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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외국인이 한국문화의 속살을 체험하는 방법

온 나라가 평창올림픽 열기로 뜨겁다. 많은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아 겨울스포츠 제전을 즐기고 있다. 경기가 열리는 강원도뿐 아니라 전국이 손님맞이로 분주하다. 서울시는 1월 26일부터 3월 18일까지를 특별환대주간으로 삼고 두 팔 벌려 외국인을 맞고 있다. 환영 메시지를 띄우고 각종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스페셜 헬프센터'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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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를 받은 외국인들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을 깊이 체험하고 뜨겁게 공감해 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름난 관광지를 다니다가도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거닐고 먼지 낀 창틀을 바라보며 한국인의 생생한 숨결을 느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외국인들로 하여금 이렇게 한국 문화의 속살을 느끼고 만질 수 있게 해 주는 책이 있다.

한국, 특히 서울의 일상을 외국인의 시선으로 담아낸 두 권의 책이다. 똑 같은 내용을 한 권은 영어로, 또 다른 한 권은 한국어로 쓴 이란성 쌍둥이다.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에「호랑이 나라」라는 제목으로 나왔던 책인데,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서울 이야기」와 「SEOUL STORY」로  제목을 바꿔 다시 출간했다.

소재와 주제별로 각각 두 쪽 이내의 분량으로 짤막짤막하게 쓴 에세이를 모아 놓았다. KTX를 타고 서울과 평창을 왕복하는 길에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영어본과 한국어본이 쪽수까지 거의 동일하게 편집돼 있다. 외국인과 한국인이 나란히 앉아서 읽다가 손으로 짚어가며 질문하고 설명하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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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인이다. 10년 동안 서울에서 살면서 다니고 맛보고 만진 일상을 간결하고 재미나게 풀어나간다. 이야기는 '아침 6시쯤 되면 부산스러워지기 시작'하는 동네(서울 필운동)에서 출발한다. 그의 발길은 골목길을 누비고 지하도로 내려가고 시장을 훑는다. 큰길보다는 질박한 풍경이 펼쳐지는 좁은 뒷길을 즐겨 다닌다.

'종종 그렇듯이 정말 맛있는 식당들은 보통 두 번 눈길을 줄 것 같지 않을 그런 작고 소박한 식당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식당 중 하나는 경복궁 근처 좁은 골목길에 사람들이 잘 알아 볼 수 없게 숨어있는 식당이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안전하고 역동적이고 거대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서울은 '멍한 고양이나 새, 또는 강아지가 아닌 포효하는 호랑이와 같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서울에 대한 그의 사랑은 각별하다. '의심할 여지없이, 서울은 이제껏 내가 살아온 도시 중 최고다.'

그의 문화적 감수성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이다. '그냥 요를 펴서 바닥에 깔고 쉬면 된다. 가볍고 적절한 쿠션을 가진 요는 내가 사용해본 침구 중 가장 편하다.' '한국에 있는 베개의 대부분은 곡물 껍데기로 속을 채웠다. 그래서 베개를 베고 쉴 때면 부드럽고, 마치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듯 살랑살랑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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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이 길게 늘어선 지하상가나 지하철 역은 그가 '강추'하는 장소다. 전통그림이 있는 아트갤러리와 오트밀 건포도 빵을 파는 제과점이 있을 뿐 아니라 바흐에서 1960년대의 서핑송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 3, 4호선을 타고 명칭에서부터 역사와 문화가 묻어나는 역을 수없이 지나면서 '서울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한다.  

서울사람들을 바라보는 눈길엔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서울은 아줌마 없이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라고 잘라 말하고는 잊을 수 없는 일화를 소개한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줌마는 손에 1,000 원짜리 지폐 두 장을 들고 있었다. 전날 물건을 살 때 돈을 더 냈는데 아줌마는 그 돈을 돌려주려 했던 것이다.'

정겨움이 흥취를 자아낸 듯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 시로 서울을 읊기도 한다. '이제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마우스를 굴리는 손 말고는. PC방에 틀어박힌 채 하루하루 땅덩이의 궤도를 돌고 있을 뿐.'(PC방의 워즈워드)이라고 PC방을 날카롭게 파헤친다. 심지어는 'A는 아줌마, 힘세고 뻔뻔해 B는 비빔밥, 노래를 만들자.~'(서울의 노래 ABC)라고 알파벳 노래까지 지어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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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람이 다 됐지만 아직도 이해가 안 되는 게 많다. 이른 바 '빨리 빨리 신드롬'도 그중 하나라고 토로한다. 그러고는 '~ 한국의 젊은이들이여, 속도를 늦추지 않겠는가? 빨리 빨리 문화가 지속되는 한 많은 사람들이 성공은 생각한 것보다 이루기 어렵고 또 실망스럽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꼬집는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300만 명에 달한다. 한국을 상징하는 명승고적과 랜드마크, 맛집을 보고 느끼고 맛봤을 것이다. 하지만 대로변 뒤 좁은 골목길에 펼쳐진 남루한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생활하는 한국인의 감성에 젖어 본 외국인은 드물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외국인이라면 흔해빠지고 소박하면서도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서울의 속살을 느끼며 특별한 추억을 쌓을 수 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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