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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조재현 성추행 고백 女스태프 "강제 입맞춤…사건 후 현장 떠났다"

[단독 인터뷰] 조재현 성추행 고백 女스태프 "강제 입맞춤…사건 후 현장 떠났다"
“저희 아버지와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어른이….”

배우 조재현(54)에게 4년 전 성추행을 당했다는 20대 여성이 “‘뽀뽀를 해달라’고 해 거부했는데도 강제 입맞춤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했다. 조재현에게 성추행을 당할 당시 이 여성의 나이는 스무 살이었다.

유명배우이자 극장 수현재씨어터를 설립한 조재현에 대해 #미투운동(나도 당했다)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A씨 역시 조재현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 중 한 명.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A씨는 드라마 촬영 현장의 ‘막내 스태프’였다.

A씨가 SBS funE 취재진에게 밝힌 성추행 당시 상황은 끔찍했다. 미성년자에서 성인이 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던 스무살. 조재현은 한 지상파 방송사 드라마 촬영장에서 A씨를 “막내야”, “막내 스태프야”라고 부르며 ‘안마’를 요구했다.

산에서 진행돼 최소 인원만 이동해야 하는 스태프 버스에서는 조재현이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여기에 앉으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촬영장 또 다른 스태프들이 “조재현이 널 예뻐하는 것 같으니 정말 조심하라”, “절대 대기실에 들어가지 말라”며 조언을 익히 들어 A씨도 조재현을 의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건이 터진 건 한밤 중 길 위였고, 도움을 요청할만한 사람은 주위에 한 명도 없었다.

“야외 세트 촬영이 있던 밤이었다. 컴컴하고 어두워 손전등이 없으면 빛 하나 없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던 시기였다. 본부에 뭘 가지러 가야 해서 나왔는데 조재현과 매니저가 옷을 갈아 입으려고 앞장서 걷고 있었다. 내 발소리를 듣더니 ‘누구냐’ 했고, 나를 보고 ‘같이 걷자’고 말을 걸더니 손을 잡았다.”

A씨에게 조재현은 “아버지는 몇 살이시고 동생은 있나” 등 어른들이 할법한 사소한 대화를 해 답변을 했고, “나랑 아버지가 한 살 차이네.”라고 말했다. 그 때까지는 평범한 대화 내용이었지만, 조재현은 손을 잡자며, 여러차례 ‘괜찮다’는 A씨의 손을 휙 낚아채듯 잡았다. 의아한 건 당시 매니저의 반응이었다.

“옆에 매니저가 있었는데, 못 본 척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조재현 씨가 하는 극단의 학생 중 한 명인데 ‘경험삼아 데리고 다닌다’고 들었던 것 같다. 매니저가 그 상황에서 보고도 애써 못 본 척 한다는 기분을 느꼈다.”

A씨는 “본부에 다다랐을 때 한 스태프가 ‘옷 갈아입으셔야 한다’며 나왔다. 그랬더니 조재현 씨가 그냥 놀라는 게 아니라, 화들작 놀라면서 내 손을 패대기 쳤다. ‘나이 차이가 많이나는 선배가 챙겨주는 거겠지’라며 애써 기분을 추스르고 있었는데, 조재현의 행동을 보고 ‘아, 그 행동이 아닌 거였구나’ 확신을 했다.”고 말했다.

2차 성추행은 그 이후 벌어졌다. A씨에 따르면 조재현이 A씨가 촬영을 마무리 하고 홀로 짐을 챙겨 숙소로 돌아가려는 와중에, 조재현이 “편의점에 가서 ‘스태프들 먹을 걸 사주겠다”며 수차례 가자고 요구했다는 것.

이에 A씨는 “손잡는 행위 때문에 거리를 두려고 했는데 두 번이나 거절했는데도 계속 같이 가자고 했고,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해서 편의점을 가게 됐다.”고 말했다.

“편의점 가는 길도 마찬가지로 매우 컴컴했다. 갑자기 ‘무서우니까 손을 잡자.’고 하며 손을 낚아채듯 잡았다. 그러면서 그는 ‘내 아들은 스케이트를 하고 있고, 딸은 외국에서 공부를 하는데 딸이 정말 좋다’는 얘기를 하더라. 그러면서 조재현은 ‘며칠 지내보니까 네가 꼭 딸 같다. 그러니 뽀뽀를 해달라’며 입술을 내밀었다.”

A씨는 조재현의 요구에 몇차례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빠에게도 뽀뽀를 안하고 사실 이렇게 손도 잡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조재현이  ‘너 편의점 가야 하지 않나. 숙소 복귀해야 하지 않나. 얼른 뽀뽀 해달라’고 말했고,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 “누구도 없고 도망칠 수도 없는 한밤중 길 위에서 협박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영향력 있는 배우가 말 한마디로 ‘막내 스태프 별로다’하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화를 내고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내 딴에는 그 상황을 모면하고자 ‘그럼 볼에다가 살짝 할게요’라고 한 순간 조재현은 A씨의 목덜미와 뒤통수를 붙잡으면서 자신의 고개를 꺾고 입맞춤을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무슨 키스신 마냥 입맞춤을 했고, 내가 놀라서 몸부림을 쳤는데도 몸을 꽉 밀착시켰다. 상대에게 내 가슴이 닿을 정도로 꽉 껴안았다.”

A씨는 당시 심경에 대해서 “멘탈이 터졌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후 손에 이끌려 편의점에 가서 뭘 사라고 했는데 뭘 샀는지 기억도 안나고, 숙소를 복귀한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그 상황에서도 편의점에서 뭘 사줬던 게 ‘누가 봤으면 내가 내 발로 따라가서 편의점을 갔다’고 말하려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며 괴로움 심경을 말했다.

A씨는 사건 이후 드라마 현장에서 조재현을 피해다녔다고 말했다. A씨는 꿈을 키웠던 촬영 현장을 떠났다. 이미 4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A씨는 당시만 생각하면 “내가 너무 방심한 탓”이라며 괴로워 했다. “A씨의 탓이 아니니 자책하지 말라.”고 했지만 A씨의 심적 충격은 매우 큰듯했다.

그럼에도 공개적으로 인터뷰를 한 것과 관련해 A씨는 “그렇게 유명한 배우가 나와 같이 아무 힘도 없는 스태프를 상대로 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다. 최근 #미투운동을 보면서 내가 용기를 내야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낸다고 생각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24일 서울경제에 따르면 또다른 피해자 B씨는 2016년 6월 경기도 한 세트장 옥상 물탱크실에서 조재현이 B씨를 벽에 밀쳐 억지로 키스하고 옷 안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고 B씨의 손을 자신의 바지 안으로 넣으려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 B씨는 A씨와 마찬가지로 드라마 촬영 현장의 여성 스태프였고 이 일로 드라마 현장을 떠났다.

한편 조재현은 입장문을 내고 “30년 간 연기생활을 하며 동료와 스텝, 후배들에게 죄스러운 행동을 많이 했다”며 “모든 걸 내려놓겠다. 정말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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