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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저널리스트] "일본 가상화폐가 무너졌다"…도쿄 특파원이 전하는 최악의 해킹 사건 전말

정윤식 기자 jys@sbs.co.kr

작성 2018.02.04 10:15 수정 2018.02.04 11:0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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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뉴스의 새로운 컨텐츠 '더 저널리스트(THE JOURNALIST)'. 이번 순서는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체크' 해킹사건을 취재한 최호원 도쿄 특파원입니다. 최호원 특파원과 화상 통화로 일본 열도를 뒤흔든 해킹사건에 대한 현지의 생생한 반응과 분위기를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 가상화폐 해킹사건이 일본을 뒤집어 놨습니다. 무려 5600억 원을 도둑 맞은 거네요.

해킹이 일어난 것은 지난주 금요일 자정쯤입니다. 11차례에 걸쳐서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체크 계좌에서 코인체크 밖에 있는 다른 해커의 계좌로 가상화폐들이 이체됐습니다. 공격 대상이 된 가상화폐는 '넴(NEM)'이라고 불리는 가상화폐입니다. 금요일 시세를 기준으로 하면 580억 엔, 우리 돈으로는 5천 6백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가 유출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확히 해킹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또 이 계좌를 가지고 있는 주인은 누군지 이런 부분은 밝혀지지 않았고 일본 경찰이 추적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가상화폐 인기 순위를 살펴보면 비트코인이 부동의 1위입니다. 그동안 넴은 사실은 6,7,8위 정도를 했었는데 사실 일본에서는 비트코인에 이어서 2위 정도 되는 인기 있는 가상화폐였습니다. 일단 다른 가상화폐에 비해서 결제 승인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또 채굴이라는 개념 없이 전액이 발행됐기 때문에 추가 인플레이션 위험도 좀 적습니다. 특히 그리고 무엇보다 부정한 거래가 있었을 경우에 잡아낼 수 있는 수단도 많다고 선전해서 일본 기업들도 관심을 많이 기울였던 것이 가상화폐 NEM입니다.

■ 해킹을 당한 거래소 사장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섰죠. 굉장히 젊은 사장이었습니다.

와다 고우이치로 사장은 금요일 해킹 사건이 일어난 후 그날 밤 11시를 넘겨서 긴급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언론에 얼굴을 드러냈는데요. 와다 사장이 27살로 굉장히 젊지 않습니까? 도쿄에서 조금 위에 있는 사이타마현 출신이고 노벨상도 배출한 적 있는 도쿄공업대학교에 입학한 수재입니다. 와다 사장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피해를 본 580억 엔, 우리 돈으로는 5천 6백억 원을 엔화 현금으로 환급을 해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물론 100% 환급해주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해킹 사건 이후의 시세 하락분을 고려해서 약 80% 금액을 환급해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른 거래소에 비해 코인체크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13개가 되는 가상화폐를 동시에 거래할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쉽게 거래가 가능해 인기가 아주 많았습니다. 그만큼 거래 수수료도 높았죠. 사실 높은 수수료를 3~4년 동안 받은 코인체크라도 5천 6백억을 회사 보유금으로 다 환급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젊은 사장이 또 거래 경력이 거의 3~4년 밖에 안 되는 코인체크가 5천 6백억 원이나 되는 돈을 마련해서 피해자들에게 80% 정도를 돌려주겠다는 것은 굉장한 결정이거든요. 하지만 아직 이 환급 시기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실제로 환급이 이루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 피해를 본 사람들이 강하게 반발했을 거 같습니다. 도쿄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코인체크 사무실은 도쿄에서 젊음의 거리라고 불리는 시부야에 있습니다. 사건 다음날 바로 낮에 현장에 가봤는데 한 30~40명 정도가 이미 회사 앞에 모여 웅성웅성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과 다른 점은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좀 더 세게 항의도 하고 이럴 것 같지만 일본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무실이 그 건물 3층에 있었는데 1층 건물 밖에 모여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어떻게 하지'라며 의견을 나누는 수준이었어요.

