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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연아가 등장한 순간…북한응원단도 긴장을 놓았다

북한응원단이 가장 '인간적'이었던 순간

[취재파일] 김연아가 등장한 순간…북한응원단도 긴장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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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평창과 강릉을 오가며 평창동계올림픽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담당 기자는 아니고 비디오머그 소속 기자이다 보니 경기 상황 자체보단 중계 카메라엔 담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취재하고 있는데요, 북한응원단도 주요 취재 대상 중 하나입니다. 북한응원단은 경기장 밖에선 철통 보안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말을 걸기도 어렵지만, 경기장에 들어오면 그 보안이 조금은 완화됩니다. 북한응원단이 앉는 좌석은 일반 관중들이 앉는 좌석과 같다 보니 바로 옆에서 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응원단에게도, 남한 관중들에게도 사실 쉽지 않은 경험입니다.

●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한 응원의 비밀

화면을 통해서도 북한응원단의 일사불란한 응원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 북한응원단은 단장의 지시에 따라 움직입니다. 이 여성 단장은 지시를 할 때 큰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다음엔 어떤 걸 하겠다'라고 말을 하지도 않습니다. 손짓이나 눈짓으로 단원들에게 신호를 주면 단원들은 척하고 알아듣습니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다음 동작과 구호가 이어집니다. 동작을 틀리는 경우도 거의 없었습니다. 극렬하게 함성을 지르고, 신 나게 노래를 부르다가도 단장이 앉으라고 지시를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 김연아가 등장한 순간은 예외였다 

하지만 단 한 순간, 예외가 있었습니다. 9일 개막식의 마지막 순간, 김연아 선수가 성화봉송을 위해 깜짝 등장했던 때였는데요.

기자는 당시 성화봉송대 왼쪽편에 앉아 있던 북한응원단 바로 앞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습니다. 방송사에서 주로 사용하는 ENG카메라는 북한응원단 근접 촬영이 불가능해 휴대폰으로 응원단의 모습을 담았는데요.

성화봉송대에 계단이 생기고, 남북 아이스하키선수들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자 북한응원단은 한반도기를 흔들었습니다. 그런데 응원단 가장 끝줄에 있던 일부가 선수들이 잘 보이지 않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성화봉송대 마지막 계단을 올랐고 그때쯤 김연아 선수가 등장했습니다. 개막식장엔 김연아 선수 이름이 호명됐고, 김 선수는 아름다운 스케이팅을 보인 뒤 성화를 점화했습니다.

그 순간, 뒷줄에 서 있던 북한 응원단원 중 일부는 입을 벌린 채 성화봉송대를 바라보고 있었고, 한 선수는 성화봉송대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성화 점화의 순간을 지켜보던 응원단원들은 2~3분 정도가 지난 뒤에야 자리에 앉았습니다.

지금까지 일주일 가까이 북한응원단을 취재하고 있지만, 그때만큼 인간적으로 느껴진 순간은 없었습니다. 어쩌면 당연하지만, 그들도 우리와 똑같이 울고 웃고 놀라고 감동하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남북 관계 해빙 정도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북한응원단(?)

평창올림픽이 진행될수록 남북 관계에 점점 훈풍이 불고 있는데요. 북한응원단의 응원도 그 변화의 물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은데요. 취재하면서 본 몇 가지 경험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9일 개막식 때 남북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할 때는 환호를 보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개회 선언을 할 때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관중들이 개막식 장면에 따라 환호를 하고 박수를 치며 호응할 때도 북한응원단은 마치 섬처럼 전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10일엔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쇼트트랙 경기 때 북한응원단은 북한 쇼트트랙 선수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남여 쇼트트랙 선수가 등장할 때도 이름을 부르며 응원을 했죠. 이런 모습은 사실 평창올림픽 개막 후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남한 사람이 대다수인 관중들을 향해 함께 응원을 하자는 권유의 제스처를 보내기도 하고, 파도타기를 하며 관중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습니다. 

그 사이, 한국을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북한 고위급대표단과 문재인 대통령은 4차례나 만났고, 북측은 문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했죠. 객관적인 근거는 없지만 이런 남북관계 변화가 북한 응원단에게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습니다. 14일 피겨스케이팅 페어 쇼트 경기에서도 북한 응원단은 렴대옥-김주식 선수뿐만 아니라 김규은-감강찬 선수에게도 한반도기를 흔들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직까지 북한응원단이 등장한 경기장에서 이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관중들은 없었습니다. "부자연스럽다" "기계적이다"  "관심없다"라는 반응은 있었지만 적지 않은 관중들이 "우리 동포"라는 마음으로 이들의 응원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북한응원단들도 남한 관중을 향해 미소 짓고 손을 흔들어주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 경기장은 남북이 서로를 향해 쌓아뒀던 장벽을 조금은 허무는 장이 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런 변화들이 과연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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