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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붕어빵에 붕어 없듯, 무술년에 황금 개 없다

이기성 기자 keatslee@sbs.co.kr

작성 2018.02.15 10:48 수정 2018.03.28 16: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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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붕어빵에 붕어 없듯, 무술년에 황금 개 없다
우리나라에는 새해가 세 번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양력 1월 1일과 설날인 음력 1월 1일, 그리고 명리학에서 말하고 있는 새해, 입춘절을 꼽을 수 있다. 입춘(立春)은 동지로부터 45일 지난 날로 이때부터 바야흐로 새해의 기운이 시작된다는 속설이다. 농작물과 생명체들의 생체 리듬, 계절 변화 등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올해 입춘은 2월 4일이었다. 그래서 입춘대길(立春大吉)은 서양의 Happy New Year와 같은 뜻이다. 2017년에서 해가 바뀌자마자 다들 무술년(戊戌年)이라고 부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입춘 절과 설날(올해 2월 16일) 전까지는 정유년이라고 해야 맞다. 십간십이지, 육십갑자 표기는 양력과는 관계 없기 때문이다.
십이지신도(十二支神圖) (소장처=국립중앙박물관)무술년은 황금 개의 해라고도 한다. 부와 영예를 상징하는 황금색과 양의 기운이 강해 역동적이고 활발한 개의 성격이 결합됐으니 번영과 풍성함이 가득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덕담도 많이 오간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은 좋지만 허황되고 공허한 희망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무술년과 황금 개는 관계 없다는 거다. 무술년의 무(戊)가 큰 흙 산을 의미하는데 흙 색은 황색, 즉 노란색이고 술(戌)은 개를 가리킨다. 글자 그대로 풀자면 황색 개, 순 우리말로 누렁이라고 할 수 있다. 누렁이가 황금 개로 둔갑한 것은 주술화, 상술화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무술년 황금 개 골드 바 상품김두규 우석대 교수는 사주, 관상, 풍수는 노력과 의지로 어찌할 수 없는 한 개인의 길흉화복에 대한 본질적 의문에서 시작됐다고 말한다. 한 개인의 존재론적 의미를 시간(사주)과, 공간(풍수)이란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자세히 들여다 보고자 함이었다는 거다. 문제는 대다수 역술 인들이 자신의 문제, 즉 처신의 때(사주)와 장소(풍수)를 고민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길흉화복을 말하고 심지어 타인의 삶을 디자인 하는 예언자나 무당이 되고자 하는 데 있고 일갈한다.

이런 태도가 주술화를 불러왔고 필연적으로 상술화로 귀결된다는 거다. 무술년을 황금 개의 해라고 포장해서 개의 형상을 한 골드 바를 판매하는 마케팅 전략 등이 좋은 예다. 초콜릿 매출량을 늘리기 위한 밸런타인데이, 해당 과자 소비량을 확대하기 위한 빼빼로데이 등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아니 더 나쁠 수 있다. 인간 운명의 모호함, 불안감을 악용한 상술이기 때문이다.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와 함께 한국 풍수지리의 새 지평을 개척한 인물로 꼽히는 김두규 교수의 이력은 특이하다. 아데나워 재단 장학금 받고 독일 뮌스터로 유학 가서 독문학 박사학위 받고 돌아왔으나 대학에서 풍수지리를 가르치고 있다. 풍수지리 관련 책도 스무 권 가까이 썼고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 SBS 드라마 ‘대풍수’에 풍수자문총괄을 맡는 등 전공과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김 교수는 다 인연이라고 말한다. 외국 문학을 했는데 한국에 오니 전혀 무관한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공허하게 느껴졌다, 원초적 체험이 그리워 우리 식으로 우리 것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거다.
 

올해는 한국 베이비 붐의 상징이랄 수 있는 58년 개띠들이 60세, 환갑으로 정년 맞아 퇴직하고 회사 밖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퇴직자들이 사주, 명리학, 역학 공부에 몰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한 언론은 우리나라에서 사주, 풍수, 관상을 하는 역술 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이 평균 수명이 늘어 은퇴 후에도 활동을 해야 하는 기간이 늘어난데다 운명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벌어지고 있다고 봤다.
 

디지털 시대, 우리 삶의 무늬가 과거와는 놀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띠어가고 있다. 편리한 점이 많아지고 SNS 등으로 표피적 관계망이 대폭 넓어졌지만 오히려 소외감, 외로움, 불안감 등으로 인한 고통도 늘어나고 있다. 노력과 의지로 삶을 개척해 나가지만 그와 무관하게 흘러가는 운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를 틈탄 주술화, 상술화의 부작용도 한 번쯤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선의의 덕담은 당연히 논외로 해야겠지만 말이다.

(영상 취재 : 박대영 cyumin@sbs.co.kr, 이승환 lee3379@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