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USTR)가 발표한 세이프가드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이 수입하는 가정용 세탁기의 절대 다수는 한국산입니다. 삼성과 LG전자가 2016년 미국에 수출한 세탁기는 1조 2천억 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산에 대한 표적 관세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품 가격에 최고 50%의 관세가 반영된다면 이를 사갈 미국 소비자는 거의 없겠죠. 세이프가드 청원을 냈던 미국 가전기업 월풀은 발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며 노골적으로 반겼습니다.
무역대표부는 태양광 부품의 경우 발표문에 주된 견제 대상이 중국이라는 점을 못 박았습니다.
당초 세탁기와 태양광 부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최종 결정은 각각 2월 4일과 1월 26일이 시한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 두 가지 품목을 함께 묶어서 결정을 앞당긴 겁니다.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30일 올해 국정운영 방침인 연두교서를 발표한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연두교서에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아울러 자신의 성과를 미리 자랑하기 위해 대표적인 무역 흑자국으로 규정한 한국과 중국을 콕 찍어 결정을 당겼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후로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끔찍한 거래'라고 부르며 적대감을 드러내 왔습니다. 중국에 대해선 '최악의 거래'라고 한술 더 떴죠. 지난 17일 로이터통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도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했던 미국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세이프가드 발동을 사실상 예고했던 겁니다. 중국을 겨냥해서도 "매우 광범위한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대규모 벌금을 물릴 예정이다. 곧 발표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제 다음 수순은 어디로 갈까요? 개별 품목에 대한 세이프가드 결정이 줄을 이을 것이고, FTA 개정협상 역시 한층 힘들게 진행될 겁니다. 혈맹이라고 해도 안보 따로, 경제 따로 미국의 속내가 한겨울 찬바람처럼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