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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의시사전망대] "김해 극단 내 성폭행 피해자 더 있다"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8:05 ~ 20:00)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방송일시 : 2018년 2월 21일 (수)
■대담 : 김00 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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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단할 당시 극단은 꿈의 장소
- 안마 등으로 성추행 시작… 패턴 똑같아
- 비슷한 증언들 보면 상습적이라는 것 알 수 있어
- 극단 선배들, 보고도 모른척한 방관자
- 대표, 제명됐지만 외부 강사로 일 할 수 있어
- 대표 “용서 빌고 싶다” 문자 왔지만 이후 잠적
- 용서로 해결될 일 아냐… 더 근본적 문제 있어


▷ 김성준/진행자:

어제 저희 시사 전망대에서 당시 불과 16살에 김해의 한 극단 대표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에 대해서 경남시민주권연합 측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인터뷰를 한 것 기억나실 겁니다. 그런데 해당 여성 외에도 같은 극단에서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는 증언이 SNS에 추가로 올라왔습니다. 그 중에는 18살에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람도 있었고요. 최근까지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아직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얘기입니다.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여성 분이 후배들을 위해서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결심으로 저희 인터뷰에 응해주기로 하셨습니다.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네. 안녕하십니까.

▷ 김성준/진행자:

네. 힘들게 저희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이렇게 하죠. 우선 당시에 어떻게 극단에 처음 입단하게 되셨습니까?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제가 대본을 쓴 게 있어서, 그것을 너무 평가받고 싶은 마음에 연극부 동아리였던 후배에게 대표 연출가님에게 보여드릴 수 없겠느냐고 해서 보여드렸다가. 그것이 좀 좋은 평가를 받고, 그게 동아리 내에서 창작극 발표로 이어지고 하면서. 그 인연으로 무언가 화려하게 극단에 단원으로 들어가게 됐던 것 같아요.

▷ 김성준/진행자:

그랬군요. 참 큰 희망을 품고 들어가셨을 텐데 말이죠.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예. 좀 그렇죠. 많이 칭찬을 듣고 들어가서 그냥 꿈의 장소였죠.

▷ 김성준/진행자:

그 때가 16살이었고요.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예.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지금부터 좀 힘들고 불편한 얘기들을 나눠야 될 텐데. 저희가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구체적 정황에 대해서 질문 드리고 싶지는 않고요. 다만 어떤 범죄가 저질러졌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기 위해서. 그 극단 대표가 어떤 상황을 만들었는지. 다시 말해서 어떻게 둘이서만 있게 했는지. 이런 것들을 설명을 해주시면 좋겠어요.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저는 이 패턴이 다 똑같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데. 보통 안마로 시작하거나, 뽀뽀로 시작하거나, 드라이브로 시작하는 게 지금 다 공통점이에요. 그리고 피해자에게 건네는 말까지 다 똑같거든요.

▷ 김성준/진행자:

예를 들자면 어떤 말이죠?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너랑 뽀뽀하기 위해서 양치하고 와야겠다는 말까지 다 똑같고. 그 다음에 여러 미투들이 증언하고 있듯이 피해자들이 모두 비슷한 패턴으로 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분이 얼마나 상습적으로 해왔겠는지를 지금에 와서는 생각이 되고. 또 그렇게 하게 되는 이유가 자기를 영입하고 칭찬했던 선생님에게 안마 정도는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처음에. 어깨였을 수도 있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니까. 종아리였을 수도 있겠고. 그런데 그게 단계별로 점점 진행이 되고. 점점 올라가고, 사타구니까지 가는 데까지. 그것을 근처에 있는 어른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문제인 것을 알면서도 문제인지 모르게 되는 거예요. 깨닫게 되는 순간은 이미 좀 늦은 것이고. 

드라이브 같은 경우에도 그냥 제가 성인이었다면 아무리 스승이라도 조수석에 앉는 게 꺼려졌겠지만. 학생들이니까 선생님이 차 끊겨서 자기 집에 데려다 준다는데 별 생각 없이 탔다가 다들 그런 일을 당한 것이다 보니. 저 같은 경우에도 무심코 차를 탔는데 자기 무릎에 일단 누우라고 해요. 그러면 가슴도 잡다가 속옷으로 갔다가. 그것을 코스가 있었어요. 그것을 하기 위한 길을 도는 코스가 있었어요. 차가 별로 없고, 신호등이 별로 없는 외곽 도로 같은 곳을 쭉 돌면서. 얼마나 상습적이었겠는지 지금에 와서는 짐작이 되는데. 담담하게 물어보니까. 자위 같은 것은 해봤느냐, 이런 식으로 물어보니까. 이게 어떻게 어디서부터 문제인지를 깨닫지 못할 만큼 너무 순식간에 단계적으로 일어나니까. 그랬던 것 같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 말씀하신 것 정리를 해보면. 피해 받은 분들의 증언이 같은 패턴으로 피해를 받았다는 것, 첫 번째. 그리고 우발적이고 순간적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굉장히 지속적으로 긴 시간 동안 천천히 준비를 해서 점점 그 상황에 말려들게 만들었다는 것. 그야말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처음에는 선생님이니까 이 정도는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하면서 하나 하나, 한 걸음 한 걸음 더 범죄 상황까지 몰고 간 것이군요.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그것을 묵인한 선배들이 가장 큰 것 같아요. 그것을 보고 있던 오랜 단원 두 선배가 있어요. 다들 그 선배들을 방관자라고 생각하는데. 그 분들이 그렇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무도 그것에 대해 터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 김성준/진행자:

그러면 그 두 명은 피해 사실을 다 알고, 또는 목격했는데도 방관했다는 말씀이시죠?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성추행, 성폭행을 직접적으로 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안마라든지 다 알던 사실입니다. 다 봤던 이들이고.

