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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재건축 연한, 언론들이 왜곡" 억울한 김현미 장관?

친절한 경제입니다. 어제(6일) 하루 부동산을 책임지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 입이 화제였습니다. 아마 시청자 여러분도 정부가 아파트가 지은 지 40년 되기 전에는 재건축을 못 하게 할 거다. 이런 기사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 이야기가 시작이 김현미 장관이었단 말이죠. 보름 전쯤에 기자들을 만났는데 여기서 이런 말을 꺼내면서부터입니다.

"재건축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사회적 자원을 낭비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성이나 내구연한 등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좀 어렵게 들리시죠.

쉽게 말씀드리면 지금은 30년만 되면 재건축이 가능해서 아직 살만한 집들도 결국, 돈 벌려고 부수는 거 아니냐 재건축 못 하게 이 기간을 늘리는 걸 생각해보겠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재건축 연한이라는 게 원래 40년이었던 걸 4년 전에 최경환 당시 부총리가 집값 끌어올리겠다고 30년으로 내렸던 거거든요.

정권이 바뀌고 국토부 장관이 이렇게 얘기하니까 그럼 20년으로 바꿀 일은 없는 거고 그럼 다시 40년으로 가겠다는 거구나, 상황을 아는 사람들이면 그렇게 해석을 하게 되는 거고요. 정책이 크게 바뀌는 거기 때문에 저희도 그렇고 다들 그때 대서특필을 했습니다.

그런데 보름이 지나서 어제 김현미 장관이 국회에 나왔습니다. 정말 재건축을 40년으로 늘릴 생각이냐는 질문을 받고 나서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언론들이 왜곡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했는데 좀 길지만 어떻게 말했는지 다 들어보시죠.

[김현미/국토교통부 장관 (국회 국토교통위, 어제) : 이렇게 하지 않은 말도 한 것처럼 되어서 발전하는 사례가 있구나 하는 걸 경험한 걸, 실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3자도 없었고 4자도 없었습니다. 첫날은 "40년인가", 다음날은 "40년이다", 그다음 날은 40년이어서 되는 문제점에 대한 해설과 분석기사, 그다음엔 칼럼과 사설로, 한 달쯤 가니까 40년으로 굳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난 그런 말 안 했다는 얘기죠. 그런데 그날 발언 다시 보시겠습니다. 물론 숫자 3자, 4자가 명확하게 들어있진 않죠. 그런데 내구연한 문제를 검토한다. 이게 40년으로 늘릴 수 있다는 뜻이지 뭡니까.

그리고 오해였다면 왜 보름 동안은 아무 이야기를 안 하다가 어제서야 이렇게 본인은 당했다는 식으로 말을 하는 건지 '눈 가리고 아웅' 면피성 발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김 장관이 왜 이럴까 저 말을 강남 집값 잡겠다고 했는데 여론이 좋지 않게 돌아갔습니다. 왜냐하면, 지은 지 30년이 다 돼가는 아파트가 강남에만 있는 게 아니고 그 바깥에 더 많거든요.

당연히 우리를 왜 여기에 물고 들어가냐 반발이 거셌고 재미있는 건 김현미 장관 본인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경기도의 일산 신도시도 4, 5년 뒤면 딱 30년이 됩니다. 분위기 좋을 리가 없겠죠.

그리고 정부 안에서도 말이 많이 나와서 김현미 장관에 상관이라고 할 수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아까 발언 한 다음에 일주일 뒤에 이렇게 쐐기를 박기도 했었습니다. 당시 김동연 장관 이야기 들어보시죠.

[김동연/경제부총리 (김현미 장관 발언 일주일 뒤) : 그렇게 되게 되면 오히려 영향을 받는 건 강남 쪽보다는 강북 쪽이 더 영향을 받습니다. 재건축 40년, 그 문제는 상당히 신중히 검토할 사안입니다.]

이렇게 안팎에서 공격을 받는데 바로 발을 빼기는 창피하고 하니까 "억울합니다."라는 전략을 쓴 거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냥 국회의원은 말 이렇게 바꿔도 됩니다.

어차피 사람들이 말 반쯤 깎아서 들으니까요. 그런데 정부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은 그러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시장에는 신호등 같은 존재거든요.

원래 발언은 재건축 파란불이 켜져 있는데 노란불을 켠 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제 빨간불 되는 거구나."라고 알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어제 발언은 결국은 신호등을 노란불 켠 다음에 사람들이 못 믿게 만드는 정책의 신뢰성을 떨어트리는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말을 한마디 하더라도 그 무게를 잘 느껴서 철저히 계산해서 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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