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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재해에 무방비 노출…日 불우노인시설 화재로 14명 사상

노인 대국 일본에서 불우한 노인들이 재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참혹한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지난달 31일 밤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 시내 소셜하임이라는 낡은 3층 건물에 불이 났습니다. 강추위 속에 속수무책으로 번진 불에 모두 1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목격자 : 2층 방에서 할머니가 도와달라고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망자 가운데 한 명만 40대였고 나머지는 모두 60대 이상 거동이 편치 않은 노인들이었습니다.

불이 난 건물은 소득이 거의 없는 불우한 사람들이 기거하는 시설이었습니다. 지은 지 50년 된 오래된 건물로 스프링클러도 없었습니다.

[화재 목격자 :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느낌으로 불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과거 여관으로 운영됐지만, 현재는 운영형태가 애매했습니다. 정식 신고도 없이 사회적으로 곤궁한 사람들을 지원한다며 자립 지원주택이라는 이상한 형태로 운영됐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값싼 하숙집처럼 운영됐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영이 어려워 주간에만 관리하는 직원이 머물렀습니다.

밤에는 난방도 제대로 안 돼 입주자들이 각자 등유 난로를 사용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후지모토/화재건물 대표 : 아직 전부 파악을 못 했기 때문에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초고령사회인 일본에서는 이미 소득 없는 노인들에 대한 생활보장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164만 세대에 이르는 생활보호 대상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노인들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불이 난 유사 합숙시설에 거주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참사가 벌어진 곳처럼 신고 없이 가난한 사람들이 체류하는 시설이 전국에 1천200곳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 화재가 난 삿포로 시설처럼 경제적 능력이 없는 노인들이 머무르는 곳들입니다.

시설 수준도 열악해 재해에 취약한 곳 들이 대부분입니다. 일본 언론들은 100세 시대를 눈앞에 둔 일본의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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