▷ 김성준/진행자:

SNS에 올린 피해 내용을 후배죠. 후배 사연을 보면 이 문제의 대표가 궁극적으로는 겁을 먹게 하고 거절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여기부터는 그냥 은근하게 계속 상황을 만들어간 게 아니라 겁박의 단계까지도 간 것 같은데. 어떤 방식으로 그랬습니까?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저는 극작을 위해서 간 것이라서. 연극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불이익이 없었는데. 이 후배 같은 경우는 배우였기 때문에, 작품을 연습하는 데에 있어서 자꾸 마주쳐야 하잖아요. 그것에 대해서 많은 불이익이 있었다고 느껴지고. 그것과는 별개로 원래도 남자 배우들, 여자 배우들 폭언이 많았던 사람이고. 연기를 연기로만 지적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평소 습관이나 행동. 화장실을 언제 가는 것까지. 그런 것까지 다 얘기하면서 연기와 연결시켜 인신공격을 하던 사람이고. 

하지만 그런데 나름대로 또 연기 지도 스킬이 있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다들 뭐라고 말을 못했고. 일단 그 분이 20년 전부터 계속 극단에서 연출을 해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누가 거부할 수 있겠어요. 배우를 하려면 저 사람 말에 따라야 하는데. 그리고 또 배역을 따내고 말고를 떠나서 일단 연습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신공격이나 폭언을 듣기 싫어서라도 아마 거절을 못했을 거예요. 당장은.

▷ 김성준/진행자:

그런 상황에 몰려서 고통을 받다가 결국은 세월이 흐른 뒤에 그런 증언을 하시게 된 건데. 결국 대표는 지역 연극 협회에서 제명을 당했잖아요. 그리고 다시는 근처에 갈 수도 없는 상황이 돼버렸습니다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물러나고 제명이 된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왕위 계승’ 이런 표현을 하셨다더라고요. 이것은 그러면 이 사람이 물러난다고 해서 이런 악몽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는 겁니까?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예.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분이 제명을 한다고 해서 생각을 해보니. 그러면 남는 것은 오랜 단원 둘밖에 없단 말이에요. 단원이 지금까지 붙어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오랜 단원은 다 그것을 봤던 사람들이고. 13년 전 맨 처음 연극부 동아리 1기를 했던 선배도 지금까지도 혹시 그 2인자가 남아 있느냐, 그 사람이 더 심각한 사람이라고 할 만큼. 그 분도 굉장히 문제적인 사람이고, 성추문이 끊이지 않았던 사람이고. 최근에 2016년에 당했다고 미투 글에서 한 후배의 말에서도 오랜 단원 둘 중 한 선배가 카드를 주면서 계속 은근히 스킨십을 시도하고. 약간 수법이 비슷해요. 하나씩 주면서. 제가 카드를 썼다면 어떻게 됐을지 저도 모르는 일이죠. 

제가 다행히 극단을 나와서 다행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그 극단을 운영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눈앞이 아득하고. 그리고 극단이 만약 해체됐다고 할지라도 지금 당장 연극 협회에서는 그 둘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얘기를 하면서. 자기네는 무소속으로 있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저는 들었는데. 무소속으로 있는다고 해봤자 외부 강사에서 제명되는 게 아닌 이상. 이런 일들, 학생들 가르치는 외부 강사 일을 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것을 생각하니 너무 아득해져서. 좀 더 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마지막으로 혹시 이 증언을 하시고 나서 문제의 극단 대표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있으십니까?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전화가 맨 처음에 왔었는데. 그냥 형식적으로 세 번 울리고 끊겼고. 그리고 문자가 왔습니다만. 너의 애틋함을 그렇게 상처 줘서 미안하다. 너를 직접 만나서 용서를 빌 수 있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이미 지금은 잠적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연락이 없었어요.

▷ 김성준/진행자:

용서하실 수 있습니까?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이것은 용서와 아닌 것과 구별로. 구별되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이 사람은 용서하기에는 이미 똑같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실 저 혼자서의 일이라면 고민을 해보겠으나. 저와 비슷한 일이 이렇게 많았다고 한다면. 그것도 그냥 사람만 바꿔서, 패턴만 똑같이 해서 그 일이 행해졌다고 한다면. 이것은 더 이상 용서로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해요.

▷ 김성준/진행자:

예.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겠습니다. 오늘 힘들게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무엇보다도 힘드시겠지만 하루 빨리 고통스러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실 수 있기를 바라고요. 아까 용서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 증언을 통해서 본인과 사회를 통해 참 옳은 일을 하신 것이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김00씨 (극단 대표 성폭행 피해 폭로):

네.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지금까지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리는 미투 운동에 동참한 여성 한 분과 말씀을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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