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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펜스 실점 만회하러 간 이방카 대표단 "김영철과 접촉 없었다"

[월드리포트] 펜스 실점 만회하러 간 이방카 대표단 "김영철과 접촉 없었다"
17일간의 열전이 끝나고 모든 나라 대표단이 각자 나라로 돌아갔습니다. 개회식을 맡았던 펜스 부통령의 실점을 만회하러 평창 폐회식에 파견된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팀도 미국 시간 26일 워싱턴으로 귀국했습니다. 귀국할 때 역시 출국할 때처럼 대한항공 편을 이용했습니다. 워싱턴의 관문인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 예정 시간은 오전 9시 50분. 공항으로 대표단 인터뷰를 나갔습니다. 궁금한 점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폐회식 기간에 김영철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대표단과 만났는지, 그리고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했는데 미국 정부의 입장은 무엇인지였습니다.
 
솔직히 대표단장인 이방카 보좌관을 직접 만날 수 있을지는 반반이었습니다. 수소문해본 결과, 일반인 출입구가 아니라 보안 구역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돌았기 때문입니다. 9시쯤 도착해 현지 공항 직원에게 취재진이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문의했더니 유일한 통로는 일반인 출입구뿐, 일단 기다려보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계와 출구를 번갈아 보기를 수십 차례 반복하던 10시 무렵, 이방카 보좌관이 먼저 공항을 떠났다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한국과 일본 취재진 속에서 일순간 웅성거림이 일었고, 일부는 혹시나 이방카 보좌관의 모습을 찾을까 싶어 입국동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방카 고문은 취재진의 바람과는 달리 경호 차량을 타고 공항 활주로에서 바로 모처로 이동했고 그 사이 일반 여행객 사이로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과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등 수행원단이 걸어 나왔습니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의 입인 샌더스 대변인에게 다가갔습니다. 잠시 놀란 표정의 샌더스 대변인은 인사를 받자마자 종종걸음으로 취재진을 끌고 주차장으로 향했습니다. “한국 방문이 어땠냐?”는 첫 질문에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여행”이라고 모범 답안을 내놓았습니다. 이미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터였지만 김영철 부위원장 등 북한 대표단과 혹시나 접촉을 했는지 물었더니 단호하게 “No, we didn’t”라고 부인했습니다. 사전 예고 그대로, 대표단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는 확인이었습니다.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어떤 의견을 나눴는지 질문이 들어가자 “미안하지만 잠시 뒤에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할 테니 그 때 기꺼이 답해 주겠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했는데 대변인의 생각은 어떠냐?”는 질문이 이어졌는데 마찬가지로 “미안한데 몇 시간 뒤에 질문을 받겠다”고 넘어갔습니다. 주지사의 딸로 현장 정치를 배운 뒤 백악관에서 각종 현안을 놓고 기자들과 반 년 넘게 즉문즉답을 해온 터라 책 잡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응하는 게 몸에 익은 듯 했습니다. 인터뷰 도중 틈틈이 한 덩치 하는 경호원들이 “미안하지만 여기까지..”라며 취재진을 슬쩍슬쩍 밀었는데 몸무게 차이가 꽤 나는지 압박감이 간단치 않았습니다.
 
2분도 채 안 되는 ‘팔로잉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입국장으로 올라가니 10여 미터 옆 커피숍에 후커 보좌관이 커피를 주문하러 줄을 서 있었습니다. 지난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터라 한국 기자들에게 얼굴이 알려진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는 공항에서 자신을 알아보고 인터뷰할지는 몰랐던 모양입니다. 취재진이 다가가서 신분을 밝히자마자 얼굴이 굳어지며 “지금 가봐야겠다. 고맙지만 안녕~”이라며 몸을 획 돌렸습니다.
후커 NSC 보좌관
후커 보좌관에게 질문한 이유는 그가 북측 대표단으로 온 김영철 부위원장과 2014년에 만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당시 후커 보좌관은 클래퍼 국가정보국장과 함께 케네스 배 등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 때 북측 협상 당사자가 김영철이었습니다. 올림픽 경기를 응원하는 게 주목적이라던 이방카 단장의 수행원에 북핵 현안을 다루고 있는 후커 보좌관이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 북미 접촉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멀어지는 그를 따라가며 북측 인사와 만났는지 물었습니다. 후커 보좌관은 굳어진 표정으로 “대변인 팀에 물어 달라”고 답했습니다. 딱딱해진 분위기를 바꿔보고자 한국 방문 소감을 문의했습니다. 그제야 옅은 웃음을 지은 후커 보좌관은 “훌륭한 방문이었고 멋진 시간을 보냈다. 모든 게 환상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질문으로 최대한의 압박 이야기가 들어가자 그는 여지없이 “내가 말해줄 게 없다”며 추가 질문을 막았습니다. 실무자로서 극도로 말을 아끼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 트럼프 "적절한 조건에서만 대화"…올림픽서 북미 만남 없어

이렇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한’ 인터뷰를 마치고 나서 오후 3시쯤 백악관의 공식 입장이 나왔습니다. 시차가 약간 느껴지는 갈라진 목소리로 등장한 샌더스 대변인은 “북한과의 모든 대화는 비핵화가 결과여야 한다. 미국은 100% 영구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전념하고 있다는 점을 전 세계는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북한과 대화를 원하지만 그 대화는 적절한 조건 아래여야만 한다, 아니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짝을 맞춘 브리핑이었습니다. 브리핑의 마무리는 “펜스 부통령 방한 때도, 이방카 보좌관 방한 때도, 한미 동맹은 한 틈의 빛도 새나갈 틈이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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