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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의 사각지대…딸의 생명을 앗아갔습니다

딸에게 바치는 청원
엄마는 15년 넘게 일한 
베테랑 119 구급대원이었습니다.
그러나 눈앞에서 죽어가는 딸에게 
직접 하는 심폐소생술은
상상도 못 할 만큼 무섭고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아이는 
엄마의 손을 잡은 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6년 만에 힘들게 얻은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귀한 딸아이를 잃어야 했습니다.”
사고는 작년 10월 대전에 사는 모녀가
집에 돌아가던 길에 일어났습니다.

아파트 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차 한 대가 달려와 모녀를 덮쳤습니다.
"어두워서 잘 안 보였어요"

죗값을 달게 받겠다고 약속했던 가해자는 
사고 뒤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떠났습니다.
무거운 처벌을 받길 원했지만
가해자에게 구형된 것은 
예상보다 가벼운 금고 2년이었습니다.
사고 난 횡단보도가 하필
아파트 단지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도로교통법상 '정식 도로'에서 일어난 사고여야
음주운전, 횡단보도 사고 등
12대 중과실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는 사유지여서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숨진 아이의 부모는 
억울하다며 청와대에 청원 글을 올렸습니다.

‘아파트 내 사고’라는
도로교통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는 일을 
막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날 현장 모습이 떠나질 않습니다. 너무나 생생해 죽도록 괴롭고 미칠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도록…”
며칠 전 아파트에선 
숨진 아이의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가족과 친구들은
추모를 위한 천막에 편지를 써 붙였습니다.
‘너무너무 보고 싶다. 아빠가 장난감 많이 사서 금방 갈게’
‘우리 손녀 웃는 너의 모습이 그립구나’
‘다음에 오빠가 꼭 너를 지켜줄게’
‘엄마가 사랑하고 또 사랑해’
'도로 외 구역'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는
연평균 42만 건.
보도를 덮쳐, 아이를 중태에 빠뜨리고도
아파트 단지 내 사고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은 일도 있었습니다.

"종합 보험에 들어있으면 보험처리로 끝나고 형사처벌은 안 받습니다."
지난해 6월, 아파트 단지도 '정식 도로'에 
포함시키자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자신의 집 앞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는 묻습니다.

가장 안전해야 할 아파트 단지가
어쩌다 무법지대가 된 건가요?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교통사고로 딸을 잃은 부모가 있습니다. 이 사고로 아파트 내 도로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들은 청원 글을 올렸습니다. 가장 안전한 곳이어야 할 집 근처가 오히려 무법지대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법을 개정해달라는 청원 서명 운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획 하대석, 박해정 인턴 /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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