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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팬티만 입은 학생이 물에 젖어 숨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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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를 본 뒤 30년 전 기억이
되살아 나서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런 사망환자는 처음이었으니까...

'1987년  1월 14일 오전 11시 30분.'

"당시 용산 병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형사들이 들이닥치더니
급히 왕진가자고 했어요."
 "보통 레지던트들이 가는데
교수인 저한테 왕진 나가자는 것부터 이상했죠."
 영화에서 그린 것 처럼
차로 5분정도 달려 어딘가 도착했는데,

 바로 남영동 대공분실이었어요.
 당시 박종철 군의 
첫 모습은 처참했어요.

 팬티만 입은 상태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흠뻑 젖어 있었거든요.

 바닥에도 물이 흥건했죠.
 '물을 벌컥벌컥 마시다
갑자기 숨을 안쉬었다?'

 경찰의 모든 설명이 
미심쩍고 의심스러웠습니다.

 '아, 욕조에 물이 차있었고,
거기 들어갔다가 숨졌구나.'

  벽쪽에 있는 흰욕조를 본 순간 
모든 진실이 보였습니다.
'빨리 응급실로 옮겨라'

경찰들은 계속해서
숨진 박종철 군을 병원으로 옮기라고 했죠.

 30분 간의 심폐소생술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도...
 사망 장소를 
남영동 대공분실이 아닌
병원으로 남기기 위한 거라는 걸 
직관적으로 알았습니다.

 당연히 사망 원인도
조작하려 했겠죠.

 그래서 따를 수 없었습니다.
"입 조심해라."
"적당히 얼버무려라."

 그 날 이후 24시간 감시가 시작됐고, 
검찰 조사에 이어 신길동 대공분실에 까지 끌려갔습니다.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

 그러고는 경찰은 
박종철 군의 사인을 
'쇼크사'라고 발표했습니다.
 '말도 안돼...'

 경찰의 새빨간 거짓말에 화도났지만,

 차라리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게
안전하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경찰의 감시를 피해 
접근한 기자에게
모든 것을 말했습니다.
'바닥에 물이 아주 많았다.'
'폐에서 물방을 터지는 소리가 았다.
'욕조도 있었다.'
오연상 씨의 증언으로
故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역사를 바꿨다고 
말 하지만 저는 실패한 의사입니다.

 결국 박종철 군을 살리지 못했으니까요."
 저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어요.

'가족을 위험에 빠뜨렸다.'
'공연히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그날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의사로서의 양심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비겁할 수도 두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는 사람들이 만들어 간다고 믿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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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한 이들이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오연상 씨는 故 박종철 군의 검안의로 나왔으며 실존 인물입니다. 오 씨는 박 군의 검안 결과에 대해 언론에 사실대로 말해 진실이 세상에 보도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오 씨는 스스로 '실패한 의사'라고 말했습니다. 오 씨의 직접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기획 하현종, 채희선, 박해정 인턴 / 그래픽 김태화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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