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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돈 더 줘도 '주 52시간' 넘기면 불법…근로기준법, 무엇이 바뀌나?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8.02.28 15: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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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리포트+] 돈 더 줘도 주 52시간 넘기면 불법…근로기준법, 무엇이 바뀌나?
어제(27일) 새벽 여야가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데 전격 합의했습니다.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지 5년 만에 여야 합의안이 나온 겁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오늘(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넉 달여 뒤인 오는 7월 1일, 근로자 300명 이상인 대기업부터 시행됩니다.

근로시간 단축안이 시행되면 직장인들의 근로 형태에도 획기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새로운 제도에 대해 살펴보고 월급과 휴일 수당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지, 제도가 정착된다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지는지 짚어봤습니다.

■ 최대 근로시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무엇이 달라지나?

현행법에서도 주당 근로시간은 52시간입니다. 그동안은 한 주를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주 5일 기준으로 했습니다. 주말은 각각 8시간씩 16시간의 별도 근로시간을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통해 주말을 '근로일'에서 제외하고 16시간의 초과근무를 허용해왔습니다. 법 규정에는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해두고 실제로는 여기에 16시간을 더해 최대 68시간이 허용됐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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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근로시간 어떻게 달라지나?
현행법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주 5일 기준) + 16시간(주말) = 최대 68시간
근로기준법 개정안 주당 근로시간 52시간(주 7일 기준) //개정안에서는 한 주의 기준이 바뀌게 됩니다. 주 7일을 기준으로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 하루 8시간씩 평일 40시간 일했을 때 연장근로는 12시간까지만 허용됩니다. 평일에 야근을 하거나 휴일에 나와서 일하려면 12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 겁니다. 만약 이 기준을 벗어나면 사업주는 처벌받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사업주에게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렸지만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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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일 8시간 근로 = 40시간
평일 야근 + 주말 근무 = 12시간 넘으면 사업주 처벌 //
그동안 근로시간 단축 논의의 걸림돌이었던 휴일근로수당은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8시간을 넘지 않으면 통상임금의 150%를, 8시간이 넘는 부분부터는 두 배를 받습니다. 이렇게 휴일수당 더 준다고 해도, 그리고 당사자 간의 합의를 해도 전체 근로시간 52시간을 넘겨서는 안 됩니다.

■ 300인 이상 기업은 7월부터 적용…예외 업종은 줄어든다?

노동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근로시간 단축안을 적용하는 시기는 기업 규모에 따라 달라집니다. 300인 이상의 기업은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 52시간을 지켜야 합니다. 50∼299인 기업과 5∼49인 기업은 각각 2020년 1월 1일, 2021년 7월 1일부터 이 기준이 적용됩니다. 다만 30인 미만의 기업인 경우, 2022년 12월 31일까지는 특별연장근로 시간 8시간이 추가 허용됩니다.

단축안에도 예외는 있습니다. 24시간 근무가 불가피하거나 공공 목적이 있는 운송업이나 보건업 등 5개 업종은 특례업종으로 분류돼 이 기준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외 업종이라도 최소 11시간의 휴식이 보장돼야 합니다.
개정안■ 저녁 있는 삶 가능해진다 vs 추가 고용 부담스럽다…예상되는 부작용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는 어떨까요? 한 대기업에 근무 중인 윤석은 씨는 지난해 12월부터 근로시간이 주 35시간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윤 씨가 다니는 기업은 오후 2시를 '집중근로 시간'으로 정해 업무에만 집중하도록 흡연실도 폐쇄되고 오후 5시에는 회사가 컴퓨터에 퇴근 알람을 띄웁니다. 근로시간 단축을 경험한 직장인들은 대부분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져 만족스럽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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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은/직장인]
"작년에 책을 1년간 2권 봤는데요. 벌써 올해는 3권 넘게 읽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9 to 5' 근무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주민규/직장인]
"일단 자기 개발을 하거나, 아니면 문화생활을 즐기거나 아이들이랑 좀 더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알루미늄 가공 제품을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은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사업주는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어 추가 고용이 어렵고 비용도 부담스럽다고 털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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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건/중소기업 사장]
"현재 있는 인원으로 그대로 일할 수밖에 없게 되면 생산이 확 줄어드는 거죠. 임시직을 써 보는 것…그 외에는 방법이 없는 거예요." //실제로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의 70%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 부담해야 한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 단축안이 시행되면 일을 집에 가서 하게 만들거나 휴식시간을 늘리는 편법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SBS 한승구 기자]
"지금도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하면 정부가 어느 정도 보조를 해줍니다. 최저임금 인상 때도 일자리 안정기금 등으로 보조가 이뤄졌습니다. 이런 부수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 같고 중소기업의 인력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인력공급 대책 마련, 설비투자 절차 개선 등 사회적 공감대를 모으는 일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 한승구, 정경윤, 최재영, 민경호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