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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죽여야만 제가 삽니다'…어느 투견의 눈물

저는 친구를
죽여야 살 수
있습니다.
호기심 많은 눈으로
쪼르르 다가오는 이 개를 기억하시나요?
사람을 잘 따르고 
밝은 성격을 가진 ‘베토벤’은…
작년 1월,
피가 낭자한 링 위에서 구출된 
‘투견’ 입니다.
훈련이라는 이름의 학대를 견디고, 링 안에서 동족과 죽기 직전까지 싸워야 했던 베토벤.
구조 당시 베토벤은 온몸을 크게 다쳐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떨고 있었습니다.
베토벤의 참혹한 모습과 함께
투견 문제의 심각성이 전해지면서
큰 관심을 모았는데…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좀 나아졌을까요?
2년 이하의 징역 혹은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

다음 달 (3월) 22일부터 법이 개정돼,
투견 도박이 법으로 금지되고 
동물 학대 벌금 수위가 높아질 예정이지만
투견 도박을 근절하기엔
아직 역부족입니다.
수천만 원이 오가는 투견장에서 
이 정도의 벌금은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투견장을 급습해 
현장을 적발한다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링 밖에 있는 개들은 
물어뜯긴 상처와 학대의 흔적이 있어도 
구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투견으로 투입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으면 
구조가 어렵습니다.”

-이미희 /동물권단체 케어
겨우 개를 구조하더라도
주인이 원하면 돌려보내야 합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동물은 ‘재산’으로 분류돼  
주인의 소유권을 박탈하기가 힘듭니다.
“견주의 소유권이 
동물 학대보다 우선시 되고 있습니다. 
발견된 개들만이라도 
안전하게 구조하고 싶은데…”

-이미희 /동물권단체 케어
투견은 싸우기 위해 태어난 종이기 때문에 
다시 싸움판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주인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투견들 역시 
다른 반려견들과 똑같은 평범한 개입니다.
“개는 종에 상관없이 어떻게 교육하고 훈련하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투견은 태어날 때부터 학대를 받았고, 
약물이 계속 투여됐기 때문에
 억지로 싸우고 있는 겁니다.”

-이미희 /동물권단체 케어
사람의 욕심 때문에 투견은 죽을 때까지
원치 않는 싸움을 계속합니다.
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일. 
이게 과연 놀이일까요?
2017년 1월, 경기도 안양의 한 투견장에서 처참한 몰골로 구조된 투견 ‘베토벤’. 최근 건강하고 활발해진 베토벤의 모습이 동물보호단체 ‘케어’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베토벤은 많이 회복했지만, 아직 다른 투견들은 매우 열악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동물보호법상 주인의 소유권 박탈이 어려워 구조된 투견이 목숨을 건 투견장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획 하대석, 권재경, 정민경 인턴/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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