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이보미 "올해는 3승…다시 골프가 보이네요"

[취재파일] 이보미 "올해는 3승…다시 골프가 보이네요"
"작년엔 정말 골프가 싫었어요. 몸은 지치고 방전되는데 주변 분들의 기대치는 너무 높고… 다 집어치우고 어디론가 멀리 가서 그냥 쉬고 싶었어요."

일본 오키나와로 전지 훈련을 떠나기 전날 이보미는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 시즌의 마음 고생부터 털어놨습니다. 일본 여자프로골프, JLPGA 투어에서 2015년 7승, 2016년 5승을 올리며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상금왕과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상을 휩쓸며 일본 열도에 '보미짱' 신드롬을 일으켰던 이보미는 2017년엔 다소 힘든 시즌을 보냈습니다. 8월 캣 레이디스 우승으로 간신히 6년 연속 우승 행진은 이어갔지만 1승에 그쳤고,  컷 탈락도 4번이나 하면서 시즌 상금 랭킹 23위로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스스로를 괴롭힌 것입니다.

"2015년과 2016년은 제 실력보다 더 좋은 성적으로 운이 따라준 것도 있는데, 주변 사람들 기대가 커지기 시작했어요. 2년에 12승을 쓸어담는 동안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고 나니까 작년엔 체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면서 샷이 잘 안 맞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대회에 나가서 톱10에 들지 못하면 어디 아프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어요. '3년 연속 상금왕' 도전이라는 문구가 매 주 언론을 장식하고 이런 압박감과 부담감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 같아요. 스트레스 때문에 밥 맛도 잃고 하루 하루가 참 힘들었어요. 정상에 오르기 보다 정상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온 몸으로 느꼈죠. 두렵기도 하고 겁도 났어요. 내가 얼마나 독해져야 하나? 꼭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머릿 속이 아주 복잡해지더라고요. 공이 잘 맞을 리가 없었죠."

한참을 방황하던 이보미는 샷 연습 시간은 줄이고 대신 체력 훈련 시간과 횟수를 두 배로 늘리면서 '방황의 터널'을 빠져나왔습니다. 시즌 종료 후에는 가족과 여행을 다니면서 마음의 안정도 되찾았습니다.

"하와이와 제주도 여행중에 틈틈이 라운드도 하고 체력 훈련도 했는데 공도 잘 맞고 마음이 좀 편해졌어요. 잘 쉬었더니 충전된 느낌? 이제 골프를 좀 잘 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저절로 생기더라고요. 좋은 음식도 많이 먹고 입 맛도 다시 돌아왔어요. 아, 체중은 항상 그대로 유지~! 살 찌지는 않았어요. 하하."
골프선수 이보미
지난해 미국으로 동계훈련을 다녀왔던 이보미는 올해는 전지훈련지를 가까운 일본으로 택했습니다. 장거리 이동에 따른 불필요한 체력 소모를 줄이고 캐디, 트레이너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한 달간 오키나와, 미야자키를 오가면서 '1'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준비할 거예요. 아무래도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트레이너와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 열심히 하고, 연습라운드는 좀 줄이고 어프로치와 퍼팅, 그리고 아이언 샷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포커스를 맞출 생각이예요."

3월 1일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JLPGA 투어 2018 시즌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새해 첫 대회를 시작하는 이보미는 지난 시즌 어깨를 짓눌렀던 부담감을 훌훌 털어내고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출발할 예정입니다.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는 작년에 3위를 했던 대회고 워낙 제가 좋아하는 코스라서 매년 성적이 좋았었는데 아직 우승은 못했어요. 올해는 대회 1주일 전에 일찍 들어가서 단단히 준비해 첫 단추 잘 꿰고 싶어요."
골프선수 이보미
2018년 목표를 묻자 그녀의 목소리에 살짝 힘이 들어갔습니다.

"선수들 수준과 기량이 워낙 좋아져서 쉽지는 않겠지만 올해 3승은 하고 싶어요. 메이저대회 우승하면 더 좋고요. 지난해 이루지 못했던 60대 평균타수에도 다시 도전할 거예요."

KLPGA 투어에서 4승,  JLPGA 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둔 이보미의 장기적인 목표는 JLPGA 통산 30승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결혼도 뒤로 미뤘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30승은 꼭 채우고 싶어요. 작년에 (한국 나이) 서른살이 되면서 좋은 사람 만나 결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는데, 올해는 한 살 더 먹고도 오히려 결혼 생각이 쏙 들어갔어요. 30승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골프에만 전념하고 싶어요.  요즘은 골프를 다시 잘 치고 싶다는 마음이 꿈틀꿈틀 살아나고 있어요."       

평창올림픽 홍보대사인 이보미는 지난 5일 성화 봉송 주자로 수원역 앞을 달렸습니다. 골프장을 벗어나 큰 행사를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그녀에게 성화 봉송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게 됐습니다.
골프선수 이보미
"많이 흥분되고 긴장했어요. 최종라운드 우승 경쟁 펼칠 때 보다 훨씬 더 긴장되더라고요. 항상 골프장에서만 관중을 만나다가 거리에서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00미터를 혼자 뛰는데, 역사적인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벅찬 느낌과 함께 뭔가 낯설고 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다음 주자에게 성화를 넘겨주고 나서는 아..아쉽다. 내가 봉송 잘했나? 아쉬움이 남았어요. 마지막에 카메라 보고 한마디 하는데 좀 더 잘 준비해서 할 걸.."

이보미는 전지훈련 도중 설 연휴에 일시 귀국해 평창올림픽 현지 응원을 갈 계획입니다.

"지금 어떤 종목을 가 볼지 가족과 얘기중이에요. 인기 종목 쇼트트랙도 보고 싶고, 스키점프나 스노보드 여러가지 많더라고요. 스케쥴 보고 골라서 봐야죠. 아, 설날 오전 윤성빈선수가 스켈레톤 금메달 도전한다는데 그것도 꼭 보고 싶어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경기는 볼 수 있으려나? "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해 돌아가신 아버지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보미는 자신의 활동 무대인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올림픽에는 꼭 나가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올림픽에 나가는 국가대표 선수들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4년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태극마크를 다는 거잖아요.

조국을 대표해서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영광일 것 같아요. 2020년 도쿄올림픽은 꼭 나가보고 싶은데 워낙 쟁쟁한 선수들이 많으니까 만약 실력으로 안 되면? (선수단) 통역으로라도 참가하고 싶어요.하하"

2018년은 다시 일본 열도에 '보미짱' 열풍이 한바탕 불어닥칠 것 같습니다.

(사진=연합뉴스·이보미 SNS)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