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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한 병 28만 원 마오타이주 '매진'…이번에는 '농민 착취' 논란

[월드리포트] 한 병 28만 원 마오타이주 '매진'…이번에는 '농민 착취' 논란
▲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술을 꼽으라면 우리가 흔히 배갈이라 부르는 고량주, 그중에서도 마오타이주(茅台酒)를 꼽는데 주저하는 중국인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가까운 중국인 친구도 올해 설에 가장 받고 싶고, 또 귀한 분께 드리고 싶은 선물 1순위로 '마오타이주'를 꼽았습니다.

마오타이주는 1949년 저우언라이 총리의 지시로 신중국 건국 기념 연회석상에 올라 중국의 ‘국주‘가 된 이후 점점 더 그 인기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마오타이주는 사실 장향이라는 독특한 향 때문에 저 같이 술을 별로 즐기지 않는 한국인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 술입니다.)

'사회주의 럭셔리 브랜드‘라는 별명에 걸맞게 연간 공식 생산량은 4만 톤이지만 전세계에서 유통량은 열배인 40만 톤으로 추정될 만큼 가짜도 많습니다. 이런 인기의 배경에는 중국의 현대사와 밀접한 역사적 배경 못지않게, 마오타이그룹의 마케팅 전략도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설인 춘제를 앞두고 개띠 해를 맞아 한정 생산한 이른바 ‘개띠 마오타이주’는 지난 1월 29일 징둥과 티몰등 8개 온라인몰에서 판매를 시작했는데 1천699위안 (우리돈 약 28만 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순식간에 매진됐습니다. 그해의 띠를 기념해 한정판을 생산하는 마케팅 전략이 정확히 먹혀든 것입니다.

지난해 생산된 ‘닭띠 마오타이주’는 한 병에 4천 위안(우리 돈 약 67만 원), 4년 전에 생산된 '말띠 마오타이주’는 무려 1만 3천 위안(219만 원)에 거래되다 보니, 띠를 기념해 한정 생산한 마오타이주를 사놓으면 희소성과 소장 가치가 높아지면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투기 수요까지 가세했습니다.

마오타이그룹의 주가는 지난해에만 두 배 이상 올라 증시의 대장주로 떠올랐습니다. 시가총액으로는 사치품의 대명사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를 넘어서면서 사회주의, 자본주의를 가리지 않고 세계 최대의 사치품 업체로 부상했습니다.

이런 마오타이가 이번에는 ‘농민 착취’와 폭리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마오타이주 본사가 있는 구이저우(貴州)성의 한 농민이 마오타이그룹 회장에게 보낸 온라인 공개 서한이 도화선이 됐습니다. 편지는 마오타이그룹은 술값을 올려 돈이 넘쳐 나는데, 원료인 수수값을 7년째 동결해 농민들은 갈수록 가난해 지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사진=베이징청년보 캡쳐
"수수밭 10무(畝, 1무=666.7제곱미터)를 재배해봤자 마오타이 술 한 병 값도 안나온다"며 마오타이그룹이 농민들을 쥐어 짜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수수 재배 비용이 매년 올라 1무 면적의 수수를 심어서 수확하기까지 최소 12명의 인력이 필요한데, 1인 당 인건비를 120위안으로 계산하면 1무당 1천440위안 인건비가 든다. 여기에 1무당 필요한 유기농 비료와 바이오 제제 비용도 300위안이다. 현재 수수 수매가로 1무당 1천800위안을 받는데 거기서 인건비·비료값을 빼면 한해 수익은 1무당 고작 60위안이고 10무 수수밭을 재배해봤자 600위안을 버니 1천 위안이 넘는 마오타이주 한 병을 살 수 없다는 얘기 입니다.

반면 마오타이는 최근 주요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18% 인상하며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주력 제품인 53도짜리 페이톈(飛天)의 경우 소비자 가격 정가는 200위안 오른 1천499위안, 우리 돈으로 약 25만원입니다.

마오타이그룹 측은 즉각 농민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유기농 수수 수매가는 시장가보다 높으며, 올해는 1kg당 1위안 올려 8.2위안으로 책정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수수 농가에 유기농 종자, 바이오제제 등을 모두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유기농 화학비료 가격도 그룹과 농가가 절반씩 부담해 사실상 농가에서는 인건비만 부담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마오타이는 지난해 매출액이 764억 위안 (우리돈 약 12조 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50.5% 상승했습니다. 순익은 58% 상승한 378억위안 (우리 돈 약 6조 3천 억 원) 위안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순이익만 하루에 1억 위안(169억 원)씩 벌어들인 셈이니 원료를 대는 농민들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농민과 마오타이그룹 가운데 어느쪽의 주장이 맞는지는 좀 더 검증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종교에 가까운 마오타이 사랑과, 술 한가지를 팔아 세계 최대의 사치품 업체로 올라설 수 있는 중국의 거대한 시장 규모 앞에서는 그저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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