코인체크는 해킹사건이 벌어지자마자 곧바로 입출금 거래를 다 중단시켰고 난리가 났습니다. 피해 회원 수는 약 26만 명 정도였습니다. 상당히 많은 인원이지만 피해액을 계산해보면 1인당은 대략 22만 원 정도입니다. 그래서인지 상당수의 피해자가 대놓고 강하게 자신의 불만을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거액을 투자한 사람들은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피해 사례를 읽어보면 '우리 돈으로 10억 원이나 되는 1억 엔을 투자했는데 지금 정신이 없다'는 글도 있고 '20대부터 10년 가까이 안 쓰고 안 먹어서 2천만 엔, 우리 돈 2억 원을 투자했는데 큰일 났다'라는 글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26만 명이라는 피해자 규모에 비하면 일본에서는 피해자들에 대한 우려나 걱정은 크지 않은 편입니다. 오히려 가상화폐 시스템 전체를 이 기회에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보다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가상화폐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측의 목소리가 더 큰 상황인 것이죠.

■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는 정부가 관리한다고 들었는데 해킹이 어떻게 가능한 건가요?

코인체크 해킹당한 이유는 전체 거래 시스템을 24시간 인터넷에 연결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보안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이 차단되는 거래 시스템인 이른바, '콜드월렛'을 따로 확보하고 관리하는 인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코인체크는 콜드월렛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일본 금융청에도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일본은 가상화폐 거래소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등록 심사 과정에 있던 코인체크도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등록 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던 코인체크를 계속 거래할 수 있게 한 것이 바로 금융청, 일본 정부였거든요. 당시 가상화폐를 좀 더 활성화하겠다 이런 정책목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일본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있었던 것도 사실인데 현재는 정부 쪽보다 문제를 처음 일으킨 코인체크 쪽에 더 책임을 묻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큰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인체크가 '엔화로 80% 환급을 하겠다'라는 대담한 결정을 내린 거라고 생각됩니다.

일본 금융청, 피해를 본 코인체크, 가상화폐를 개발한 램 제단 모두가 힘을 합쳐서 해커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커의 코인체크 거래소 밖의 계좌까지 포착이 된 상황입니다. 하지만 계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해당 계좌에서 입출금이 됐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제 램 제단은 계좌에 전자표식을 달았기 때문에 해킹이 이루어진 계좌에서 출금이 이루어지면 즉각 포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해커를 체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우리나라에서도 가상화폐 규제를 둘러싼 논란이 있는데요. 일본 해킹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까요?

한국의 가상화폐 시장을 이야기 할 때 일본을 모범 사례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일본에 와서 일본 국세청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해 일본 가상화폐 거래소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가상화폐 시장도 최근 발생한 해킹사건처럼 아직은 구멍이 있는 상태입니다. 일본 정부가 가상화폐를 공인화했기 때문에 시스템이 안정돼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일본도 시험 단계에 있는 겁니다.

지난해 4월 일본 정부가 가상화폐를 공인화하면서 일본에서는 가상화폐 결제가 가능하다는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현재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상화폐가 시세가 추락하면서 시세변동이 심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유통 업체에서 가상화폐로 전자 제품을 하나 구매하려고 하면 과거에 봤던 가격과 너무 크게 차이가 나는 겁니다. 때문에 결제수단으로서의 안정성이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본의 가상화폐 투자 상황을 조금 말씀해 드리면 2-30대 사이에서는 주식 투자처럼 쉬워지고 있습니다. 투자하는 방식이 점점 쉬워지다 보니 가상화폐에 너무 빠져든다고 호소하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일본 정부도 이런 분위기를 가라 앉힐지 가상화폐 시장을 활성화할지 딜레마 속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거래소 등록제를 실시하고 가상화폐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고 여전히 가상화폐 시장을 어떻게 컨트롤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 고민 중인 상황입니다.

◆ SBS 최호원 도쿄 특파원
도쿄 특파원이 전하는 최악의 해킹 사건 전말사실 한국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근무시간에 가상화폐 앱을 계속 보면서 시세를 살피는 사람도 생기고 인터넷 게시판에 '영혼이 벌써 가상화폐에 팔린 것 같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본도 고민에 빠져있는 상황이니까 우리나라도 가상화폐 관련 제도를 도입할 때 일본을 본보기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한 발짝 뒤에서 '일본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체크해보자' 이런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획 : 정윤식 / 구성 : 안준석, 장아람 / 촬영 : 이용한 / 편집 : 이홍명, 김보희, 한수아 / 내용정리 : 문희원, 박기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