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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남북 단일팀, 왜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을까?

[취재파일] 남북 단일팀, 왜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을까?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넉 달 만에 60%대로 하락했습니다. 한국갤럽이 16~18일 전국 성인 1천4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67%로, 지난주보다 6%p 하락했습니다.

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60%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9월 넷째 주 조사에서 65%를 기록한 이후 16주만입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부정평가 이유, '남북 단일팀 구성' 5%

연령별 하락폭은 40대가 9%p로 가장 컸고 이어 30대 8%p, 19세에서 29세 6%p, 60대 이상 5%p, 50대 3%p 순이었습니다. 이념성향별로는 보수층에서 10%p 하락해 보수층 이탈이 두드러진 가운데 진보층에서도 4%p 떨어졌습니다. 중도층에서는 2%p 소폭 상승했습니다.

부정평가는 지난주보다 7%p 늘어난 24%로, 부정평가를 한 이유로는 '과거사 들춤·보복 정치'(21%),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9%), '북핵·안보'(8%), '최저임금 인상'(7%), '친북 성향', '과도한 복지'(이상 6%), '독단적·일방적·편파적',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보여주기식 정치'(이상 5%) 등을 꼽았습니다.

눈에 띄는 건 지난주에는 없었던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이 부정평가 이유로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청와대나 정부가 걱정했던 가상화폐나 부동산 정책보다 높은 비중으로 말입니다. 청와대 관계자도 가상화폐 논란과 함께 여자 아이스하키팀 남북 단일팀 구성에 대한 불공정 문제를 이번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했습니다.

● 양해 구할 여유 없었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표로 참석했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15일 진천선수촌을 찾아 ‘남북 단일팀 문제는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참가 신년사 이후 급진전된 사안인 데다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이 미국 전지훈련 중이어서 따로 양해를 구할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언뜻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정부가 보인 태도를 복기해보면 사전 설명을 하지 않은 게 단순히 시간상의 문제였는지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논란 초기, 정부는 문제점을 인정하기보다 단일팀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휠씬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습니다. 16일 국무회의 브리핑 관련 내용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여자아이스하키팀의 단일팀 구성으로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있을 것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하여, “우리 선수들에게는 피해가 없다. 23명 그대로 출전하는 것이며, 이에 더해 북한 선수단의 출전규모를 플러스 알파(∝)로 IOC와 협의하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의 세계 랭킹이 22위이고, 북한이 25위로 경기력이 비슷하여 오히려 북한의 우수한 선수를 참가시키면 전력이 보강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 점을 언론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나가겠다고 보고했습니다.

- 1월 16일 국무회의 브리핑 중에서


● 2002년의 그날 vs 2018년의 오늘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응원단은 국민적 환영과 관심 속에 한국을 찾았습니다. ‘One Corea’라고 쓴 셔츠를 입거나 한반도기를 든 대학생들을 흔히 볼 수 있었고 뉴스에서도 단연 북한 응원단은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이 익숙한, 아니 너무도 당연했던 현 여권 주류에게 남북 단일팀 구성이 이런 논란을 초래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부가 여자 아이스하키팀에 사전 양해를 구하지 않았던 건 촉박한 시간이라는 물리적 제약과 함께 (보다 근본적으로는)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에 기인한 걸로 보입니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메달권 밖’이라는 말로 물의를 빚었다 사과한 이낙연 총리의 말에서도 그런 여권 내 인식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총리는 “한국 탁구는 중국의 벽을 넘기 몹시 어렵다.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그 대회에서 남북한은 한반도기를 함께 쓰는 단일팀을 구성했고, 여자 단일팀 현정화-이분희 조가 감격적으로 중국을 이겼다. 당시에 저는 동아일보 도쿄특파원으로 일했다. 그 때의 감동을 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이 거론되자 1991년의 감동이 되살아났다’고 말했습니다.

남북이 하나되는 것이 그저 감동적이었던 70~80년대 학번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반응이었을 겁니다. 90년대 초에 대학을 다닌 제 입장에서도 2002년 당시 받은 느낌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일선 기자로서 북한 응원단의 모습이 생소했지만 정겨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2000년 역사상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남북관계가 전례 없이 좋았던 당시 분위기도 한 몫 했던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 달라진 인식, 달라져야 하는 해법

하지만 지금 20~30대에게 북한은 사뭇 다른 존재입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목함 지뢰 도발, 여기에 연이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까지… 그다지 좋은 기억이 많지 않은 세대입니다. 전세계적으로도 북한은 독재국가이고 인권과는 거리가 먼 격리된 세계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물론 과거 9년 간 보수 정권의 영향도 없진 않았을 겁니다.

너무 당연하리라 여겼던 게 당연하지 않은 세상이 된 지금, 꼬일 대로 꼬인 북한문제를 풀어야 하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에게 이번 사태는 앞으로의 북한 핵과 남북관계를 결정하는 데 있어 좋은 판단 기준이 될 걸로 보입니다. 청와대가 사활을 걸어야 하는 북핵 문제는 올림픽 이후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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