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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정상회담, 미국 동의가 중요한 진짜 이유

[취재파일] 정상회담, 미국 동의가 중요한 진짜 이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청와대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물밑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별도의 TF를 꾸리기보다 기존의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를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던 ‘여건’ 조성을 서두른다는 방침입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사이의 핫라인이 주축이 될 걸로 보입니다. 정 실장은 조만간 맥매스터 보좌관 등과 만나 북한 고위급 대표단 접견 결과를 설명할 걸로 알려졌습니다. 청와대는 이런 실무 조율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간 통화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공식화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보좌관
● 靑, 정상회담 연내 추진

청와대는 일단 정상 회담 시기와 관련해 연내 개최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상회담 연내 개최 방침을 묻는 질문에 “그렇지 않겠나”라면서 “대통령이 말씀하신 여건이 충족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겠지만 너무 늦으면 안 된다. 너무 늦어지면 모멘텀 자체가 끊어지는 문제가 있다”며 연내 개최 방침과 함께 그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지금까지 이야기해 왔지 않나.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최대한 미국을 설득하면서 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지지 확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데 방점이 가 있긴 하지만 ‘너무 늦으면 안 된다’는 것이어서 설사 미국이 반발한다 해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됐습니다.

다만 대북 특사는 서두르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이 관계자는 “적어도 이번에 대북 특사를 보낸다고 하면 북한 쪽에서 초청한 것에 대한 어느 정도 답을 가져가야 한다. 그렇다면 ‘언제 회담을 할 것이냐’, ‘어떻게 열 것이냐’, ‘북미 대화는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을 그려야 한다. 특사만 무조건 보내면 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靑 '만나야 설득하든 말든 하는 거 아니냐"

비핵화 전제 없는 대화는 응할 수 없다는 미국 측 주장에 대한 입장도 내놨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무조건 비핵화 전제가 없는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면 그건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랑 다를 게 없다면서 “만나야 비핵화를 설득하든 말든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북한을 비핵화 대화로 이끌고 가겠지만 설사 비핵화 대화가 전제되지 않는다 해도 정상회담은 해야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내부가 강경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거라면서 미국도 여러 가지 목소리가 있고 또 그런 만큼 남북대화나 이런 부분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우리가 어떤 방향을 향해 가겠다는 건 오래 전부터 (미국 측에) 메시지를 던져왔던 것”이라며 “그것이 북미관계 해결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는 신뢰를 주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靑, 한미 훈련 재개? 'NCND'
평창올림픽 직후 한미군사훈련 재개
평창 이후 가장 큰 이슈로 꼽히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습니다. 한미훈련은 예정대로 한다고 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그건 NCND (Neither Confirm Nor Deny)이다”라면서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평창 기간 동안 그 문제가 이슈화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회담 추진 상황에 따라 연기 혹은 축소 가능성을 닫지 않은 겁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관련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미국을 설득하는 데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하지만 남북이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하면 미국도 말릴 방법은 없는 거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대화 이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반대할 수만은 없지 않겠느냐는 뜻이었습니다.

● 미국 동의가 중요한 이유

현재 청와대의 의중으로 볼 때 어떤 식으로든 정상회담은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미국 설득이 여의치 않을 경우입니다. 미국이 동맹 파기같은 극단적 선택을 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펜스 부통령 방한 때처럼 노골적인 불쾌감을 나타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한미 갈등이 보수층의 불안을 야기해 '남남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남남갈등'은 내분이란 점에서 한미 간 균열보다 휠씬 더 위협적입니다.

'남남갈등'은 남북 문제 그 자체에도 치명적입니다. 남북 간 대화나 정상회담이 그 어떤 성과를 거뒀다 해도 모든 것을 삽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가 높은 단계의 합의였다고 자평하는 ‘10.4 선언’도 남남갈등 속에 사실상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 채 묻히고 말았습니다. 지난 2007년 2차 정상회담 때 교훈이 새삼스러운 이유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 대한 설득과 함께 국내 여론을 살피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남북 정상회담에 국민이 당연히 호응할 것이라고 생각해 밀어붙였다가는 역시나 또 다른 '남남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습니다. 아무리 목적이 옳고 방법이 정당하다 해도 충분한 사전 설명이나 설득 없이 시간에 쫓겨 회담을 밀어 붙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얼마 전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가 좋은 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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