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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주를 숙주라 못 부른다?…'고령 신' 씨에 얽힌 사연

'신' 씨가 말하면 혼나는 단어
“숙주요? 우린 녹두나물이라고 부르는데…
종친회나 전통을 중시하는 집은 숙주라고 불렀다간 혼나기도 해요.”
-신희준(32)
“할아버지께서는 숙주를 안 드세요. 제사상에도 숙주는 안 올라가요." 
-신나은(25)
아삭한 식감과 향으로 각종 요리에 활용되는 숙주나물.
하지만 쉽게 상하고 갈변하는 특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숙주를 숙주라고 부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신숙주의 후손 고령 신씨 입니다.
‘숙주나물’이 최초로 기록된 건 19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에서입니다." data-captionyn="N" id="i201152814"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80221/201152814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책에서는 숙주나물 어원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이 나물로 만두소를 넣을 적에 짓이겨 넣었기 때문에 신숙주를 나물 찧듯이 짓이기자 하여 숙주라고 했다”
신숙주를 나물 찧듯이 짓이기자????(황. 당.)
대체 신숙주라는 사람이 어떤 잘못을 했기에… 굳이 짓이겨야 했을까요?
1441년(세종 23년) 신숙주는 세종대왕의 충신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의 어린 손자 노산군(단종)을 잘 보필하라는 세종의 당부를 받죠.
하지만 단종이 즉위하자 생각이 달라집니다.
신숙주는 수양대군(세조)과 손잡고 쿠데타를 일으켜 단종을 유배 보냅니다.
이후 세종의 신의를 저버린 신숙주 이야기는 끊임없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심지어 신숙주의 변절에 실망한 부인이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는 소설도 나와 사실인양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왜 영감은 죽지도 않고 돌아오세요!”
윤 씨는 자신도 모르게 분함을 이기지 못하여 숙주의 얼굴에 침을 탁 뱉어버렸다. 
윤 씨 부인은 이튿날 대들보에 목을 매 자살한 시체로 발견된다.
『신숙주부인전』 中
이런 신숙주 이야기에 대해 고령 신 씨는 어떻게 생각할까요?
고령 신 씨 대종회에 물어봤습니다.
“(숙주나물의 어원과 관련한 소문은)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각종 소설 때문에 악담이 퍼진 것이죠.” -고령 신 씨 대종회 관계자
때문에 고령 신 씨들은 숙주 대신 녹두나물이라 부릅니다.
“새 며느리가 들어오면 ‘숙주’라는 말을 절대로 못쓰게 교육시키고 있어요." -고령 신 씨 대종회 관계자
최근에는 신숙주가 지금까지 전해오던 것처럼 그렇게 심각한 배신자는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를 위한 일이었다는 겁니다.
업적도 재조명 받고 있습니다. 외교에 있어서는 신숙주에 범접할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공(신숙주)이 중국어, 일본어, 몽골어, 여진어 등의 말에 능통해서 때로 통역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뜻을 통했다. 
연려실기술-세조조 고사본말
희대의 배신자인가, 조국을 위해 결단을 내린 천재인가.
어쨌든 이제 고령 신씨 앞에선 ‘숙주나물’ 언급은 조심하는 걸로 해요~~
아삭한 식감과 특유의 향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숙주. 그런데 일부 고령 신 씨들은 숙주를 '녹두나물'이라 바꿔 부르고 제사상에는 올리지도 않습니다. 

숙주나물이라는 이름이 고령 신 씨의 조상인 신숙주에서 유래됐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세종과의 약속을 어기고 수양대군의 쿠테타를 도와 변절의 아이콘이 된 신숙주.  

고령 신 씨가 숙주나물을 굳이 '녹두나물'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려드립니다.

기획 하대석 권수연 구민경/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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