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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갑툭튀' 논란 박영선 의원 "적게 올 것 같다고 해서…'선의'로 응원"

[취재파일] '갑툭튀' 논란 박영선 의원 "적게 올 것 같다고 해서…'선의'로 응원"
윤성빈 선수가 아시아 최초로 스켈레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어제(16일), TV 중계 화면에 낯익은 정치인 한 명이 잡혔습니다. 워낙 관심이 집중된 경기였던 만큼 많이들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 4선 박영선 의원이죠. 박영선 의원은 도종환 장관, 유승민 IOC 위원과 함께 있었습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서는 금메달을 확정짓고 들어오는 윤성빈 선수를 반겼습니다.

박영선 의원은 스켈레톤 경기가 끝난 후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올렸습니다. 한장은 윤성빈 선수, 또 다른 한장은 김지수 선수와 찍은 사진입니다. 짧은 글도 남겼습니다. 종목 이름 오탈자는 수정해서 옮깁니다.

"새해 첫날 금메달. 설날이라 다른날보다 응원 오는 사람 적을 것 같아서 응원왔는데 와! 금메달. 운동 시작한지 6년만에 거머쥔 금메달. 정말 대단해요. 썰매와 합쳐 몸무게 115Kg을 유지해야 최적의 컨디션이 나온다는 스켈레톤. 그래서 하루 5끼를 먹기도 한다고. 윤성빈 장하다. 김지수도 장하다 !!!"

TV에 잡힌 모습과 박 의원이 올린 트윗은 금세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비판적인 의견이 우세했습니다. 논란이 됐던 내용을 정리해 보면 크게

첫째, 선수들이 흘린 땀을 보상받는 날에 정치인이 기여한 바 없이 숟가락을 얹었나?
둘째, 허락받은 사람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공간에 '특혜'를 받아 들어간 것인가?


정도가 되겠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박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 박 의원 본인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봤습니다. 일단 박 의원은 응원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응원을 간 것 자체도 '제안을 받은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그 제안을 누가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박 의원의 대답을 옮겨 적겠습니다.

"오늘은 설날이라서 응원오는 사람이 적을 거 같다고 그래서 좀 응원오면 어떻겠냐고 해서 제가 온 거예요. (와 달라고 제안한 사람을) 제가 뭐 누구라고 이야기 하기는 좀 그런데. 도종환 장관님은 아니고."

"실제로 와서 보니까 장관님하고 대한체육회장하고 유승민 IOC 위원하고 그렇게 세 분 밖에 없었어요. 처음에 응원석에 갔었거든요. 거기서 IOC 위원들과 인사하고서 도종환 장관하고 다들 몇 분이 계셨는데 같이 가라고, 가자고 해서 같이 있었던 거 밖에는 없어요. 일부러 가려고 그랬던 것도 아니고."
박영선 (사진=연합뉴스)
이미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만큼 '표를 의식한 행위'가 아니냐고도 물었는데 역시 아니라고 부인했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아이스하키 한일전도 왔었거든요. 오늘은 예를 들면 개막이나 폐막에는 사람이 많이 오는데 오늘은 설날이라서 응원하는 사람이 많이 없을 거 같다고. 그래서 온 거예요. 그게 전부 다예요."

"내가 좀 뒤에 있었거든요. 막 누가 등을 떠밀더라고요. 근데 내가 안 나갔어요. 누가 그랬는지는 저는 몰라요. 제가 일부러 안나가고 일부러 장관님 뒤에 있었어요. 오히려 거기 있던 누군가가 우리한테 금메달 따면 나가서 칭찬해 줘라, 그랬다니까요."


박 의원은 현재 국회 기획재정위원 소속입니다. 스포츠 행사와는 관련이 없는 상임위원회인데 혹시 평창 올림픽 관련해서는 어떤 특별위원회나 역할을 맡은 게 있는지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직책을 맡은 건 없다면서도 '선의'를 갖고 응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전에도 부탁 등을 받고 응원한 적이 여러번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스켈레톤이 많이 안 알려져서 스피드 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는 사람이 미어지고 여기는 사람들이 이야기해도 잘 안 오려고 한대요. 그래서 와서 응원하면 어떻겠냐고 그랬다니까요. 체육협회 그 쪽하고 기자 시절부터 뭐 이렇게 좀 응원하고 그런 적은 많이 있죠. 오라 그래서 가서 응원한 건 많이 있어요. 이걸 가지고 (정치적으로) 뭘 활용을 하겠어요."

"너무 이걸 나쁘게 (평가)하면 좀 그런거 같아요. 선의를 갖고 그 사람들이 다 같이 응원해주고 그러는 마음으로 그래서 온 거예요."


박 의원이 스켈레톤 선수들을 응원한 마음 자체를 의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정치인이 운동선수를 만나는 일을 시민들은 어떻게 평가하는지, 그 '달라진 눈높이'를 박 의원이 충분히 인식했는지는 따져 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미 스포츠를 정치에 활용하는 부정적인 사례를 많이 경험했으니까요.

응원하는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인기있는 선수'와의 만남 자체를 자신의 유명세에 활용하려는 듯한 인상을 주는 상황을 피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박 의원의 응원 모습을 영상으로, 사진으로 접한 다수가 국회의원의 '특권'을 누린 거라 생각한다면 그건 분명히 경솔한 행동입니다. 특히 일반인들은 '표'를 사야지만 경기장에 갈 수 있고, 굳이 이름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유명인도 관중석에서 '조용히' 응원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말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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