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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트럼프 美 대통령이 풍수지리 역사를 새롭게 쓴 인물이라고?

"한국 풍수지리(風水地理)는 퇴행적이고 보수적입니다. 주로 묘지 풍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개발해 나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문제입니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의 풍수는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굉장히 실용적이고 공격적이죠."

한국 풍수지리의 새 지평을 개척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재벌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풍수'가 절대적이었다는 거다.
[취재파일] 트럼프 美 대통령이 풍수지리 역사를 새롭게 쓴 인물이라고?-트럼프
트럼프가 풍수를 알게 된 계기는 이렇다. 아시아의 부호들에게 초고가 아파트를 분양 중이었는데 갑자기 중단됐다. 놀라서 알아보니 '풍수'라고 불리는 '어떤 것' 때문이었다는 거다. 트럼프는 그 당시 처음 듣는 단어인 풍수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고민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동산 개발과 투자에서 아시아 부호들에게 풍수가 필수라는 걸 깨닫게 되고 이를 적극 활용하게 된다. 트럼프의 풍수를 이용한 전략은 아시아 고객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명사, 부호들에게도 어필해 '대박'을 터뜨렸다는 이야기다.
 

트럼프는 평소 풍수에 대해 이런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굳이 풍수를 믿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풍수를 이용한다. 왜냐하면 풍수가 돈을 벌어다 주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내린 풍수에 대한 정의도 아주 실질적이다. "풍수란 사람이 살고 일하는 데 필요한 이상적인 환경을 창조하는 실천 기준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풍수사들의 자문을 받아 부동산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풍수를 통한 부동산 가치의 극대화'가 트럼프가 추구한 목표였다.

풍수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가 좌향론(坐向論)이다. '좌(坐)'는 건물이나 무덤이 등을 대고 있는 뒤쪽을 말하고, '향(向)'은 건물이나 무덤이 마주하는 앞쪽을 말한다. 따라서 좌와 향은 서로 반대 방향을 의미한다. 풍수에서 좌향은 단순한 방향 표기 그 이상의 철학적 의미를 갖는다. '좌'는 뒤쪽 방향으로서 과거를 의미하며, '향'은 앞쪽 방향으로서 미래를 의미한다. '좌'는 지나온 과거, 집안 내력, 인물 등을 상징하며, '향'은 그 집안이나 공동체가 지향하는 미래를 나타낸다. '좌'는 산 쪽을 가리키며 '향'은 들판과 물을 바라본다. 전통적으로 한국풍수는 '좌'를 중시한다. 그래서 무덤 앞 비석에도 '좌'만 표기하지 '향'은 표기하지 않는다. '좌'를 중시함은 훌륭한 인물의 배출을 기원함이요, '물'을 중시함은 재물의 번창을 염원함이다.

트럼프의 풍수는 한국 풍수와는 정반대다. 트럼프가 부동산 입지 결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뛰어난 전망 확보 여부였다. 전망, 즉 들판과 물을 바라보는 향에 방점을 뒀다는 거다. 서울 여의도에 세워진 초고층 아파트 '트럼프 월드'를 보자. 20년 전 사업가 시절 트럼프가 대우건설과 손잡고 건설한 '트럼프 월드'도 전면이 한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위치해있다. 트럼프의 풍수 철학이 그대로 적용된 예라고 할 수 있다.

'산은 인물을 주관하고,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山主人 水主財)'는 풍수 격언에 나타나 있듯이 트럼프는 재물, 돈을 벌기 위해 동양의 풍수를 적극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추세를 보면 한국의 부동산 개발에도 트럼프 식 풍수가 적극 수용되고 있는 분위기다. 김 교수는 '풍수 역사를 새롭게 쓴 인물'이라고 트럼프를 평가했다.
서울 여의도의 트럼프 월드
풍수는 1980년대 후반 홍콩, 타이완에서 미국과 유럽으로 전파된다. 그 이후 영어와 여러 언어로 번역되거나 저술된 풍수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면서 서양에서도 동양의 사유 체계 또는 삶의 지혜로서 풍수의 가치를 알게 되는데 트럼프가 선구적으로 그 핵심을 잘 간파했던 것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풍수의 인기가 대단해서 금융, 실리콘밸리 등 전문가 집단에서도 풍수를 활용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풍수를 적극 활용하는 분야가 늘고 있다. 건축은 물론 조경, 인테리어, 도시입지 선정 같은 국토개발에도 풍수 자문이 필수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유명 호텔들이 사업 명당, 웨딩 명당이라고 주장하며 풍수지리 마케팅에 한창이라는 등 이와 관련된 뉴스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퇴직자들이 풍수, 사주, 역학 공부에 몰리고 있고 이런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풍수지리 수강생'을 모집하는 대학들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모 일간지에 실린 풍수지리 수강생 모집 대학 광고
풍수, 사주, 관상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오늘 복권에 당첨될까, 내일 좀 운명이 달라질까 같은 말단적이고 기복적인 측면만 부각되고 있는 데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지향에서 탈피해 실용성을 강조한 미래 지향적으로 나아가야 새로운 트렌드를 성공적으로 흡수할 수 있고 당당하게 학문의 한 분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상 취재 : 박대영·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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