭행 피해자 : 굉장히 총애를 받는 학생, 애제자였던 거예요. 운전기사 노릇을 시키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의심이 없었고, '쉬었다 가자'는 말을 했을 때, 제가 지금 나이에 와서는 어떻게 그걸 몰랐나 싶기도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무슨 말인지 몰랐어요. 이게 믿겨질지 모르겠지만요. 그런 폭행을 당한 다음에요. 다정하게 회유한다고 했잖아요. 이게 꿈인가 싶어요. 내가 겪은 게.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니까요.]

피해 여성을 직접 만나고 온 권애리 기자가 지금 스튜디오 나와있습니다.

피해자 분 이야기를 들어보니 끔찍한 일을 겪은 뒤에도 예전처럼 생활해야 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겠지만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까요?

<기자>

많은 분들이 바로 행동하지 못한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사실, 정말 많은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보이는 전형적인 상태입니다.

믿던 사람, 그리고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걸로 보이는 사람이 돌변할 때, 하루 아침에 칼로 자르듯이 벗어나기 힘들다고 많이 호소합니다.

그리고 연극계의 경우 종합예술 집단으로 일하는데, 사규나 감사가 있는 회사 같은 조직이 딱히 없다 보니, 그 위계에 대한 성폭력의 두려움이 더 컸다고 합니다.

그후에 겪었다는 일들을 들으면서 저도 좀 더 이해가 됐는데, 같이 들어보시죠.

[김태훈 교수 성폭행 피해자 : 세뇌인지도 몰랐죠. 다정하게 협박을 하는 거예요. 너는 참 입이 무거운 아이다. 나 아니면 연극계에 나가서 어떻게 뭘 할 수 있겠느냐. 악랄했던 게 부인을 같이 만나게 했어요. '아 러시아(유학) 생활 너무 그립다, 다시 가고 싶다…쟤를 식모로 데려갈까? 너 같이 갈래 식모로?' 이런 식으로 하면 저는 그냥 웃고 있었어요. 그런 심리 상태였어요.]

[김태훈 교수 성폭행 피해자 : 거절하거나 이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끌려다니는 상황을 어렵게 끊고, 휴학한 뒤) 그리고 나서부터는 제가 몸이 아파지는 거예요. 정신과 치료도 받아야 됐고. 제 삶이 완전히 망가진 거예요. 겨우 목숨을 부지하고 살았어요. 겨우. 너무 자살시도를 많이해서…정말 20대가 없어요. (휴학 뒤 복학 후에) 한 학기 다녀봤는데 못 다니겠더라고요. 한 학기 다녀봤는데 이미 그 사람은 절대 권력이어서 심지어 다른 학교 교수님 수업, 다른 교수님 수업에도 개입해서 자기가 막 휘젓더라고요.]

<앵커>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린 일이라 할 수 있는데, 김태훈 교수와 세종대 쪽에서 반응을 내놓은게 있나요?

<기자>

일단 김 교수 본인에게는 제가 여러 차례 전화연락을 시도했는데 닿지 않았습니다. 학교 측에는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지금 세종대가 제보를 수집 중인데 오늘 김 교수의 성추행 피해자 한 분이 더 나타났다고 합니다.

세종대는 일단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금요일에 인사위원회를 열어서 직위해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요, 세종대 교수들은 조금 전에 김태훈 교수에 대해 최고수준의 징계를 요구 한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앵커>

피해자 분이 저희에게 이런 끔찍한 사실들을 털어놓으신 이유는 뭘까요?

<기자>

이것은 저도 조심스러워서 피해자 분이 하시는 말씀으로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태훈 교수 성폭행 피해자 : 제가 이 이야기를 하기로 제일 마음 먹은 이유가 뭐냐면, 여전히 그는 세종대학교의,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의 왕이에요, 왕. 절대권력자예요. 이게 '너무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분명히 누군가 또 다른 피해자가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랬을 때 제가 침묵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죄책감이 느껴졌어요. 나중에 저희 아이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 이게 (제가 오해받고 끝나면) 정말 안 떳떳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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