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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저임금도 못 받는 장애인 활동 보조인

[취재파일] 최저임금도 못 받는 장애인 활동 보조인
● 최저임금 못 받아…수당 포기 각서까지

사회활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장애인 활동보조인 제도'가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에 따라 월 47시간에서 최대 720시간까지 정부로부터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제돕니다. 활동보조인으로 등록된 인원은 전국에 6만 4천여 명. 장애인들의 활동을 돕는 고된 육체노동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받는 돈은 최저임금 7,530원에도 못 미칩니다.
최저임금도 못 받는 장애인 활동보조인
● 복지부 지침 지켜도 최저임금 위반…위탁기관 '딜레마'

복지부가 올해 활동보조인 수가로 정한 액수는 시간당 10,760원. 복지부의 활동보조인 사업 지침에 따르면 이 가운데 75%는 임금, 25%는 활동보조인 사업을 위탁하는 업체 운영비로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언 듯 보면 최저시급을 웃도는 8천 원 정도지만, 여기엔 따로 지급해야 할 주휴수당과 연차수당도 포함돼 있어 실제로는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돈을 받는 실정입니다. 최저임금을 맞춰 주다 보면 기관 운영이 어렵다는 게 위탁 기관들의 입장입니다.

[신성아 / 위탁기관 사무국장]
"근로기준법을 맞춰서 법정 수당으로 다 준다면 마이너스가 일 년에 저희가 계산하기에는 2억이었어요. 몇천도 아니고 2억이라서 저희가 거기에 맞춰 줄 거는 꿈도 못 꾸죠. 기관 닫아야 되는 상황. 저희가 고민인 게 그거에요. 저희가 이제 그동안도 수가 현실화를 위해서 계속 이제 보건복지부하고 정부의 요구하고 싸웠지만 올해도 계속 싸워야 되는 상황인데 최저임금 맞춰주고 법정수당 다 주고 몇달을 하고 문을 닫을 것인지 아니면 안되게 주고 다시 계속 또 싸울지 요게 굉장히 고민되는 상황이에요."

시간 외 근무 수당이나 주휴수당이 수가에 책정돼 있지 않다 보니, 일부 중개기관에서는 추가근무 수당을 줄 수 없다는 체불임금 포기 각서를 쓰기도 하고, 이에 불복하는 활동보조인들은 계약해지를 당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위탁기관은 사실상 수당을 포기하는 각서를 받아 논란이 됐습니다. 시급 외에 주휴수당이나 연차수당 등을 주지 않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받았는데, 이 확인서에 서명을 하지 않으면 수당을 주지 않는 하루 3시간 이하로만 일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유호삼 / 장애인 활동보조인]
"확인서에 서명을 거부했더니 기관에서 하는 말이 그러면 자기네 기관을 이용할 수 없으니까 다른 곳으로 가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경남 진주의 한 위탁기관은 포기각서를 요구한 것도 모자라 체불임금을 달라며 고발장을 낸 보조인 10명을 집단 해고했습니다. 올해 들어 이런 일들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수가가 인상 폭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 하루 '두 탕' 기본…복지부는 나 몰라라

최저임금 시비를 피하려다 보니 보조인들의 근무시간 쪼개기가 만연합니다. 연차나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한 달에 60시간, 즉 하루 3시간 미만으로 근무시간을 쪼개는 겁니다. 짧은 시간 일한 월급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 장애인 활동보조인들은 투 잡, 쓰리 잡을 뛰기도 하고, 여러 활동기관에 등록해 두 탕, 세 탕을 뛰기도 합니다. 제가 만난 활동보조인 김모 씨는 두 기관에 등록해 장애인활동보조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오전 8시에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학생을 등교시키고, 2시간 뒤에는 다른 장애인의 출근을 돕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같은 내용의 교육을 따로 받아야 하고, 일지도 두 번 써야 해 번거롭기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김 모씨 / 장애인 활동보조인]
"근무 시간을 초과하면 안 된다고 해서 센터를 두 군데서 옮겨서 하고 있거든요. 일반 사람들은 하루 종일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저희 같은 경우는 하루에 계속 일하는 것이 아니라 2시간 일하고, 1시간 일하고 하니까 하루에 계속 일하니까 자기 삶이 없죠."

 
최저임금도 못 받는 장애인 활동보조인
불만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마찬가집니다. 고정적으로 한 사람이 돌봐주면 좋은데, 수당을 안 주려고 근무시간을 쪼개다 보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애 정도가 심해 400시간 이상 시간을 할당 받은 경우 활동보조인 2~3명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이모씨 / 장애인]
"수치스러운 이런 모습을 제3자, 제4자한테 쭉 보여줘야 하는 그런 기분이 들고, 이 사람 와서 저기, 저 사람 와서 저기 그런 게 너무너무 싫어요. 또 어느 한 사람이 왔어. 그 사람 가르치려면 한 달이라는 그 시간이 걸려요. 그러면 한 달 동안 나는 그 사람을 가르쳐주고 이렇게 맞춰가야 된다는 그게 너무 너무 힘들다는 거에요. 내 몸도 아파서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그런 신경까지 쓰면 정작 케어를 받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요."

 
복지부는 이런 실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복지부는 운영하는 위탁기관 탓만 하고 있습니다. 예산을 방만하게 쓰고 있다는 겁니다. 또 60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는 활동보조인들이 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취재한 기관들 대부분 예산 부족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곳들이었습니다. 또 60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려는 활동보조인을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장애인활동보조인 제도’는 장애인 복지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처우와 노동 환경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도우며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1급 지체장애인 김성동 씨의 이야기로 갈음합니다.
 
[김성동 / 1급 지체장애]
"우리에게 활동보조인은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장애인들은 신체적인 장애가 있기 때문에 활동하는데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이럴 때 활동 보조 옆에 같이 동행해주고 같이 제가 활동하는데 보조 역할 해줌으로써 제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또 소비자로서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거죠."  
 

-관련기사
▶ [활동보조인①] 최저임금도 못 받아…수당 포기 각서에 집단 해고까지
▶ [활동보조인②] '하루 두 탕' 근무시간 쪼개기 꼼수…복지부는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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