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원조 대가로 성매매…국제구호단체로 번진 '미투'

[취재파일] 원조 대가로 성매매…국제구호단체로 번진 '미투'
국내 문화예술계가 미투 폭로로 발칵 뒤집힌 가운데, 나라 밖은 인도주의 활동을 하는 국제구호단체들의 잇단 성추문으로 시끄럽습니다. 전쟁과 기아로 고통받는 분쟁 지역이나 빈곤 국가에서 활동하는, 도덕성이 중요한 가치와 덕목이 되는 국제구호단체들에서 터져 나온 성추문에 세계가 분노하고 있습니다.
 
● 구호 지역에서 성매매
 
시작은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었습니다. 영국의 한 언론은 이달 중순, 지난 2011년 강진 피해를 입은 중남미 국가 아이티에서 구호활동을 하던 옥스팜 직원들이 성매매 의혹에 연루돼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다른 영국 언론은 옥스팜 직원들이 지난 2006년 아프리카 차드에서도 성매매를 한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폭로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옥스팜 직원들이 원조를 대가로 피해자들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내용입니다. 조건 없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원조가 성매매의 대가였다는 사실에 비난 여론이 빗발쳤습니다. 옥스팜은 자체 조사를 통해 관련자들을 해고했다고 해명했지만, 옥스팜이 사전에 문제를 알고도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보다 앞서 유엔에서도 비슷한 폭로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분쟁 지역에 파견된 '유엔 평화유지군'이 돈과 물건 등을 주면서 현지 여성들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10대 소녀는 4달러, 단돈 4천 원에 성을 착취당했고, 우리 돈 8백 원에 성을 유린당한 소녀도 있었습니다. 유엔은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간 평화유지활동 중 40건의 성추행과 착취가 있었다고 밝혔는데, 피해자 가운데 절반은 10대 소녀였습니다.
 
● 동료 직원 성희롱하고 성추행
 
유엔 산하 기관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사무차장 저스틴 포사이스는 전 직장에서 동료 여직원들을 성희롱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사임했습니다. 국제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최고경영자였던 포사이스는 재직 시절 젊은 여성 동료들에게 성희롱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데, 메시지를 보낸 뒤 답하지 않으면 이메일을 보냈고 이메일에도 답하지 않으면 전화를 걸어 사적인 대화를 요구했습니다.
저스틴 포사이스 (세이브더칠드런 전 최고경영자)
피해자들은 포사이스의 지속적이고 집요한 성희롱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세이브더칠드런은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않았고 문제가 외부로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포사이스는 세이브더칠드런 최고경영자직에서 사임한 뒤, 국제기구 유니세프로 '성공적'으로 이직했습니다.
 
이밖에도 의료구호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에서는 지난 한해 24건의 내부 직원 간 성추행·성희롱이 발생해 19명이 해고됐고, 빈곤 퇴치를 위해 개발도상국에서 활동하는 구호단체 '케어 인터내셔널'에서는 11명이 성 관련 비위로 해고됐습니다.
 
● 줄어드는 기부금, 피해는 누구에게
 
성매매 의혹이 제기된 옥스팜은 문 닫을 위기에 놓였습니다. 영국 정부는 옥스팜에 대한 지원 중단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옥스팜은 지난해 영국 정부로부터 3천2백만 파운드(약 480억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지난해 325억 원 이상을 지원했던 유럽연합도 옥스팜에 해명을 요구하며 성매매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개인과 기업의 후원, 각국의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국제구호단체들은 이번 성추문으로 지원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재정 지원 중단은 구호단체의 존립과 직결되는데, 그 여파는 매우 크고 심각합니다. 지원이 끊기고 단체가 문을 닫으면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활동가들은 일자리를 잃습니다. 그리고 원조를 받았던 내전지역, 빈곤국 주민들은 생존에 위기를 맞습니다.
 
영국의 자선단체 톰슨로이터재단이 21개 주요 국제구호단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성추문에 연루돼 일자리를 잃은 구호단체 직원은 모두 12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헌신하는 활동가들과 원조국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추락한 도덕성을 회복하는 국제구호단체의 자정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