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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규제 샌드박스' 지역특구법 초안 입수…"규제프리존법과 유사" 논란도

지난달 30일 국회에 보고…"의원 입법 추진"

전병남 기자 nam@sbs.co.kr

작성 2018.02.08 13:31 수정 2018.02.08 14: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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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습니다. '모래 놀이터(sand box)'처럼 규제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특구를 만들어 신사업을 키워보자는 취지입니다.

'규제 완화 4대 패키지 법' 핵심 중 하나란 점에서 법안이 어떻게 만들어질지 많은 관심이 쏠렸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여당 시절 냈던 '규제프리존법'에 대한 대응 입법 성격도 있어서 야당도 촉각을 곤두세워왔습니다. 정부가 마련한 법안 초안을 SBS가 입수했습니다.

● 지난달 30일 상임위 보고…"의원입법 추진"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3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의원실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졌습니다. 법안 초안을 보고하고 향후 입법 절차를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보고된 자료에 따르면, 중기벤처부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대신 기존의 지역특구법을 개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취재파일][단독] '규제 샌드박스' 지역특구법 초안 입수…'규제프리존법과 유사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산업특례'에 대한 언급입니다.

애초 민주당은 규제프리존법에 따라 특정 산업의 규제를 풀 경우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해왔습니다. 의료호텔·원격의료·미용산업 등이 대표적인데, 의료 영리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반대 근거였습니다. 이·미용산업 역시 영세업체의 골목상권을 침해할 거라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새 법안에선, 이 부분을 반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중기벤처부는 "국민 건강과 환경 훼손이 우려됐고, 대기업의 특혜 논란이 있어 법안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취재파일][단독] '규제 샌드박스' 지역특구법 초안 입수…'규제프리존법과 유사대신 산업별로 규제의 높이를 달리할 걸로 보입니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산업은 대통령령으로 허가를 받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산업은 고시나 조례로 특례를 주는 식입니다.

개정안 46조 '의료법'에 관한 특례
의료 관련 특화사업을 하는 특화사업자인 의료법인은 '의료법' 제49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


또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기 위해 지역혁신성장특구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① 시·도지사와 민간 사업자가 공동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②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신청하면 ③ 중기부장관이 혁신특구위원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특구를 지정하는 겁니다.

정부는 의원 입법을 통해 법안을 발의한 뒤, 6월까지 하위 법령을 개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법령의 시행 시점은 올 하반기로 예상했습니다.

● '규제프리존'과 쌍둥이법 논란도

그런데 이 지역특구법이 규제프리존법과 사실상 쌍둥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야당도 아닌 민주당 내부에서 말입니다.

우선, 대기업 특혜라며 규제프리존법을 반대해왔는데 지역특구법 역시 앞뒤만 바뀌었을 뿐 참여 주체는 그대로라는 지적입니다.
[취재파일][단독] '규제 샌드박스' 지역특구법 초안 입수…'규제프리존법과 유사이 부분에 대해 한 경제연구원 소속 연구원은 "실질적으로 신사업에서 대기업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취재파일][단독] '규제 샌드박스' 지역특구법 초안 입수…'규제프리존법과 유사법안의 문구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두 법안의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이 거의 같다는 건데, 실제 법안 초안에선 규제프리존법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부분이 다수 발견됩니다.

지역특구법)
제안이유 : 지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여 잘 할 수 있는 산업을 선택하고, 국가는 과감한 규제특례 등을 통해 맞춤형 패키지로 지원함으로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전제되어야 함.

규제프리존법)
제안이유 : 지역 경제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시·도가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여 잘 할 수 있는 산업을 선택하고,정부는 과감한 규제특례 등을 통해 맞춤형 패키지로 지원함으로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전제되어야 함.


사실상 같은 효과가 기대되는 법안을 굳이 낼 필요가 있었느냐는 당 내부의 불만은 "이럴 거면 규제프리존법을 놓고 야당과 협상하는 게 낫지 않았겠느냐"는 지적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동안 규제프리존법 통과를 막기 위해 야당과 대치하다가 민주당이 잃은 건 제법 많습니다. 지난해 예산 협상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예산 심사에서 한국당은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규제프리존법을 받아주면 예산안을 통과시켜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결국 대치가 이어졌고, 민주당은 계획했던 예산 중 일부를 따내는데 실패했습니다.
 
문제는 또 있습니다. 앞으로의 국회 통과 여부입니다. 현재 규제프리존법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 소속 125명의 의원이 서명한 상태입니다.

민주당 입장에선 법안 통과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필수적으로 얻어내야 하는 상황인 것이죠. 충분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야당의 동의를 끌어내긴 어려울 겁니다. 당 내에서조차 "규제프리존법과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나오는 현재까지의 상황만큼은, 일단 긍정적이진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