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회고록을 검증한다⑥] "5·18 당시 교통사고로 32명 사망"…출처도, 숫자도 오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자료(1987년)는 "이동 중 음주운전 및 과속으로 인한 전복 충돌 등의 교통사고를 일으켜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중간 생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자료는 또 소총과 수류탄 등 무기류 취급 미숙에 의한 시민군 사망이 15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 전두환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이 32명"

전두환 씨 회고록을 보면, '학살은 과연 있었는가'라는 소제목 아래 5·18 당시 사망자가 모두 총상으로 인해 사망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자료'라는 것을 인용해서 교통사고로 32명이 숨졌고, 무기류 취급이 미숙해서 시민군 15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를 누가 낸 것인지 회고록에는 명기돼 있지 않습니다만, 계엄군이 사고를 냈다는 맥락은 아닙니다. 5·18 당시 사망자 모두 계엄군의 만행에 따른 것은 아니라는 취지가 분명합니다.

전두환 씨는 "타박상 등에 의한 사망자는 계엄군 공격이 아니라 시위대가 무차별적으로 던지는 돌에 맞거나 뛰어 달아나다 넘어져 사람들에게 밟히면서 생긴 부상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 시위 군중 속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에 분명히 나와 있다"고 썼습니다. 어떤 사람들의 증언인지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교통사고에 대한 주장과 마찬가지로, 계엄군과는 무관하다는 얘기입니다.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자료가 뭐길래…

전두환 씨는 회고록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자료가 1987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 1987년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발간한 자료는 1건입니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이라는 단행본입니다. 이 책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만행을 '일지'라는 형식으로 일일이 기록하고 있습니다. 전두환 씨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쓸 만한 문건이 아닙니다. 의외였습니다. 취재진은 3백 페이지가 넘는 단행본 내용을 직접 확인했는데, 교통사고로 32명이 숨졌다는 내용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시내버스, 군경 차량 등을 마구 탈취한 폭도들이 시위를 선동하거나 무기 탈취를 위해 이동 중 음주운전 및 과속으로 인한 전복·충돌 등의 교통사고를 일으켜 32명의 사망자가 발생되었음이 검사 결과 밝혀졌는 바…"
밑줄 친 문장이 전두환회고록에 그대로 인용되어 있습니다. 원래 문장의 주어는 '폭도들'인데, 전두환 씨는 회고록에서 이 주어를 빼고 인용했습니다. 현재 법원은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이 문장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 문건 출처도 '세탁'…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자료 아니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폭도들이 교통사고를 일으켜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자료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책을 보면 5·18 당시 날마다 벌어진 일들을 기록하는 부분이 있고, 책 맨 뒷부분에 '자료'라고 해서, 당시 공식적으로 나왔던 성명서 등을 싣고 있습니다. 그 중에 "계엄사 발표 광주사태 전문"도 실려 있는데, 3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문장은 바로 그 안에 있습니다.

즉, 전두환회고록에서 해당 부분의 출처는 '계엄사 발표 광주사태 전문'이라고 해야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자료'라고 하면 사실과 다른 겁니다. 문건 출처를 '세탁'하는 것이죠. 계엄사 자료라고 하면 신빙성이 떨어지니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름을 빌려서 좀 더 믿을 만한 숫자로 보이도록 한 것 같습니다.
전두환 씨는 회고록에서 "소총과 수류탄 등 무기류 취급 미숙에 의한 시민군 사망이 15명"이라고 주장했는데, '계엄사 발표 광주사태 전문'에는 "15명의 자체 오발사고"라고 되어 있습니다. 계엄사 발표문 그대로 '자체 오발사고'라고 전두환회고록에 그대로 옮겨 싣는 것은 안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 "교통사고 사망자 32명"…숫자도 오류

그럼 교통사고 사망자가 32명이라는 전두환 씨의 주장, 계엄사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광주 민주화운동 사망자는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총 162명이니까, 사망자의 20% 가량이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게 전 씨의 주장입니다. 국가기록원 자료에 따르면 32명도 사실과 다릅니다. 사망 원인별 데이터를 보면, 총 162명의 사망자 가운데 총상 124명, 자상 11명, 타박상 18명, 교통사고는 9명으로 집계돼 있습니다.

전두환 씨 측은 법원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자료를 단순 인용했을 뿐"이라고 했는데, 자료 출처가 계엄사인 만큼 교통사고 사망자가 32명이라고 주장하려면 공신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자료조사: 서도영)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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